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맥락 지운 '육사 쿠데타 책임론'쿠데타 처벌 미흡론도 사실과 달라3사 550명은 두고 육사 300명만 통합태릉 육사 캠퍼스 비우려 아파트 개발자운대 재배치·주거 교육 인프라 미흡육사 대위→소령 진급률, 4년 새 15p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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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 등 참석자들이 지난 8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사관학교 통합 반대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논리는 처음부터 기만이었다. 국방부가 내세운 합동성 제고, 미래전쟁 대비, 인구절벽 대응 등의 논리는 명분일 뿐 본질이 아니었다. 근본에는 정치 보복의 의도가 깔려 있다."이명박 정부 시절 국장급 보직을 맡아 국방개혁 업무를 총괄했던 신경철 전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육사 36기·예비역 육군 준장)은 17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 구상을 이같이 평가했다.신 전 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제기한 육사 쿠데타 책임론, 과거 쿠데타 관련자 처벌 미흡론, 육사 출신 장성 보직 독점론 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방부가 사관학교 통합의 근거로 제시한 합동성 강화와 미래전장 대응 논리도 전문군사교육과 실제 합동작전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그는 통합 방식과 이전 대상지가 계속 바뀌는 데다, 합동성 강화를 내세우면서 연간 약 550명을 배출하는 육군3사관학교는 통합 대상에서 제외하고 연간 약 300명을 배출하는 육사만 통합 대상으로 삼은 점을 들어 정부 논리의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
- ▲ 이명박 정부 시절 국장급 보직을 맡아 국방개혁 업무를 총괄했던 신경철 전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육사 36기·예비역 육군 준장). ⓒ신경철 장군 제공
◆다음은 신경철 예비역 육군 준장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육사가 과거 세 차례 군사쿠데타의 중심이었다는 '육사 쿠데타 책임론'을 제기하며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위한 속도전을 주문했다."정부는 합동성 강화, 미래전장 변화, 인구절벽, 지역 균형발전, 생도 수준 제고 등을 내세워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의 사관대학으로 통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며 결국 목표는 육군사관학교를 없애는 데 있었고,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는 그 과정에 함께 묶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1961년 5·16 군사정변과 1979년 12·12 군사반란, 2024년 12·3 비상계엄을 오늘의 육사에 대한 구조적 책임론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육사를 세 차례의 쿠데타와 연결하는 주장부터 역사적 맥락을 따져봐야 한다. 5·16의 성격을 쿠데타로 볼 것인지 혁명으로 볼 것인지는 역사의 평가에 맡길 문제다. 다만 오늘날의 정규 4년제 육군사관학교 교육을 받은 집단이 5·16을 일으킨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 육사는 1946년에 설립됐고 육사생도들을 정규적으로 모집했던 건 10기생부터다. 박정희 장군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육사 8기'는 만주군관학교나 일본 육사 출신에게 육사 기수를 부여한 사례다. 정규 생도 선발과 교육 체계가 자리 잡은 뒤의 육사와 초기 군 창설기의 기수 체계를 동일하게 놓고, ‘오늘의 육사가 쿠데타를 양성한 학교였다’는 식으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12·12를 육사 쿠데타 책임론으로 연결하는 이 대통령의 주장은 타당한가."12·12에 대해서는 정치적·법적 평가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 등 육사 11기 인사들이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12·12는 정권을 탈취할 목적으로 촉발된 게 아니었다. 12·12의 최초 국면은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던 전두환 보안사령관 측이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하고 그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12·12 이후에도 최규하 대통령은 1980년 8월 16일 사임할 때까지 약 8개월간 대통령직을 유지했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로 구성된 정부 체계도 존속하지 않았나. 복잡한 역사적 경위와 후속 정치 과정을 지워 버린 채, 육사라는 교육기관 자체가 쿠데타를 배우고 양성하는 곳이라는 결론으로 가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12·3 비상계엄 당시 명령에 따라 출동한 지휘관과 장병들은 일률적으로 '내란 세력' 또는 '쿠데타 가담자'로 낙인찍혔다."12·3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행사할 수 있도록 부여된 계엄 선포 권한과 관련된 사안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지휘 계통을 통해 관련 명령이 하달되면 군은 사전에 수립된 계획과 예규에 따라 움직이게 돼 있다. 예를 들어 '현 시간부로 작전계획 OOOO 유효'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각 부대는 미리 부여된 임무에 따라 움직인다. 