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녹지 개발에 만능키 '청년 카드' 또 꺼낸 정부금싸라기 땅에 왜 임대를 … 절박한 청년엔 딴나라 얘기실질적 수용가능한 주택 공급 시급 … 보여주기式 벗어나야
  • ▲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에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임찬웅 기자
    ▲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에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임찬웅 기자
    한쪽에서는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임시 거처로 쓰자는 황당한 발상이 튀어나와 공분을 사더니, 또 한켠에선 서울 마지막 대형 녹지인 용산 금싸라기 땅에 대규모 청년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비현실적 목소리가 나온다. 고시원 생활을 전전하며 매달 월세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정치권이 내놓은 해법이 극단적이기 짝이 없다. 폐버스로 청년 자존감을 바닥에 내팽개치더니, 이제는 정권 지지율 만회를 위해 도심 한복판을 헤집는 주거 정책을 꺼내고 있다.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 용지에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용산 부지 개발이 서울시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청년·신혼부부'라는 만능키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 과정에서 '청년이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냐'는 논리로 반대편을 몰아붙일 게 눈에 선하다. 필요할 때마다 청년을 팔아대다 2030 지지율이 이지경이 됐는데도 또다시 조자룡 헌칼 쓰듯 휘두르는 통에 이제는 청년 정책까지 누더기가 된 꼴이다.

    개강을 코앞에 둔 대학가 원룸촌에는 60만 원을 훌쩍 넘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학생들이 창문조차 없는 20만 원짜리 고시텔로 밀려나고 있다. 라면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며 좁은 쪽방에서 생존을 걱정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들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 부지에 청년 임대주택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처절한 민생 현장을 오독한 결과물과 다름없다. 고시텔을 전전하는 청년들에게 서울 중심 대규모 주택 공급은 딴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용산이라는 입지 특성과 주변 시세를 들여다보면 정책의 간극은 더욱 선명해진다. 용산 인근의 일반 민간 오피스텔 1.5룸 월세 시세가 월 100만 원을 상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청년안심주택은 보증금 1억 원 안팎에 월세 40만 원 선으로 책정돼 있다. 파격적인 혜택이지만, 청년들에겐 로또보다 당첨되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다. 더욱이 당장 1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쥐기 어려운 대다수의 일반 청년들에게는 이 도심형 공공임대 주택 역시 진입 장벽이 너무나 높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상징적 주거지는 서류상 요건을 갖추거나 실질적인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일부 '살만한' 청년들이 혜택을 독식할 공산이 크다. 벼랑 끝에 몰린 절대다수의 청년들에게는 실질적인 주거 안정망이 되기보다,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주는 '로또 주택'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용산 녹지 개발 여부를 떠나 엄청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청년주택을 그곳에 짓는 게 질박한 청년들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청년들에게 절실한 것은 최고가 도심지에 짓는 상징성이 담뿍 담긴 정책 과시용 아파트가 아니다. 폐기처분 직전의 버스 조각은 더더욱 아니다. 보증금 부담을 낮추고 실질적인 소득 수준에 부합하는 주거망을 대중교통 접근성이 양호한 준도심과 역세권 곳곳에 촘촘히 확충하는 것이 순리다. 당장 고시텔과 쪽방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의 생존은 외면한 채 용산 녹지 개발이란 정권 목표를 또 청년을 팔아 강행하려 해선 안 된다. 보여주기식 대책에서 벗어나, 고시텔로 향하는 청년들이 안심하고 수용 가능한 보금자리를 공급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