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4년 중임·연임제로 책임정치 실현"중임·연임 개헌 당시 현직 대통령에 적용 안 돼野 "개헌, 죄 많은 권력자의 탈옥 수단 될 수 없어"
  •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바꾸는 개헌안 구상을 밝히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연임 불가' 의사를 먼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무력화하기 위해 권력을 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하자"며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직접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이유는 최근 개헌 방향을 두고 혼란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 대통령이 골프 회동에서 '분권형 개헌'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대선후보 시절부터 4년 연임제를 지지한 이 대통령이 생각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분권형 개헌을 의미하는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바람직하지도 않고 국민 여론에 비춰 가능하지도 않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대통령 권한을 일부 국회에 넘기고, 국민적 수용성이 더 높은 4년 중임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임기 종료 후 연이어 선출된 경우에만 8년 임기를 이어갈 수 있지만, 중임제는 연속 선출 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 더 출마해 선출될 수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와 관련한 '연임 불가'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이다. 현행 헌법상 연임·중임 개헌은 헌법 개정 당시의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개헌 추진을 "장기집권으로 가기 위한 빌드업"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연임을 노리고 개헌 추진에 나섰다고 본 것이다.

    최근 여권 인사들이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 두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는 결국 주권자인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변호인 출신인 조원철 법제처장도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개헌을 추진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8개 사건의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다가 대통령 당선 후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임기를 마치면 재판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를 위한 특검법을 추진하면서 임기 이후에도 사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 대통령이 임기 연장을 통해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한 시간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 대통령발 개헌 논의는 깔때기처럼 결국 이재명 사법리스크 해소용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개헌이 죄 많은 권력자의 '탈옥 수단'이 될 순 없다"고,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을 '사법 방탄복'으로 리폼하려는 4년 중임제 개헌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연임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연임은 없다. 재판 받겠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느냐"며 "임기가 5년으로 끝난다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일체의 개헌 논의에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후보 시절 4년 연임제 개헌 공약을 두고 "재임 중 대통령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쓰여있다"고 밝혔으나 당선 이후에는 관련해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최근 30%대로 떨어진 지지율을 의식하고 국면 전환용으로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이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부동산이 관건인데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기 쉽지 않다"며 "지지율을 올리기 어려우면 결국 이 대통령도 조기에 레임덕이 오지 않겠나. 정국을 완전히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가 개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헌법상 불가능하다. (개헌을 하더라도) 이 대통령 본인이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헌을 하면 민주당이 개헌을 주도하는, 제7공화국을 여는 정권이 된다. 다음 정권 때 민주당이 대통령을 다시 배출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게 되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