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어린이정원 인근 한강대로·용산역 사거리 상습 정체"대책 없이 아파트부터 지으면 주민들만 피해"광역교통개선대책은 2년 전 계획…재검토는 아직"주택 공급 전 객관적 교통수요 분석 선행해야"
  • ▲ 19일 낮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 ⓒ김동우 기자
    ▲ 19일 낮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 ⓒ김동우 기자
    "여기가 한강대교 북단입니다. 한강 건너오는 차량에 이촌동, 서울역에서 넘어오는 차들로 출퇴근 시간마다 이 앞이 꽉꽉 막혀요. 그런데 대책도 없이 임대주택 2만 가구라니요."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정부의 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이 같이 토로했다.

    신용산역 인근에서 근무한다는 이씨는 정부가 교통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용산어린이정원에 공공임대 주택 2만 가구를 추가로 건축할 경우 지금도 심각한 용산 일대의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한강대교 북단에서 신용산역을 거쳐 삼각지와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한강대로와 서빙고로에 이어지는 용산역앞 사거리는 서울 시내 상습정체 구간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에는 아이파크몰과 용리단길이 인기를 끌면서 일대 유동 인구도 늘어난 상태다. 서울시 교통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강대로의 평균 차량 통행속도는 22.5km/h로 전년 대비 0.7km/h 느려졌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50대 박모씨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당연히 오가는 차량도 늘어날 테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길을 갑자기 위아래로 더 뚫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아무 대책 없이 아파트부터 짓고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결국 피해는 여기 주민들 몫"이라고 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30대 김모씨도 "인근이 가뜩이나 출퇴근 시간에 밀리는 곳인데 아무 대책 없이 아파트 부지만 확보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처럼 보인다"며 "매번 대중교통만 이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 ▲ 19일 낮 서울 용산구 용산역앞 사거리에 정체된 차량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임찬웅 기자.
    ▲ 19일 낮 서울 용산구 용산역앞 사거리에 정체된 차량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임찬웅 기자.
    ◆대책 없이 2만 가구 추가 … 오세훈 "주변 도로, 주차장 될 것"

    용산어린이정원은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용산기지 약 300만㎡ 가운데 30만㎡를 지난 2023년 5월부터 임시 개방한 공간이다. 축구장 약 42개를 합친 규모로 분수정원과 상상놀이터, 축구·농구·야구장, 넓은 잔디마당 등이 들어서 있다.

    정부는 서울 시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용산어린이정원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30만㎡에 고밀도의 아파트를 짓는다면 최대 2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기존 6000가구에서 최대 1만 가구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정부 계획대로라면 기존 1만 가구에 용산어린이정원에 2만 가구가 추가돼 총 3만 가구의 주택이 용산 일대에 공급된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개발에 발맞춰 진행돼야 할 교통 대책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로 발생할 주변 교통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 3조5780억 원 규모의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마련했다. 도로 기능 강화와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체계 구축 등을 위해 모두 17개 사업이 추진된다. 관련 용역 등을 거쳐 오는 2030년부터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준공될 예정이다.

    다만 해당 대책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 2024년 11월에 마련된 것이다. 지난 8월 초 용산어린이정원 부지를 활용한 정부의 주택 공급 방안이 언론에 의해 공개되기 약 2년 전이다. 2년 전 계획이 당초 6000가구에서 최대 3만 가구까지 늘어난 인구의 교통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교통체증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8일 "용산공원에 1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 교통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까지 더해 2만 가구 규모의 주택이 동시에 들어서면 주변 도로는 사실상 주차장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 ▲ 19일 낮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 19일 낮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전문가들 "교통 대책 없이 주택 공급 무리"

    전문가들은 용산공원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려면 공급 규모를 결정하기에 앞서 주변 교통망이 추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지 객관적인 분석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3만 가구라는 대규모 주택 공급을 전제로 기존 교통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예상 수요에 맞춰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용산공원에 주택을 대규모로 지었을 경우 주변의 늘어난 교통량을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주변 교통망에는 확실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마 교수는 "주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런 교통량을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추정 결과나 연구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검토 없이 주택 공급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준호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용산공원에 추가적인 주택 공급 계획이 받아들여진다면 기존 교통대책을 개선해 다시 수립해야 한다"며 "대책을 다시 수립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공급계획에 맞는 교통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는 만큼 주변 교통 인프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보다 명확한 교통대책을 빠르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