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정해놓은 사관학교 통폐합먼저 전략환경·교리·軍구조·부대 구조인력구조 결정 뒤 교육기관 논의해야전작권 핵심은 전쟁수행·기획 능력인데軍, 전쟁 경험 못해 전쟁기획 능력 취약'한국형 SAMS'로 '전쟁 설계 장교'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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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군사관학교 설립 지역이 대전 자운대로 결정되면서 그 부지로 떠오른 대전 유성구 자운대 골프장 모습. ⓒ뉴시스
"북한 핵 억제의 결정적 문제는 미군에 의지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빨리 가져온 뒤 무엇을, 어떻게 싸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교리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관학교 통폐합과 같은 개혁을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육사 36기·예비역 육군 준장)은 18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의 안보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주 소장은 이재명 정부가 미래전 변화·학령인구 감소·합동성 강화·전작권 전환을 내세우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결론부터 내린 뒤 논리를 끼워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한국이 처한 전략환경과 북핵 위협 분석에서 출발해 핵억제와 재래식 대응을 결합한 교리를 정립하고 통합군제나 합동군제 등 군 구조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다음 각 군 부대 구조를 결정하고, 부대 편제와 보직 소요와 같은 인력 구조, 장교 획득 경로별 충원 규모, 장교교육체계를 설계한 뒤 마지막 단계에서 사관학교별 정원·교육내용·편성·개편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주 소장은 국가 차원의 전쟁수행을 위한 전략적 사고와 전쟁기획 능력이 전작권 전환의 핵심이자, 한국군의 최대 취약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고급군사연구과정(SAMS)을 자기화한 한국형 SAMS 도입을 제언했다.그는 "합참에 근무하는 장군과 영관장교들이 전략기획과 전쟁기획을 지도하고 수행·발전시킬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단순 참모업무나 보직 관리를 위한 교육, 시험을 보기 위해 외우고 잊어버리는 식의 단기 교육으로는 전략가를 육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우리 교육은 대체로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훈련에 머문다. 그러나 전쟁기획가는 국제정세에서 출발해 일반상황과 특별상황을 만들고, 적의 도발 형태와 정치·군사적 변수를 가정하며 대응전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쟁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황을 조성하고 전쟁을 설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제공
◆ 다음은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과의 일문일답- 사관학교 개혁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나."사관학교 내부의 교과과정을 개선하고 생도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한 개혁은 항상 필요하다. 문제는 개혁의 방향이다. 육·해·공군은 각기 다른 작전영역과 전문성을 가진 군이다. 그런 특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세 학교를 한곳에 몰아넣는 식의 통합은 개혁이 아니라 무리한 행정조치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합동성 강화와 미래전 대비를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육사 쿠데타 책임론'을 제기하며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쿠데타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 발언 이후 사관학교 통합은 과거 쿠데타와 비상계엄에 대한 손보기, 또는 보복성 조치로 해석됐다.사관생도 시절은 각 군 장교로서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형성하는 시기다. 육군은 지상작전, 해군은 해양작전, 공군은 항공우주작전을 이해하고 체득해야 한다. 특히 해군 장교를 양성하면서 해군을 내륙으로 옮겨 교육하겠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바다와 떨어진 곳에서 해군 장교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제대로 기를 수 있겠나. 합동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합동성은 생도들을 한 캠퍼스에 모아놓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미래전에서 필요한 어떤 장교를 길러낼 것인지, 그 장교가 어떤 경력 단계에서 어떤 전문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는 통합 뒤에도 해군 생도들의 전문교육은 현재 경남 진해에 있는 해사에서 계속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굳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나."그러니까 이 정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해군의 전문교육을 진해에서 계속해야 한다면 왜 막대한 돈을 들여 통합사관학교를 만들고 다시 생도들을 진해로 보내 교육하겠다는 것인가. 