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차 … 사방에서 터진 '조기 레임덕' 경고음李 지지율 30%대 첫 진입 … 같은 진영마저 등돌렸다DJ·盧·文 데자뷔 … 민주당 정권 잔혹사 되풀이되나부동산·권력암투·형소법 … 레임덕 동시다발 트리거
- ☞ 레임덕(lame duck)은 임기 만료를 앞둔 현직 대통령에게 나타나는 권력 누수(漏水) 현상을 가리킨다. 대통령의 권위와 명령이 국정 현장에서 제대로 관철되지 못하는 상태를 절뚝거리며 걷는 오리에 빗댄 것이다. 흔히 '임기 말 증후군'이라 불린다. 권력 누수가 한층 더 심화해 국정 장악력을 아예 상실한 지경에 이르면, '죽은 오리'라는 뜻의 데드덕(dead duck)이라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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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부처 업무 보고를 듣고 있다. ⓒ뉴시스
◆집권 2년 차에 켜진 '조기 레임덕' 경고등레임덕 신호는 대개 임기 중후반에 포착된다. 권력이 정점을 지나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조짐이 쌓여 본격적인 권력 누수로 번진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이 예외 없이 밟아 온 수순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 오랜 문법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정권의 동력(動力)이 한창 살아 숨 쉬어야 할 취임 2년 차 초입이다. 하지만 민심 이반, 당정(黨政) 관계, 입법 독주 등 곳곳에서 레임덕 경고등이 켜졌다. 예상보다 훨씬 이르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이다.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를 거듭 갈아치우고 있다. 뉴데일리 의뢰로 리서치웰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6%, 부정 평가는 56.7%였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가 46.2%, '잘못하는 편이다'가 10.5%, '매우 잘하고 있다'는 25.1%, '잘하는 편이다'는 14.5%였다. 뉴데일리 정례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43.2%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웃돌았다. (해당 조사는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무선전화(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지난 9일 일본 산케이신문 계열 '주간 후지'는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국내외 시선이 심상치 않다. 지지율 하락의 뒷면을 보면, 여러 겹의 악재(惡材)가 포개져 있다. 먼저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강력한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자산 이슈에 민감한 서울 민심이 크게 요동친다. 여기에 롤러코스피로 불리는 증시 급등락이 겹쳤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의 연임(連任)을 포석으로 한 개헌론(改憲論) 이슈, 문조털래유 진영의 강경 발언이 촉발한 당정 갈등까지 잇따랐다.역대 정부의 궤적을 되짚어 보면 이 조기화(早期化) 현상은 한층 도드라진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레임덕을 겪었다. 대형 사태가 터질 때마다 지지율이 급전직하(急轉直下)했다. 그 트리거는 놀라울 만큼 유사했다. 측근 비리(非理), 대형 재난·참사 대응 실패, 내부 균열(龜裂),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까지. 대개 정권의 동력이 자연히 소진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취임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 정도 밀도로 경고음이 터진 건,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 처음이다.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같은 민주당 계열이었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사례다. 지지 기반의 성격, 개혁 어젠다, 부동산 민심의 결이 이재명 정부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과거 레임덕 잔혹사(殘酷史)를 되짚어 보면, 지금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경고음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할 단서를 얻을 수 있다. -
- ▲ (왼쪽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연합뉴스
◆아들 리스크에서 IMF까지 … 6%로 무너진 문민정부레임덕 잔혹사의 출발점은 김영삼 정부다. 화려한 출발이었다. 취임 초 금융실명제 단행하고 하나회를 숙청하는 등 파격적 개혁(改革) 드라이브에 힘입어 한때 80%대 지지율(한국갤럽 비정기 조사 및 언론사 자체 여론조사 취합)을 구가했다. 임기 중반부터 문제가 터졌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연달아 붕괴하면서 '사고 공화국(事故 共和國)'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지지율은 1994년 말 36%, 1995년 중반 28%까지 가라앉았다.결정타는 임기 말에 집중됐다. 1997년 1월, 재계 서열 14위 한보그룹이 부도를 냈다. 정관계 로비 의혹, '한보사태'가 불거졌다. 그해 5월에는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구속됐다. 한보 특혜 대출과 이권 개입 의혹 때문이다. 김현철씨는 소통령(小統領)으로 불리며 국정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그런 아들의 구속은 정권의 도덕적 기반에 치명상을 입혔다. 여기에 기아그룹 부도 사태, 노동법 날치기 파동까지 터졌다. 지지율은 1997년 2~5월 14%, 5~8월에는 7%로 주저앉았다. 그해 11월 21일,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救濟金融)을 공식 신청했다. 김영삼 정부는 임기 마지막 몇 달을 사실상 '국정 마비' 상태로 마감했다. 퇴임 직전 지지율은 6%까지 떨어졌다.◆'연쇄 비리 게이트' … 홍삼트리오, 연정 파트너 이탈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를 표방했다. 외환위기 수습과 남북정상회담(2000년 6월)으로 임기 초중반 지지율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집권 4년 차인 2000~2001년 위기가 찾아왔다.