어느 부대는 탄약을 확보하고, 어느 부대는 식량과 장비를 준비하며, 차량은 연료를 채우고, 인원은 지정된 진지나 집결지로 이동한다. 그 이후 어떤 방식으로 경계하고 대응할지도 미리 정해진 절차에 따라 준비한다. 군은 위기 상황에서 이런 준비를 해야 초기에 대응 주도권을 잃지 않고 기습에 대비할 수 있다. 12·3 당시에도 작전부대 지휘관들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상부 지휘 계통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뿐 정권을 탈취하거나 쿠데타를 하려고 출동한 게 아니다. 그러니 국회 측도 탄핵심판 과정에서 내란죄 등 형법상 범죄에 대해선 심판청구를 사실상 철회하겠다고 한 것 아닌가. 12·3 계엄 당시 대통령의 출동 지시를 받은 군인들이 출동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쿠데타다."- 과거 쿠데타에 연루된 인사들이 처벌받지 않았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12·12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산도 몰수됐고, 당시 가졌던 권한과 지위도 모두 부정됐으며 유해를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못했다. 생전 자신이 사단장을 지낸 파주에서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해당 지역에서도 안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유해는 아직 안장되지 못한 채 자택에 보관돼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해도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했다. 소위 12·12를 뒷받침했다는 '하나회' 출신들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으로 숙청됐다. 현 계급에서 진급이 동결된 채 전역했고, 해외로 이민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누렸던 권한은 모두 박탈됐다. 황영시 전 참모총장을 비롯해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 정도면 처벌받은 것 아닌가. 그런데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이유로, 그 명령에 따라 움직였던 군인들까지 전부 구속해 놓고 연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변호사를 선임할 돈도 없어 이리저리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이 과도하고 잘못된 처벌이 아니면 무엇인가. ‘처벌받은 적이 없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 자체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이 대통령은 특정 사건 관련자들의 출신 학교를 근거로 육사 전체를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듯하다."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이는 단순한 논리의 비약을 넘어 논리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특정 인물의 행위를 이유로 그들이 나온 교육기관 전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교육개혁이 아니라 정치적 낙인찍기에 가깝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계엄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과 집행에 관여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졸업한 서울대와 충암고를 없애야 한다는 말인가. 특정 사건에 연루된 일부 인물의 출신 학교를 근거로 그 교육기관 전체의 존립을 문제 삼는다면 왜 육사에만 그 기준을 적용하는가. 육사에 대해서만 쿠데타를 도모하거나 양성하는 학교인 것처럼 말하고, 앞으로도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나치다. 병사들까지 휴대전화를 갖고 있고, 누구나 손안의 기기를 통해 정보와 법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쿠데타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
- ▲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도심 내 공공 부지 활용(4만3500가구), 신규 공공주택지구 조성(6300가구), 노후청사 복합개발(9900가구) 등으로 약 6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 이 대통령의 육사 이전·통합 구상은 2022년 대선 국면 당시 '안동 이전' 공약에서 출발해, 현 정부 들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과 국군사관학교 창설 논의로 확장됐다."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 분과위원장을 맡았던 최영진 중앙대 교수가 제언한 최초 구상은 사관생도의 '인서울' 교육을 핵심으로, 태릉에서 육·해·공군 사관생도 1·2학년을 함께 교육하고 3·4학년은 각 군 사관학교에서 군종별 전문교육을 받는 '2+2' 방식이었다. 사관생도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타개책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육군3사관학교까지 통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육사 3·4학년 과정은 3사관학교가 있는 영천에서 운영하고, 해사는 진해, 공사는 청주에서 각각 전문교육을 맡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후 구상은 달라졌다. 1·2학년 통합교육 장소는 태릉이 아닌 대전 자운대로 바뀌었고, 해사와 공사는 기존 진해·청주에 두되 육사는 전남 장성으로 보내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과정에서 처음 통합 대상으로 거론됐던 3사관학교는 제외됐다.