해사와 공사는 결국 육사 문제 때문에 유탄을 맞는 형국이 됐다. 신축·이전 비용에 통합사관학교와 진해 전문교육시설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이중운영비까지 고려하면 이건 효율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비효율을 자초하는 구조다. 자운대에서 4년을 다 마치는 것도 아니고 상당 기간을 진해에서 보내야 한다면 애초에 무엇을 통합했다고 할 수 있나. 육군 장교가 지형과 지상전 환경을 이해해야 하고, 공군 장교가 항공작전 환경을 체득해야 하듯, 해군 장교도 바다와 함정, 항만과 해양 환경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바다를 떠난 해군 장교 기본교육이 현재보다 나은 장교를 만들 수 있다는 점부터 입증해야 한다."- 사관학교 통합은 진단과 처방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사관학교 개편은 맨 마지막 단계에서 검토할 문제다. 먼저 미래전 양상과 적 위협을 분석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싸울 것인가, 가장 당면한 북한 핵위협에 전략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부터 정리해야 한다. 재래식 전력만으로 핵을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핵억제와 재래식 대응을 어떻게 결합할지, 이것이 교리의 문제다. 교리가 정립되면 그 교리를 구현할 군 구조가 뒤따라야 한다. 통합군제로 갈 것인지, 각 군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합동성을 강화하는 합동군제로 갈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그다음 육군의 기계화부대와 특수전부대, 해군의 전단·수송함·잠수함, 공군의 전력과 지원체계를 어느 수준으로 편성할지 부대 구조를 정해야 한다. 부대 구조가 나오면 인력 구조가 결정된다. 장교와 부사관, 병력을 각각 몇 명 확보해야 하는지, 부대 편제와 보직 소요를 계산해야 한다. 드론과 무인체계,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체계가 확대되는 미래 군 구조에서 어떤 직위와 전문인력이 필요한지도 이 단계에서 나와야 한다.그다음에야 사관학교·학군단·학사장교 등 장교 획득 경로별 충원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런 인력양성 계획을 세운 뒤 장교교육체계를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사관학교별 정원과 교육내용, 편성·개편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군사력은 전략환경, 군 구조, 지휘체계, 전략 및 작전개념, 장교양성체계, 교육기관 순서로 설계돼야 한다. 지금은 그 순서를 다 건너뛰고 사관학교 통폐합부터 먼저 하고 군사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거꾸로 밟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AI·대덕연구단지·스마트캠퍼스 연계를 통합사관학교의 장점으로 제시한다."정부는 AI 시대에 합동성을 강화하려면 각 군 사관학교를 반드시 하나로 합쳐야 한다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인과관계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을 전제로 한 구호만 있고, 통합이 왜 유일한 해법인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자운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방과학연구소(ADD), 대덕연구단지의 연계도 마찬가지다. 가까이 있다고 협업이 되나. 어떤 연구를 누가, 어떤 예산으로, 어느 기간에 해서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가 있어야 한다. 사관학교는 장교양성기관이고, ADD는 무기체계 연구개발기관이며, KAIST는 과학기술 연구기관이다. 기관마다 목적과 기능이 다르다. 단순한 지리적 인접성을 통합 근거로 제시할 순 없다. AI 교육을 하려면 군 전용 데이터, 보안체계, 교육 콘텐츠, 교관 재교육, 실습 플랫폼과 같은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 조감도에 AI와 스마트캠퍼스를 넣는다고 교육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미래전 변화에 대응하려면 사관학교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학령인구가 줄면 사관학교만 영향을 받나. 군 전체의 장교 소요와 병력 충원 구조가 함께 변하므로 먼저 미래 군 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그에 따라 장교가 얼마나 필요한지부터 계산해야 한다. 현재는 학군장교(ROTC)와 학사장교 등 다른 장교 양성 경로를 통한 충원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그런 상황이라면 장기복무 장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사관생도를 더 많이 선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통합한다고 교관·훈련지원 인력 수요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생도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전문 교관과 지원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구 감소, 장교 충원난, 미래전 대비라는 각각의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모두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하나의 결론으로 몰아가고 있다. 원인과 진단, 결과 도출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3개 군 사관학교의 지원인력도 2200명인데 국방부는 3100명으로 부풀리기까지 하고 있다." -