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가 연쇄적으로 터졌다. 이른바 '3대 게이트'다. 권력형 비리(非理) 의혹이 정권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무엇보다 뼈아팠던 대목은 대통령의 두 아들이 연루(連累)된 사건이었다. 차남 김홍업씨와 삼남 김홍걸씨가 나란히 구속됐다. 이권 청탁과 관련한 알선수재·조세포탈 혐의였다. '홍삼(弘三)트리오'라는 자조 섞인 별명까지 세간에 회자됐다. 설상가상으로 2001년 9월, 자민련이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공동여당 자민련과의 'DJP 공조'가 붕괴됐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이던 연정(聯政) 파트너를 잃은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레임덕은 임기 마지막 해까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됐다. 취임 초 40%대였던 지지율은 임기 말 20%대 초중반까지 주저앉았다.◆노무현의 '大聯政 승부수' … 역풍과 여당 분당 사태노무현 정부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임기 첫해부터 최도술 측근 비리 사건이 터졌다. 이어 헌정사에 유례없던 탄핵소추(彈劾訴追, 2004년 3월)까지 겪었다. 다만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오히려 지지율이 반등하는 이례적인 국면도 있었다.진짜 균열(龜裂)은 임기 중반에 찾아왔다. 2005년 7월 노 전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 한나라당에 권력을 나누는 '대연정(大聯政)'을 전격 제안한 것이다. 명분은 지역구도 해소였다. 그러나 여권의 오랜 지지 기반, 호남과 진보 진영이 거세게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폭탄은 저쪽을 향해 던졌는데 오히려 우리 편 등 뒤에서 터져버렸다"고 토로했다. 역풍은 그만큼 매서웠다. 지지 기반은 사실상 와해(瓦解)됐다. 그 여파로 여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결국 2007년 열린우리당은 분당(分黨) 사태를 맞았다. 임기 말 여권은 뿔뿔이 흩어졌다.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를 둘러싼 땅 투기, 세종증권 관련 금품수수 의혹까지 불거졌다. 참여정부는 20%대 후반에서 1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안은 채 임기를 마감했다. -
- ▲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2017년 5월 9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포옹하고 있다. ⓒ뉴데일리
◆부동산 폭등 사태의 시작 … 제대로 불붙은 내로남불문재인 정권은 레임덕이 없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퇴임 지지율이 직선제 개헌 이후 최고치인 45%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임기 5년이 순항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국 사태와 부동산 실정(失政) 등 숱한 균열 속에서 지지율은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레임덕 없는 정권'은 허명(虛名)에 가깝다는 시각이 중론이다.2019년 8~9월 '조국 사태'가 첫 균열이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이 터지자,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은 3주 만에 45%대에서 40%까지 빠졌다. 좌파 진영을 둘러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내로남불)' 멸칭(蔑稱)이 이때 처음으로 붙었다. 조국 후보자가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강조해 온 인물이었던 만큼, 이중잣대 비판은 더 매섭게 번졌다. 두 번째 균열은 부동산이었다. 스무 차례 넘는 대책에도 집값은 폭등했고, 2020년 8월 지지율은 39%까지 밀렸다. 2021년 3월에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投機) 의혹까지 겹치며 '내로남불'이 재소환됐다. 그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모두 내줬다. 부동산 민심 이반의 결과였다.지지율이 임기 막판 40%대로 반등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가 만든 일시적 결집 효과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로남불과 부동산 실정(失政)이 남긴 균열은 여전했다. 문 전 대통령 개인 지지율은 지켰지만 정작 정권 재창출(再創出)에는 실패했다.◆되풀이되는 패턴 … 이재명 정부는 어디로 가나역대 정부의 레임덕을 관통(貫通)하는 방아쇠는 크게 네 갈래다. 첫째는 대통령의 주변을 둘러싼 논란이다. 둘째는 대형 재난·참사 대응 실패다. 셋째는 여당과의 균열, 혹은 무리한 정치적 승부수다. 넷째는 권력기관·사법(司法)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다.공교롭게도 현재 이재명 정부는 같은 민주당 계열이었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헛발질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중 정부는 측근들의 비리 의혹과 연정 파트너의 이탈이 레임덕을 불렀다. 노무현 정부는 '내 편'을 향한 무리한 승부수가 지지 기반을 와해(瓦解)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검찰개혁 갈등을 겪었다. 세 정부의 이력은 지금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대장동 의혹, 당정 갈등, 개헌론 파동, 부동산 민심 이반,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과 겹치는 지점이 많다.결정적 차이도 있다. 역대 정부의 '치명상(致命傷)'은 대개 임기 3~4년 차에 찾아왔다. 정권의 동력이 자연히 소진되는 시점이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취임 15개월 만에 조기 레임덕 경고음이 울렸다. 시점이 확연히 이르다. 압도적 국회 의석을 지닌 여당이 뒷받침한다는 점은 과거 민주당 정부들과 다르지만, 역사는 다른 교훈도 남겼다. 김대중 정부의 DJP 붕괴, 노무현 정부의 여당 분당이 그 증거다.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도 당정 갈등이 심화하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 경고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앞선 민주당 정부들의 전철(前轍)을 밟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