이 같은 변화는 군 교육체계나 합동성 강화를 위한 일관된 설계라기보다, 태릉의 육사 캠퍼스를 아예 존치하지 않도록 아파트를 지어 개발 이익을 얻으려는 데 목적이 있다. 처음에는 생도들의 '인서울' 교육을 내세워 태릉에 1·2학년을 수용하겠다고 해놓고, 결국 인서울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자운대로 바꿨다. 해사와 공사는 기존 진해·청주에 두면서 육사만 장성으로 보내려다가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고, 시설 완공 전까지 태릉을 임시 교육시설로 활용하는 방향을 발표했다. 통합 방식과 이전 대상지, 교육 과정이 계속 달라지는 모습은 군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한 일관된 계획이 있는지 의문을 낳는다. 사관학교 통합은 장교단의 전문성과 군 구조, 교육시설, 가족 지원체계, 지역사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할 국가안보 사안이다. 이런 중대한 사업이라면 먼저 명확한 마스터플랜과 검증 가능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우주·사이버까지 전장이 확장되는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비하려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적의 위협과 가용 전력, 과학기술은 변해도 군사작전의 기본 공간인 지형 여건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구의 기본 전장 공간은 하늘과 바다와 땅이다. 미래로 간다고 하늘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각 군의 활동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해군은 수상에서 수중으로, 지상군은 지상에서 지하 공간으로 작전영역을 넓혀 왔다. 공중전력 역시 우주 기반 정보·감시·통신 자산과 연계되고, 사이버라는 새로운 작전영역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영역이 확대된다고 해서 기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래전장에서도 하늘·바다·땅이라는 기본 전장 공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주·사이버 영역이 중요해질수록 오히려 각 군의 고유 전문성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연결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
- ▲ 국방부는 지난 7월 16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합동성 강화를 추진 배경으로 내세웠다. 자운대는 대전 유성구 자운동 일대의 육·해·공군대학과 합동군사대학,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군 교육시설을 통칭하는 명칭이다. ⓒ뉴시스
-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합동성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합동성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합동성이란 육·해·공군이 각자의 고유한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뒤, 전투 현장에서 각 군의 전력과 능력을 조화롭게 결합해 하나의 작전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다. 해군은 바다에서 싸울 사람을 길러야 하고, 육군은 땅에서 싸울 사람을 길러야 하며, 공군은 하늘에서 싸울 사람을 길러야 한다. 나는 이를 상어·호랑이·독수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바다에서 싸울 생도는 상어처럼, 지상에서 싸울 생도는 호랑이처럼, 하늘에서 싸울 생도는 독수리처럼 길러야 한다.그다음에야 육·해·공군이 전장 안에서 서로의 전력과 능력을 맞물려 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합동성이다. 각 군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어느 영역을 누가 맡아야 하는지, 어떻게 중복과 누락 없이 전투력을 운용할지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합동작전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사관학교 과정과 초급·고급 군사교육 과정에서는 각 군 중심의 전문교육을 한다. 합동성은 소령·중령급 이후, 합동참모대학과 실제 작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우리도 중령급 장교들이 국방대학교 산하 합동참모대학에서 교육받고, 부대에서는 각 군 연락장교가 함께 작전계획을 세우며 합동성을 구현한다. 그 뒤 더 높은 계급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전구급 작전에서 각 군의 능력을 결합하는 것이 합동성이다."- 이재명 정부의 합동성 강화론은 군사교육과 합동작전의 기본 원리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발상인 것 같다."그렇다. 예를 들어 사단급 작전계획은 주로 중령급 장교들이 수립한다. 공군 지원이 필요한 작전이라면 공군 연락장교가 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한다. 공군이 이번 작전에서 제공할 수 있는 항공전력과 화력지원 범위를 설명하면, 지상군은 지상화력이 담당할 구역과 공중화력이 맡아야 할 구역을 조정한다. 그렇게 지상화력과 공중화력을 조화시키고, 실제 작전으로 연결하는 것이 합동성이다. 군단급으로 올라가면 육군 대령급 장교와 공군 중령급 장교 등이 같은 방식으로 작전계획을 만든다."- 합동성은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나."걸프전이 좋은 사례다. '사막의 방패 작전'과 '사막의 폭풍 작전', 그리고 지상군 기동의 마지막 단계였던 '사막의 칼 작전'은 육·해·공군이 장기간에 걸쳐 능력을 결합한 합동작전이었다. 지상군이 기동작전에 들어가기 전 해군은 함정에서 토마호크 미사일로 주요 표적을 먼저 타격했고, 공군은 항공작전을 통해 지상군에 위협이 될 표적을 지속적으로 무력화했다. 