- ▲ 지난 2022년 7월 27일 당시 해군사관생도들이 해사 앞바다에서 전투수영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해사는 장차 해군-해병대 장교가 될 사관생도들의 해상생존능력 배양을 위해 매년 이 시기에 집중적인 수영훈련을 실시한다. ⓒ해군사관학교 제공
-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교수진의 박사학위 소지자 비율과 민간교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관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수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사관학교 교육의 질을 박사학위 소지자 비율이나 민간교수 비율로만 판단하는 것은 사관학교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접근이다. 사관학교는 일반 연구중심 대학처럼 학자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국가를 지킬 장교, 군인정신이 똑바로 선 장교를 양성하는 군사교육기관이다. 학문적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야전 경험, 지휘 경험, 군사적 판단력, 교육 역량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전문 분야별 박사학위를 소지한 교수진은 약 40%면 된다.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중위로 임관해 복무하는 교수사관 약 30%, 나머지 약 30~40%는 석사학위를 갖추고 야전 지휘와 참모 경험을 쌓은 현역 장교들이 순환보직으로 들어와 교수와 교관을 맡아야 한다. 생도들은 교과서 속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실제 부대에서 지휘관과 참모가 어떤 판단을 하고, 전장 상황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이런 교육은 야전을 아는 선배 장교가 맡아야 한다. 박사학위 보유자, 교수사관, 야전 경험을 갖춘 현역 장교 교관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민간교수 비율을 높이는 것 자체가 교육개혁의 핵심 처방이라는 발상은 사관학교의 특수성을 모르는 것이다.교장을 민간인으로 기용하자는 주장도 문제다. 사관학교 교장은 군사교육의 목표와 장교양성 체계, 각 군의 작전적 특성을 알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군과 사관학교의 실상, 아카데미가 어떤 기관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반대학의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각 병과학교장을 민간인 또는 예비역으로 변경했는데, 이들은 전시에 교도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된다. 각 병과학교를 전국에 분산시켜 놓은 것은 6·25 전쟁 시의 교훈 때문이다. 호남을 지향한 북한군 6사단의 진격을 저지할 부대가 호남지방에 없었다. 그래서 전국에 학교를 분산시켜 놓고 유사시 저지부대 역할을 하는 것인데 민간인 교장이 사격통제를 할 수 있나."- 사관학교에서는 무엇을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나."사관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야 할 핵심 전공은 군사학이다. 군사학과 전쟁사, 국제관계와 같은 과목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사관학교는 학자를 만드는 곳도 아니고, 무기나 도구를 개발하는 기술자를 만드는 곳도 아니다. 장교는 주어진 무기체계와 수단을 이해하고, 전쟁에서 그것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사람이다.미국은 장교교육체계를 이런 관점에서 검토했다. 장교교육체계검토(RETO) 연구보고서는 장교의 교육과 훈련을 임관 전부터 경력 종료 때까지 하나의 체계로 보고, 학교교육·자기계발·부대 근무 경험을 연결해 장교를 어떻게 전문화할 것인지를 다뤘다. 이를 통해 장교가 계급과 경력 단계에 따라 어떤 지식과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를 정한 군사자격기준(MQS)을 도출했다.우리 군의 문제는 장교단과 장군단이 학습을 경시한다는 데 있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전쟁사와 군사전략, 국제정세, 무기체계, 작전과 지휘의 문제를 더 넓고 깊게 공부해야 한다.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은 생도 때 군사학과 전쟁사, 국제관계의 기초를 닦고, 임관 뒤에는 계급과 보직에 따라 전문교육과 자기학습, 부대 경험을 계속 연결하는 데 있다. 학교를 물리적으로 하나로 합칠 것이 아니라, 어떤 장교에게 어느 시기에 어떤 지식과 능력이 필요한지부터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1·2학년 공통교육 뒤 3·4학년에 군별 특성화 교육을 하면 합동성의 토대인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그건 말이 안 된다. 군종 분류를 늦추면 자기가 원하지 않는 군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임관 거부나 이탈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 방위대학도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갈 때 군종을 분류한다. 그럼에도 매년 적지 않은 학생이 졸업 뒤 자위관 임관을 선택하지 않는다. 군종 선택과 장교 정체성의 문제를 늦게 결정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정부안처럼 3·4학년에 가서야 군별 특성화 교육을 한다면 생도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느 군 장교가 될지, 어떤 작전환경과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공부할지 늦게 결정되는 셈이다. 