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를 N차 관람해야 하는 이유다시 봐야 액션 속 서사가 보인다443만 관객 사로잡은 명장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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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HOPE)'가 개봉 한 달을 넘긴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호프'는 14일 기준 누적 관객 443만 명을 기록하며 올여름 극장가의 주요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다. 거대한 재난의 공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과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빠르게 이어지는 장면 전환이 입소문을 타면서 'N차 관람' 열기에도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독창적인 장르 세계를 구축해 온 나홍진 감독은 이번에도 익숙한 공식 대신 낯선 상황을 스크린에 끌어들였다. 영화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에서 정체불명의 존재 '마베이요'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산불 진화에 지원 인력이 투입되고 통신마저 끊긴 상황에서 마을을 지킬 사람은 사실상 남겨진 이들뿐이다.
호포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과 순경 '성애(정호연 분)'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마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놈의 정체를 확인하려 산으로 향한 청년들과 '성기(조인성 분)'는 오히려 사냥의 대상이 된다. 한쪽에서는 생존을 위한 판단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선택이 연쇄적으로 파국을 키운다. 개인의 무지에서 시작된 사건이 집단의 충돌을 거쳐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확장된다는 점이 '호프'가 액션 너머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
◆ 절체절명의 순간, 그가 등장한다
그 가운데 관객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은 장면은 단연 액션 시퀀스다.
첫손에 꼽히는 장면은 숲에서 펼쳐지는 '성기' 구출이다. 마베이요에게 쫓기며 벼랑 끝에 몰린 '성기' 앞에 '현호(서범식 분)'가 말을 타고 나타난다. 질주하는 백마와 함께 순식간에 위기를 뒤집는 이 장면은 영화의 기묘한 세계관과 압도적인 영상미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특히 이 장면은 단순히 말을 타고 달리는 액션으로 끝나지 않는다. 루마니아 레테자트의 울창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고속 촬영이 더해지면서 인물과 말의 움직임이 극도로 세밀하게 포착됐다.
촬영을 위해 국내 훈련과 사전 테스트를 거친 뒤 현지에서도 적응 과정을 밟는 등 상당한 준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
◆ 자동차 드리프트, 총기 액션 … 새로운 여전사의 탄생
두 번째는 '성애'의 등장이다. 정호연이 연기한 호포항 순경 '성애'는 등장부터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다. 자동차 액션과 총격이 결합된 장면에서 그는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단번에 각인시킨다.
정호연은 촬영 당시 나홍진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첫 등장 장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앵글과 인서트를 시도했고, 한 장면을 위해 20회 이상 촬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호연 역시 총기 사용과 사격 자세를 익히고 차량 액션 훈련을 소화하며 장면의 설득력을 끌어올렸다.
'오징어 게임(Squid Game)'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한 정호연이 '호프'에서 보여준 새로운 얼굴도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이유다. 특히 등장과 동시에 차량을 능숙하게 다루고 총기 액션까지 선보이는 모습은 기존 이미지와는 또 다른 강렬함으로 받아들여졌다. -
◆ 이제는 말까지 잘 타는 조인성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영화 후반부를 장식하는 성기대교 추격전이다. 말과 자동차가 같은 도로 위에서 속도를 겨루고, 마베이요의 추격과 총격까지 겹쳐지면서 영화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는다.
경남 합천 성기대교 일대에서 촬영된 이 시퀀스는 승마와 차량 액션을 동시에 구현해야 했던 만큼 배우와 제작진 모두에게 고난도 작업이었다. 반복적인 리허설을 통해 각각의 움직임과 타이밍을 맞춘 결과, 말과 차량이 만들어내는 속도감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장면으로 완성됐다.
'호프'가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데에는 이런 액션의 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황정민, 조인성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극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하고, 정호연 역시 작품의 중요한 축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기에 나홍진 감독 특유의 불안과 긴장을 끌어올리는 연출이 결합하면서 단순한 괴수 액션과는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
◆ 다시 봐야 보이는 장면의 디테일
제작진 역시 영화의 액션을 단순한 볼거리로 소비하기보다 인물과 이야기의 흐름을 움직이는 장치로 활용하는 데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각 액션 장면이 이야기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까지 고민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며 "극장에서 이미 영화를 본 관객도 장면의 디테일과 배우들의 움직임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N차 관람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오히려 단순하다. 내가 옳다고 믿는 판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재앙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 '호프'는 이 불편한 질문을 거대한 액션과 생존극 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질문을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스크린 위의 세 장면이다. 백마를 탄 남자의 질주, '성애'의 폭발적인 첫 등장, 그리고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추격전. 이미 443만 관객이 선택한 '호프'가 시간이 지나도 다시 회자되는 이유다. -
[사진 제공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포지드필름스 / 퍼스트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