그렇게 적의 위협을 줄이고 지상군이 기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뒤 지상군이 작전에 들어갔다. 이것이 합동성이다. 모든 전력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움직여야만 합동작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맞춰 타격하고, 어떤 경우에는 시간차를 두고 같은 공간에 전력을 집중하며, 또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전력을 결합한다. 중요한 것은 각 군의 능력과 제한사항을 상호 보완하면서 중복과 누락 없이 전투력을 운용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이다.이런 수준의 합동성은 전구급 작전에서 본격적으로 구현된다. 한반도 전구나 중동 전구처럼 육·해·공군 전력이 광범위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하나의 작전 목표를 향해 운용될 때, 비로소 합동성의 진가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합동성을 생도 때부터 획일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다. 미래전장과 합동성은 사관학교의 물리적 통합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호가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을 어떻게 보존하고, 전구급 작전에서 이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의 문제다. 정부가 제시한 통합 논리는 이 순서와 인과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
- ▲ 대전 자운대에 설립될 국군사관학교 예상 조감도. ⓒ국방부 제공
- 정부는 합동성 강화를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자운대의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겠다면서 정작 3사관학교는 통합 대상에서 제외했다."처음에는 육·해·공군 사관학교뿐 아니라 영천의 3사관학교까지 육사와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런데 자운대 수용 여건 등이 문제가 되자 3사관학교는 통합 대상에서 빠졌다. 3사관학교는 한 학년 약 550명, 육사는 약 300명 규모의 장교를 배출한다. 두 학교를 합치면 매년 약 850명의 장교가 임관하는 셈이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육사 출신 약 300명에게는 합동교육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보다 많은 3사 출신 장교에게는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 과연 일관된 논리인가. 3사 출신도 최고지휘관까지 진출하는 현실에서, 왜 육사 출신에게만 합동성 교육이 필요하고 3사 출신에게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합동성 강화가 정말 사관학교 통합의 핵심 목적이라면, 3사관학교를 통합 논의에서 제외할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자운대의 수용 여건과 교육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자운대는 비어 있는 땅에 사관학교 건물 하나를 새로 올리면 되는 곳이 아니다. 자운대에는 육·해·공군의 여러 교육기관과 지원시설이 이미 밀집해 있고, 교육생과 교관, 지원 인력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주거시설도 갖춰져 있다. 교육사령부와 간호사관학교, 군수·통신 관련 교육기관 등 여러 기관이 함께 있는 복합 군사교육 단지다.통합 사관학교를 자운대에 새로 수용하려면 기존 교육기관의 재배치와 이전부터 검토해야 한다. 건물만 옮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령급 이상 교육생과 교관, 지원 인력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과 생활 편의시설은 물론, 자녀 교육을 위한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정주 여건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기존 시설을 재배치하고 주거·교육 기반을 새로 갖춘 뒤에야 통합 사관학교 시설을 지을 수 있다. 따라서 자운대 이전은 단순한 학교 이전이 아니라 여러 군 교육기관, 가족 주거단지, 지원체계를 함께 옮기는 대규모 재배치 사업이다."- 단기간에 국군사관학교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은 실행 불가능할 것 같다."이전 대상 기관의 대체시설과 가족 주거 여건을 먼저 마련하고, 기존 시설을 이전·철거한 뒤 새 사관학교를 건설해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들 수밖에 없다. 사관학교 통합과 이전에 필요한 비용은 3조 원대로 추산된다. 그 재원을 기존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교육시설 첨단화, 교육과정 개편, 교수진과 연구역량 보강, 미래전장 대응 체계 구축에 우선 투자하는 편이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다. 통합과 이전이 정말 그만한 비용과 혼란을 감수할 만큼 불가피하고 효과적인 선택인지, 정부는 이전비용·시설 신축비·기존 기관 재배치 비용·가족 주거 지원비까지 포함한 전체 사업비와 기대효과를 국민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충분한 부지·시설·예산·이전계획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이 사업이 어떤 현실적 근거 위에서 추진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하위 장교 단계에서는 육사 출신이 얼마 되지 않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육사가 거의 독점하는 구조"라며 육사 출신 장성 보직 독점론을 제기했다."