해군을 희망해 입학했는데 바다와 떨어진 곳에서 2년을 보내고, 뒤늦게 군종 교육을 한다고 해서 해군 장교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제대로 형성되겠나."-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현재 연간 2~3주 수준인 타군 체험교육만으로는 합동사고체계를 체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합동성을 강화할 방법은 무엇인가."타군 체험교육이 부족하면 보완하면 되는데 왜 사관학교 통합으로 바로 가나. 현재 생도들은 타군 부대를 방문하고, 소개교육을 받으며 백령도, 독도에 갈 때 군함을 타보고 비행단을 견학하고 오산 전역항공통제본부(TACC)를 답사하는 식으로 각 군의 작전환경과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 그런 교육을 보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연간 2~3주의 체험교육이 부족하다고 해서 곧바로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과거에 우리 군도 통합교육을 해본 경험이 있다. 보병·포병·기갑·화학·공병을 묶은 전투병과학교가 1983년에 만들어졌다가 1989년에 해체됐다. 육·해·공군 대학을 자운대에 모아 합동군사대학교 체제로 운영했다(2011~2020년)가 다시 각 군 대학 체계로 되돌아간 경험도 있다. 육군도 제대로 모르고, 해군도 모르고, 공군도 모르는 얼치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통합하면 합동성이 저절로 생기나.사관학교에서는 각 군의 작전환경과 무기체계를 먼저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 뒤 대위급 장교가 부대 경험을 쌓은 뒤 제병협동 참모교육을 하고, 워게임과 합동교육을 통해 합동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사관생도 때부터 모든 것을 한데 섞는 방식이 아니라, 장교가 실제 부대 경험을 쌓은 뒤 제병협동과 합동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에서 교육해야 한다. 군 수뇌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장차 군이 싸워야 할 전장환경을 주도적으로 상정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관학교 통합이 군종별 폐쇄적 네트워크와 카르텔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생도 때부터 함께 생활하게 하면 카르텔이 견제된다는 주장은 군의 정치개입과 카르텔이 형성되는 경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사관학교를 통합하고 생도들을 함께 교육하면 쿠데타가 예방되거나 카르텔이 사라지나. 통합교육이 군의 정치개입이나 카르텔 해소의 실효적 수단이라는 점은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 쿠데타는 생도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야망을 가진 군 지도자, 이를 방조하거나 이용한 정치 환경, 취약한 민주주의 제도와 군 통제 시스템이 결합해 발생하는 정치 현상이다. 특정 교육기관이나 출신 집단 전체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사관학교 통합은 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방법이 아니다. 문민통제, 헌법과 법률에 대한 충성, 적법한 지휘체계, 객관적이고 투명한 장성 인사, 정보·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 군인의 정치개입 금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3사관학교·학군장교(ROTC)·학사장교 출신도 장기복무를 거쳐 고위 지휘관으로 진출해 왔고, 3사관학교와 ROTC 출신 합참의장도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비육사 출신 장성 진급 확대를 인사 성과로 내세우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관학교 통합 추진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육사 죽이기'의 반대급부이자 장교 출신 간 갈라치기를 위해 'ROTC 띄우기'에 나섰다고 지적한다."사관학교와 ROTC를 갈라치기할 일이 아니다. 사관학교는 장기복무 전문장교를 양성하고, ROTC와 학사장교는 초급장교 수요를 충원하는 역할을 한다. 각 획득 경로의 목적과 교육체계가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통합사관학교의 대안으로 ROTC를 띄우는 식으로 접근하면 장교양성체계 전체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ROTC는 숫자가 많고 사회 각 분야에도 진출해 영향력이 크다. 미국에서도 ROTC 출신이 육사 출신과 비슷하게 장군으로 진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미국 ROTC와 우리 ROTC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 미국은 전쟁을 많이 한다. 전쟁과 실전 경험을 통해 능력 없는 장교는 걸러진다. 능력이 검증된 ROTC 출신도 육사 출신과 비슷하게 장군까지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반면 우리 ROTC는 기본적으로 소대장 등 초급장교 충원 수요를 뒷받침하는 성격이 강하다. 사관학교처럼 장기복무를 전제로 군사학, 군인정신, 지휘통솔, 전문 군사교육을 장기간 축적하는 교육체계와는 양성 목적부터 다르다." -
- ▲ 진영승 합참의장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3월 11일 연합사 전시지휘소(CP-TANGO)에서 '26년 FS 연습 상황을 보고받는 모습. ⓒ뉴시스
