민주, 연일 조희대 사퇴·탄핵 압박'제2의 尹' 만들라 … 탄핵 신중론도'李 사법 리스크' 역풍도 노심초사野 "범죄자 대통령 재판 재개 하라"
  •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부산 동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부산 동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론에 시동을 걸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신중론이 감지된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조 대법원장을 무리하게 끌어내리려다 도리어 정치적 체급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칫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재개론을 부각하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김민석 대표 체제로 전환하자마자 대법관 서면 제청을 고리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탄핵론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성회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조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사퇴 촉구나 탄핵 추진을 고려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어제(19일) 당 대표께서 사퇴를 요구한다고 한 것을 당의 입장으로 이해해주시면 된다"라며 "저희 원내지도부는 기본적으로 임명 제청을 철회하라고 조 대법원장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탄핵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날 새 지도부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언급됐다.

    김민석 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불략학생"에 빗대면서 "원래대로라면 이미 탄핵됐어야 마땅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조희대 씨는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당 지도부에서 친청(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최고위원은 "국회가 즉시 탄핵을 포함한 조희대 거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사퇴 요구를 넘어 탄핵까지 거론하는 강경론을 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에 대해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지난 16일에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과 법왜곡죄 처벌을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혐의 파기환송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탄핵과 법왜곡죄 처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조 대법원장의 탄핵 추진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파기환송 과정에서 사법권을 남용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며 탄핵소추안 초안에 민주당 의원 90여명을 포함한 범여권 의원 112명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을 고려해 관련 논의는 사실상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당이 '탄핵 엄포' 이상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선 시간표상으로 적극적으로 탄핵을 추진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1957년 6월 6일생으로, 만 70세 정년규정에 따라 임기는 2027년 6월 5일까지다. 현재 기준으로 임기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탄핵소추를 강행하면 조 대법원장의 직무는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정지되지만 최종적으로 파면하기 위해서는 헌재의 인용 결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법원장을 상대로 굳이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탄핵 승부수를 던질 유인이 크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패싱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임기 종료 전에 조 대법원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면서도 탄핵 추진에 대한 견해로는 "아직 그 단계까지 논의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탄핵이 기각될 경우 감당해야 할 정치적 후폭풍과 역풍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집권여당이 당력을 집중해 탄핵을 추진하다가 자칫 조 대법원장을 '여권의 사법부 장악에 맞선 인물'이라는 정치적 서사를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권주자로 부상한 사례 역시 재조명된다. 자칫 '제2의 윤석열'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정치적 학습효과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은 수사지휘권과 감찰권 행사를 두고 윤 총장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윤 당시 총장은 여권과 대립하는 상징적 인물로 부각됐고 이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당시 장관에게 역설적으로 '보수의 어머니'라는 별칭이 따라붙기도 했다.

    또 다른 변수는 이 대통령의 5개 재판 문제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 대법원장을 몰아붙이다가 야권의 '재판 재개론'이 되레 거세질 수 있는 탓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입맛에 맞는 대법관을 임명 안 해줬다고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한다면 이것이 결국 위헌적인 탄핵 사유"라고 비판해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재개하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과4범 범죄자 대통령에 범죄자 당대표가 합세해,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축출하려 안달이 났다"라며 "범죄자 대통령의 재판을 하루속히 법대 위에 세우는 것만이, 더 이상의 선량하고 무고한 희생자를 막고 철저히 파괴되어 가는 국가 시스템을 지켜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