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김정은과 정상회담 추진 공식화이르면 11월 中 선전 APEC 계기 대면트럼프 "北, 핵 57개 가져" 보유 인정 美 제안으로 UFS 21일 조기 종료2부 반격 연습 취소·FTX 대폭 축소ICBM 동결·핵실험 유예만 합의하고대남 전술핵 남기면 韓美동맹 디커플링전술핵 유연 재배치·네트워크형 재배치 필요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레드록 카지노 리조트 앤드 스파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레드록 카지노 리조트 앤드 스파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AP/뉴시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한미 정례연합연습인 을지자유의방패(UFS)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소 지시에 따라 21일 조기 종료된다. 한미 군 당국은 당초 17~27일 예정됐던 UFS를 북한군 공격에 대응하는 1부 방어 연습까지만 실시하고, 군사분계선(MDL) 이북 반격을 상정한 2부 지휘소연습(CPX)은 취소하기로 했다. 14건으로 계획됐던 연합 야외기동훈련(FTX)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의 관계, 훈련 비용, 한국의 이란전 관련 기여 문제를 함께 거론하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훈련 축소를 지시했다. 합참은 미측의 제안에 따라 UFS 기간과 규모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미측의 조기 종료 제안에 따라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발해 온 2부 반격 연습도 취소됐다.

    미북 정상회담 추진과 UFS 축소의 직접적 연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연내 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안에 김정은과 만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만날 것이다(I will be)"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아시아 순방 중 김정은과 대면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다음 아시아 순방은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가 유력하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발해 온 반격 연습이 미측 제안으로 취소된 직후 정상회담 추진 사실이 공식화된 만큼, 향후 미북 협상에서 훈련 축소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는 핵심 변수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더라도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 지위와 지역 안보구도 재편을 협상 출발점으로 삼으려 한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는 향후 미북 협상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중단·동결과 핵실험 유예를 제시하고, 미국이 이를 북핵 문제의 진전으로 선언하는 제한적 합의다. 북한의 대남 전술핵과 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장사정포·무인기 복합 공격 능력이 유지된다면 미국 본토 방어와 한국 방어의 우선순위가 갈리는 안보 비대칭이 심화하고, 이는 사실상 한미동맹의 디커플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이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낸 담화와 논평은 한미 연합연습, 유엔군사령부의 전투기능 강화, 미국의 신핵전략·핵작전지침·핵협의그룹,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및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일본 핵무장과 미·일·한 3각 핵협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북한은 이들 현안을 개별 사안이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선 아시아태평양 세력균형의 문제로 묶어 제기하고 있다. 이는 핵무력 강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국에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의 구도를 요구하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들 담화의 공통 프레임은 "한반도를 초월한 아시아태평양의 힘의 균형"이라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의제를 자국 비핵화가 아니라 지역 안보구도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예고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새로운 수준의 위협에 새로운 수준의 억제력"(13일 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 "핵전력의 다용성·기능성·실용성 제고"(군사논평원 글)를 언급한 것도 대화 국면과 무관하게 핵무력 강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8월 하순부터 9월 사이 김여정 또는 외무성 명의 담화가 미국의 조치를 조건부로 평가하면서 추가 요구를 내놓고, 물밑 실무 접촉을 거쳐 11월 APEC 계기 또는 그 전후 제3국 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정상회담에 앞서 더 낮은 형식의 전격 회동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미북 정상회담 추진은 아직 비공개 검토 단계이며, 북한의 수용 의사나 협상 의제도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으로서는 미북 대화 재개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미국이 ICBM 시험 중단이나 핵실험 유예를 성과로 제시할 가능성과, 그 과정에서 북한의 대남 전술핵·단거리 핵투발수단이 협상 밖에 남을 위험은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 "김정은은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북한의 핵무기 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6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왔는데, 구체적인 수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에 그런 일(핵무기 보유)이 일어나도록 허용해선 안 됐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 바이든 전 행정부를 비판하고, "하지만 이미 그가 그 무기를 갖게 됐으니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나는 김정은을 매우 잘 알고 있고 그는 괜찮을(fine)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괜찮을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을 대신할 외교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ICBM 시험 중단과 핵실험 유예는 미국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을 낮추는 성과가 될 수 있다. 북한도 핵 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는 효과와 제재 완화 요구의 지렛대, 한미 연합훈련 축소라는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는 대남 전술핵과 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장사정포와 무인기를 결합한 복합 타격 능력이 남는다. ICBM 동결만으로는 핵물질 생산, 탄두 보유, 이동식 발사대, 지휘통제, 전술핵 운용능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국내 안보 싱크탱크의 한 전문가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와 대화 재개 신호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보다 협상 공간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며 "북한은 경제적 상호의존보다 핵·미사일 능력과 안보위협을 대외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활용해 온 만큼, 정상회담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제한적 무력시위나 긴장 조성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전 장기화에 따른 미군 전력의 중동 전용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사실상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만으로 대남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지 재점검하고, 전술핵 유연 재배치와 해상 기반 비전략 핵옵션을 포함한 실질적 억제 수단 마련, 나아가 인도태평양 거점 간 순환전개 등을 한미 확장억제 의제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전술핵 유연 재배치는 평시 핵탄두를 상시 반입하지 않되, 위기 시 신속한 전개가 가능하도록 저장·보안·수송·기지방호·지휘통제 기반을 사전에 갖추는 방식이다. 네트워크형 재배치는 한국·괌·호주·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거점 사이에서 미국의 핵자산을 순환 운용하는 구상이다.

    이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주도하는 핵전략 검토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국방전문매체 브레이킹디펜스에 따르면, 콜비 차관은 5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미 전략사령부(STRATCOM) 확장억제 심포지엄 비공개 연설에서 소형 전술핵무기와 지역분쟁을 거론하며 미국에 "합리적인 핵옵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콜비 차관은 전구급 핵전력 확대 자체가 핵전략 검토의 초점이라는 해석은 부인했다. 그는 13일 동남아시아 순방 중 기자들과의 온라인 브리핑에서 "전구급 핵무기에 대한 초점을 강화하거나 늘리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핵무기의 사거리나 잠재적 발사 위치보다 중요한 것은 핵사용 문턱을 넘는 행위와 그 효과"라고 말했다.

    콜비 차관이 주도하는 미국의 핵전략 검토는 지역분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핵옵션을 재검토하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미국의 핵전략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공동 핵기획과 핵위기관리, 핵·재래식 통합(CNI) 훈련 체계로 발전시키고 전술핵 유연 재배치와 해상 기반 비전략 핵옵션, 네트워크형 재배치 등 한미 확장억제 수준을 격상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