-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를 대비하려면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북한 핵 억제의 결정적 문제는 미군에 의지하면서 전작권을 빨리 가져온 뒤 무엇을, 어떻게 싸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교리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관학교 통폐합과 같은 개혁을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전작권 문제는 전작권을 가져올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전시 지휘체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한국군이 전략과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확보했는지의 문제로 봐야 한다. 전작권 논쟁도 '환수' 논쟁이 아니라 연합방위 능력 확보 논쟁으로 바꿔야 한다.기본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전작권 전환을 위한 현행 단계적 검증 절차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절차만 통과한다고 국가 차원의 전쟁수행 능력까지 검증되는 것은 아니다. IOC·FOC·FMC는 기본적으로 미래연합사령부 체계 안에서 지휘관들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제한된 연합작전 시나리오에서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군 지휘관이 전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지, 국가 차원의 지휘체계가 전쟁을 지도하고 수행할 능력까지 점검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평가지표도 미래연합사령부 운용 능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작권 전환 이후 대한민국이 국가 차원에서 전쟁을 지도하고 지속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새로운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법과 예산, 절차 문제도 사관학교 통합의 걸림돌로 꼽힌다."사관학교 통합은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다. 국군조직법과 사관학교 설치 관련 법령, 각 군 참모총장의 양병 책임 구조까지 검토해야 한다. 국가의 기본조직은 행정부가 정책적으로 바꾸는 대상이 아니라 국회가 법률로 정하는 영역이다. 설령 법률을 바꾼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통합이 합동성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적합한 수단인지, 공동교육 확대나 합동훈련 강화처럼 덜 제한적인 대안은 없는지, 군종별 전문성과 역사·전통을 바꾸는 손실보다 통합의 이익이 큰지 검증해야 한다. 신축과 이전, 기존 시설 처리, 과도기 이중운영에 드는 총비용과 재원조달 방식, 영향평가와 공청회, 학생·교수진·지역사회의 신뢰 문제까지 공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방개혁은 속도보다 절차가 중요하고, 홍보보다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 -
- ▲ 지난 2025년 10월 21일 진영승 합참의장이 APEC 정상회의 경호경비작전 군 작전본부 종합상황실에서 작전현황을 점검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 전작권 전환의 핵심이 국가 차원의 전쟁수행 능력과 전쟁기획가 양성이라면 장교교육 개혁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한국형 고급군사연구과정(SAMS)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합동참모본부(합참)이나 작전술 제대에서 근무할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SAMS를 만들었다. 육군대학 1년 과정을 마친 장교 가운데 상위 10% 정도를 뽑아 별도로 전략 과정과 작전술 과정을 중심으로 1년 더 교육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장교들은 전쟁 상황을 분석하고, 여러 군의 전력과 자원을 어떻게 결합해 작전을 짤지를 집중적으로 배운다.한국군은 단순히 부대를 움직이고 작전을 통제하는 군대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쟁을 설계할 수 있는 군대가 돼야 한다. 합참도 군사전략, 미래전 개념 발전, 전쟁 시나리오 연구, 군사력 건설 방향 제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쟁기획·전략기획·작전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장교단을 따로 길러야 한다."- 우리 군의 가장 큰 취약점은 무엇인가."전략적 사고와 전쟁기획 능력이다. 전쟁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전략기획과 전쟁기획 능력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합참에 근무하는 장군과 영관장교들이 전략기획과 전쟁기획을 지도하고 수행·발전시킬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각 군 대학의 교육기간이 너무 짧다. 일부 영관장교만 1년도 아닌 11개월짜리 정규과정 교육을 받고, 대부분은 6개월 정도의 단기 교육을 받는다. 그 정도 시간으로 국가전략과 군사전략, 전쟁기획을 깊이 고민하기는 어렵다. 합참은 군사전략, 미래전 개념 발전, 전쟁 시나리오 연구, 군사력 건설 방향 제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지만,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사람과 교육체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우리도 한국형 SAMS 과정을 도입해야 한다. 단순 참모업무나 보직 관리를 위한 교육, 시험을 보기 위해 외우고 잊어버리는 식의 단기 교육으로는 전략가를 육성할 수 없다. 