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비워라”…광주기지에 떨어진 ‘전격전’‘합동성 강화’라던 사관학교 통합 이유는‘쿠데타론’구호는 ‘스마트 강군’…현장에선 ‘빈총·3단봉 경계’위협보다 정치목표가 먼저?…‘2028년’에 쫓기는 군
  • ▲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026년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해군 잠수함사령부애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026년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해군 잠수함사령부애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내일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이 회수되더라도 크게 문제없다.”(안규백 국방부 장관)
    “크게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다.”(이재명 대통령)
    안 장관은 즉석 수정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나온 이 대통령과 안 장관의 대화다.

    “국방부는 2028년 중순까지 광주기지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하라.”(이 대통령, 8.10)
    “가능한 방안을 찾고 있다.”(국방부 대변인, 8.11)

    매번 이런 식이다. 군에 관해 비전문가인 대통령의 한마디에 안보를 책임진 국방부 장관은 금세 말은 고친다. 대통령이 목표를 제시하면 국방부가 뒤따라 해법과 논리를 찾는 모습이 반복된다. 대통령은 ‘강군’을 외치지만, 최전선에서 ‘빈총 경계’, 후방부대 위병소의 ‘3단봉 경계’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실패하기 십상인 전격전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 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압박은 거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에 국방부는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가 건설될 공군의 광주 제1전투비행단 부지는 도리어 핵심 장애물이 되고 있다. 클러스터가 들어설 광주 비행단에는 3개의 비행대대가 운영되고 있고, 비행단 내의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COB)에는 미 공군의 전시 예비물자를 보관 중이다. 

    예비역 공군 장성은 “광주기지의 3개 비행대대를 다른 곳으로 분산 배치하는데 3년 이상 걸린다”면서 “과거 미 공군이 사용하던 COB에는 많은 분량의 전시 예비물자를 보관 중인데 옮길 장소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기지에는 전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T-50 훈련기 등 공군기가 있고, 교육용 정밀 시뮬레이터도 운영한다. 한반도 서남권 영공 방위를 맡고 있는 광주기지에는 앞으로 국산 전투기 KF-21도 배치될 예정이다.

    따라서 광주기지의 훈련기와 교육장비를 여러 비행단으로 분산 배치하면 조종사 양성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조종사들은 매번 비행단을 옮겨 다니며 교육받아야 한다. 또 기존 훈련기 외에 앞으로 들어올 KF-21 전투기를 다른 비행단에 배치하는 것도 문제다. 다른 공군기지도 이미 포화 상태라고 한다. 광주기지의 COB는 전시 예비물자 보관 외에도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미 공군기가 전개하고, 군산 미 공군기지가 북한 공격에 파괴될 경우 예비기지로도 사용한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국방부는 2028년 중순까지 광주기지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하라”면서 “임시 배치 이전이라도 군 공항 인근의 부지에 산단이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다음 날인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2028년 중순까지 광주기지의 임시 배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가능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2028년이라는 시한을 먼저 제시했지만, 국방부는 분산시킬 기지·비용·미측과 협의·교육체계 유지 등 핵심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사실 반도체 산업단지가 국가 차원에 중요한 사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산업단지 일정에 군 작전기능 이전 일정을 거꾸로 끼워 맞추는 건 무리가 따른다. 정부와 국방부는 반도체 산단의 초기 전력·용수 공급과 공군기지의 대체기능 확보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준비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전격전’을 내세우며 공군기지부터 비우라고 한다.

    전격전(Blitzkrieg)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기갑장교 하인츠 구데리안 등이 발전시킨 전술인데, 기갑부대의 집중 운용에 항공지원·정찰·통신·군수·후속부대가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허술한 전격전은 앞서 나간 부대가 적에게 포위되고, 후방 병참선은 끊겨 큰 희생을 초래하고 실패하기 십상이다.

    ■ 터무니없는 육·해·공사의 국군사관학교 통합론

    이 대통령이 강공으로 드라이버를 걸고 있는 국군사관학교 창설도 비슷하다. 당초 국방부는 각 군 사관학교를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면 합동성이 강화되고, 우수 인재가 모이고, 교육 여건이 나아지며, 예산과 인력도 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제시한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달성되기는커녕 자칫 퇴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대전에 새롭게 국군사관학교를 건설하려면 수조 원이 투입돼야 하고, 해·공군 생도는 멀리 떨어진 바다와 인근 공군기지를 오가며 교육받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국군사관학교와 합동성은 거리가 있다.