특정 교육기관 출신이 상위 지휘관에 많다는 현상만으로 그 학교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육사는 고교 단계에서 장기복무 장교를 목표로 하는 인재를 선발해 4년 동안 군사교육과 리더십 교육을 하고, 임관 뒤에도 장기간 군 경력을 쌓도록 설계된 교육기관이다. 그런 구조에서 육사 출신이 장기복무를 거쳐 상위 지휘관으로 많이 진출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정부 부처의 고위직에 행정고시 출신이 많고, 외교 분야의 고위직에 외무고시 출신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처음부터 국가의 핵심 보직을 맡을 인재를 선발해 장기적으로 교육하고 경력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경찰 조직에서도 경찰대 출신이 상위직에 많이 진출하는 현상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육사 출신만 장군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3사관학교, ROTC, 학사장교 등 다양한 경로로 임관한 장교들도 장기복무를 거쳐 고위 지휘관으로 진출해 왔고, 3사와 ROTC 출신 장교도 합참의장을 지냈다."- 사실 최근의 인사 흐름은 이 대통령의 지적과 반대로 가고 있다. 육군 전체 진급률과 학군·3사 출신의 진급률이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육사 출신의 하락 폭만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육군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하는 심사에서 육사 출신은 대상자 279명 가운데 173명이 선발돼 진급률 62.0%를 기록했다. 2022년 77.4%와 비교하면 15.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특히 2024년 74.1%, 2025년 71.9%였던 진급률이 올해 62.0%까지 떨어졌다."장기복무 장교단의 사기와 인사 운용 측면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런 진급률 하락은 사관학교 통합 논의와 육사 쿠데타 책임론이 제기되는 시점과 겹치면서 장교 후보생과 현 생도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군에 들어오려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선택이 존중받고, 전문성과 장기복무 의지가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신뢰를 가져야 한다. 장교 양성체계에 대한 개혁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장교단의 자부심과 지원 의지를 꺾는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태릉 육사의 역사적 상징성은 이전·통합 논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나."태릉의 육사는 단순한 학교 부지가 아니다. 육사생도 1·2기 539명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생도전투대대로 편성돼 전선에 투입됐다. 이들 가운데 245명이 전사했다. 임관도 하기 전인 젊은 생도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나섰고, 그 희생의 기억이 태릉의 역사와 연결돼 있다. 전쟁으로 큰 희생을 치른 뒤 육사는 1951년 진해에서 4년제 정규 사관학교로 재건됐다. 밴 플리트 장군은 전쟁 중에도 한국군의 장교 양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육사 재건을 지원했다. 육사가 오늘의 화랑대 육사 체제를 갖추는 과정에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만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역사도 함께 새겨져 있다.그래서 태릉을 단순한 개발 가능 부지나 행정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학교 터로만 봐서는 안 된다. 미국이 웨스트포인트를 독립전쟁의 역사와 국가 정체성이 깃든 장소로 보존하듯, 우리도 태릉이 지닌 호국의 상징성과 국군 장교 양성의 역사를 이전·통합 논의에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관학교 체계를 손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태릉을 어떻게 비울 것인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장교를 길러내고 어떤 군대를 만들 것인가여야 한다. 그것이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를 논하는 자세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논리는 처음부터 다른 목적을 가진 것이었나."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논리는 처음부터 기만이었다. 국방부가 지금까지 내세워 온 논리는 결국 명분으로 내건 허울 좋은 설명에 불과했다. 합동성 제고, 미래전쟁에 대비한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인구절벽 대응 같은 설명은 본질이 아니었다. 근본은 정치 보복이다. 지난 5일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드러났듯, 이 대통령은 육사를 쿠데타 세력의 산실로 바라보고 이를 폐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안보와 장교 양성의 근간인 사관학교 문제를 과연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 ▲ 2024년 2월 2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 연병장에서 제80기 졸업 및 임관식 2부 '화랑대의 별'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 ⓒ뉴시스
◆ 신경철 예비역 육군 준장은육사 36기로 임관해 육군 제5군단 작전참모를 지냈고, 국방부에서 국방운영개혁관과 군구조개혁추진관을 역임했다. 국방부 재직 말기 6년간 조직·정원·편제와 국방개혁 업무를 총괄하는 국장급 보직을 맡아 국군 전반의 조직·인력 운영과 개혁 과제를 담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