국가안보전략, 군사전략, 작전술, 전쟁사, 전쟁사례 분석, 군사문제 연구와 논문 작성, 한미연합 워게임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중요한 것은 정치적 목표를 군사적 목표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정치지도자가 국가적 목적을 제시하면 군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적 목표를 설정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과 공간, 어느 수준의 군사력과 군수가 필요한지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전쟁지도의 문제이고 전쟁의 본질에 관한 문제다. 우리 군은 전쟁사를 이미 교범에 반영된 과거 기록 정도로 보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전쟁을 설계하려면 전쟁사와 국제정세, 전략사상을 깊이 연구해야 한다. 전쟁사 연구도 전투사례를 넘어 정치적 차원, 전략적 차원, 작전술적 차원, 전술적 차원, 전투기술 차원을 함께 연구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모든 장교에게 같은 교육을 하는 '보편성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고, 뛰어난 장교를 더 깊이 키우는 '수월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미국의 SAMS, 독일군과 나토의 장군참모 교육과 같은 고급 군사교육과정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 교육은 대체로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훈련에 머문다. 그러나 전쟁기획가는 국제정세에서 출발해 일반상황과 특별상황을 만들고, 적의 도발 형태와 정치·군사적 변수를 가정하며 대응전략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쟁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황을 조성하고 전쟁을 설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에 대한 집중적 사고와 몰입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전문교육을 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가장 시급히 보강해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가장 시급한 것은 ISR, 즉 정보·감시·정찰 능력이다. 현대전에서 지휘권은 정보에서 나온다. 위성정보, 드론정찰, 전자정보, 사이버정보, 실시간 표적획득 능력이 없는 군대는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 전작권을 행사하려면 지휘관에게 지휘권만 주는 것으로는 안 된다. 그 지휘관이 실시간으로 적 동향을 파악하고 표적을 식별하며 타격을 결심할 수 있는 정보체계가 있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의 핵심 투자는 한국형 AI 기반 ISR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야 한다. 군사위성을 더 확보하고, AI 기반 정보융합체계를 만들며, 미군 ISR 자산과 실시간으로 연결·동기화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미국의 억제력을 대체하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핵억제, 전략정보, 우주감시, 장거리 타격, 전략수송, 글로벌 군수지원 능력은 우리가 단기간에 독자적으로 갖추기 어렵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 약화가 아니라 한국의 역할 확대와 미국 전략자산의 결합으로 가야 한다. 한국군이 주도하되 미국이 지원하는 연합억제체제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유엔군사령부(유엔사) 활용과 한미동맹 구조의 발전도 함께 봐야 한다. 유엔사는 자동으로 참전하는 조직이 아니다. 실제 개입은 각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달려 있다. 유엔사 회원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를 포함한 후방지원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다국적 연합훈련도 확대해 북한 도발 시 국제적 대응이 실제로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전작권 전환은 찬반의 정치 문제가 아니다. 전환을 목표로 하되 한국군의 전략·작전·정보·교육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미 연합억제체제를 유지하는 조건부·단계적 전환으로 가야 한다. 전작권 전환 시점을 정치적으로 못 박아서는 안 된다. 결국 전작권 전환의 성공은 권한을 가져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 능력을 준비하고 갖추는 데 달려 있다." -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 ▲ 정부·여당이 통합 국군사관학교 설립지로 결정한 대전 유성구 자운대 입구 안내판. ⓒ뉴시스
경남에서 태어나 1976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후 육사 36기로 임관했으며 육군대학 정규 44기 과정을 수료했다. 야전부대에서 지휘관과 참모 업무를, 합동참모본부에서 전략업무를 수행했으며 러시아 연방군 총참모대학을 졸업했다. 육군대학에서 전술학처장과 전문교관을 역임했고 국민대 정치대학원에서 전쟁사, 병법사, 국가전략, 군사전략을 강의했다. 옮긴 책으로는 《리델 하트의 군사사상 연구》《리델 하트 사상이 현대사에 미친 영향》《전쟁의 이론과 해석》《전투력과 전투 수행》등이 있으며 《미래전에 대비한 영관장교 교육방안》《기동전 수행을 위한 교육 훈련 발전 방안》과 기계화부대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