    국방부가 강조하는 합동성은 사관학교 단계에서 시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합동작전을 수행할 능력은 각 군의 전문성을 충분히 쌓은 뒤에나 형성된다. 사관학교 통합은 합동성 강화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생도들이 국군사관학교에서 서로 익숙해지면 합동작전을 잘할 수 있다는 논리는 비약이다. 최근 강조되는 다영역임무작전은 지상·해상·공중에 더하여 우주와 전자기 공간까지 결합해있기 때문에 훨씬 더 전문성이 요구된다.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국방부의 설명은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의 한마디를 들은 뒤,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에서 육사를 “쿠데타를 세 번이나 한 중심”이라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쿠데타)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랬다. 그동안 국방부가 제시한 합동성·교육 효율·예산 절감이라는 사관학교 통합 논리는 허구였다. 이제 국방부는 대통령이 밝힌 정치·역사적 문제의식과 국방부가 생각하는 통합논리 가운데 무엇이 실제 정책의 출발점인지부터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 ▲ 군사기획이나 국방부 정책을 추진할 때 이뤄지는 정상적인 절차와 이재명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국방부 정책의 절차의 비교.[생성형 AI ChatGPT로 작성]
    ▲ 군사기획이나 국방부 정책을 추진할 때 이뤄지는 정상적인 절차와 이재명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국방부 정책의 절차의 비교.[생성형 AI ChatGPT로 작성]

    ■구호는 ‘스마트 강군’ 현장은 ‘빈 총 경계’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AI·드론·로봇 중심의 스마트 강군’을 국방개혁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인 8월 초에 육군 1군단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최전방 경계작전 중 공용화기에 실탄을 장전하지 않는 ‘미삽탄 지침’을 시행한 사실이 드러나 군단장이 직무배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화살 창고에 화살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의 ‘강군’ 생각과 달리 군 일선은 ‘속 빈 강정’이었다.

    우리 군의 현장이 속 빈 강정으로 되고 있는 이유는 군 통수권의 군 현장 무시에서 나왔을 수 있다. 1군단 사건만 해도 검증되지 않은 장성을 가장 중요한 전방 축선을 지키는 군단장에 내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1월 장성진급 발표에서 국방부는 육군 준장과 소장 진급자 가운데 비육사 출신 비율이 과거 20%대에서 각각 43%와 41%로 높아졌다고 홍보했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인사 철학이다. 출신별 비율을 장성 인사의 성과처럼 홍보하기보다 실제 작전 능력과 지휘 경험, 전투준비태세를 기준으로 최고의 지휘관을 선발했는지를 설명했어야 했다. 군 인사의 목표는 특정 출신의 비율을 맞추는 게 아니라 가장 유능한 지휘관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메시지도 한몫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대북 확성기와 전단 살포를 중단시켰다. 이어 8월 15일 광복일 경축일엔 “(남북이)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가 중요하다”며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방부는 장병의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며 불침번을 CCTV와 순찰로 대체한다는 정책도 내놨다. 불침번은 수면권보다 더 중요한 경계작전의 기본이다. 심지어 육군본부는 후방부대의 위병소에서 총이 아니라 3단봉으로 경계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처럼 우리 군 내에서 총기와 경계근무의 의미를 계속 낮추는 듯한 정책 신호가 누적되는 가운데 최전방에서는 공용화기 미삽탄이라는 사건까지 등장한 것이다. 대통령의 잘못된 메시지가 개별 사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와 별개로 군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의 기강이 안일하게 퇴보하고 있는데 북한군은 비무장지대 안에서 철책과 도로 공사와 함께 초소를 보강하고 참호망을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전방지역에 낡은 야포 대신 신형 자주포와 대구경 방사포를 설치하고 있다. 핵무기로 대한민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법제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경험으로 배운 드론전술로 북한군을 혁신하고 있다. 우리 군 내부의 경계 완화 논란이 벌어지는 사이에 북한은 전방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폭탄에 국방부는 소화불량
    현재 국방부는 소화불량에 걸려 있어 보인다. 너무 많은 과제에 과부하가 걸려 있다.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일부 연합 야외기동훈련은 축소하고, 전방 경계 병력은 줄이면서 경계는 강화하고, 사관학교 통합하면서 장교 전문성을 높이며, 공군 광주기지를 분산하면서 전투기 조종사 양성은 유지, 방첩사 해체 등 여러 과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달성 목표와 조건이 서로 맞지 않는 과제도 여럿이다. 정상적인 군사기획이라면 ‘위협→임무→필요한 능력→조직→예산→일정’ 순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정치적 목표→날짜→국방부의 방법 모색’ 방식의 비정상적인 절차로 이해된다.

    특히 전작권 전환과 광주 공군기지 분산 이전 등 굵직한 과제의 시한으로 2028년이 반복해 등장한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2028년은 총선이 있는 해다. 군사정책의 시계가 전력화·시설공사·한미 협의에 필요한 시간보다 정치 일정에 의해 먼저 정해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각 정책의 군사적 조건과 일정 산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攻)편에 ‘군주가 전선(전쟁 지역)의 실정을 모른 채 군대를 마치 고삐로 매어놓듯 옭아맨다’는 의미의 구절이 나온다. 이 내용은 첫째 군주가 전선 사정을 모른 채 진격·후퇴를 직접 명령하는 것, 둘째 군정과 일반 행정을 구분하지 못하고 군대를 국정 다루듯 관리해 병사를 혼란케 하는 것, 셋째 군주가 군의 지휘원리를 알지 못한 채 군령에 간섭해 병사들의 신뢰를 흔드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결국 스스로 군을 어지럽혀 승리를 적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군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틀린 지시가 내려오는 때만이 아니다. 지휘관과 참모가 군사적으로 옳은 답보다 상부가 듣고 싶어 하는 답을 먼저 찾기 시작할 때다. 대통령은 질문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과 군 지휘부는 불가능한 것은 위험하다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그것이 문민통제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제대로 된 문민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군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