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반도체 벨트, 中 원산지 세탁 통로"…美, 韓 '불법 환적 위험국' 지정中 겨냥 드론·부품 최대 100% 관세 … 한국산은 15% 적용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중국산 제품의 대미 관세를 피하기 위한 '불법 환적' 고위험 국가로 지목했다. 특히 경기 지역 반도체 벨트가 중국산 집적회로의 우회 유통 경로로 활용될 가능성까지 직접 거론했다.

    여기에 중국산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드론과 관련 부품에는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산 제품의 제3국 우회 수출을 차단하는 동시에 첨단·전략산업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까지 낮추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거대한 환적 사기(The Great Transshipment Scam)'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을 돕는 이른바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에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멕시코와 캐나다,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한국 등을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 정부와 수출업체들이 제3국을 활용한 우회 수출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국가를 거쳐 단순 가공하거나 라벨·포장·송장 등을 바꾸는 방식으로 중국산 제품의 원산지를 세탁하는 행위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식 무역정책은 공정한 무역을 유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불법 환적 사기로 미국이 매년 수백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8년 대중 고율 관세 도입 이후 미국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감소한 반면 한국을 비롯한 40여개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을 우회 수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백악관은 환적 위험과 연관된 40개국을 3개 등급으로 나눴다. 한국은 캐나다와 EU, 인도,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대만과 함께 가장 높은 단계인 '티어 1(다변화된 물량 상위국)'으로 분류됐다.

    티어 1은 중국 관련 물량을 대규모로 취급하면서 다양한 산업 기반과 대미 수출 플랫폼을 갖춘 국가들이다. 백악관은 정상적인 교역 규모 자체가 큰 이들 국가의 공급망에 중국산 제품의 불법 환적 위험이 숨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산업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기 반도체 벨트가 HS 854239(기타 집적회로)의 우회 유통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우회 유통이 피닉스와 오스틴, 포틀랜드, 산호세 등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특정 생산 지역까지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의 원산지 검증이나 통관 감시가 강화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른바 '국경탐정' 프로그램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속적인 검증과 평가를 통해 관세 회피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압박은 드론 산업에서도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인항공체계(UAS)와 관련 부품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도 서명했다.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드론과 관련 부품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관세율은 드론의 크기와 기능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국가안보에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일정 크기 이상의 드론이나 특정 기능을 갖춘 제품에는 100%, 그보다 작은 드론과 일부 부품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100% 관세는 다음 달 3일부터 시행되고 25% 관세는 18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2월 9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한국을 비롯해 EU와 일본,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대만산 드론과 부품에는 1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영국산 제품에는 10%가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해외 드론 공급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생산 기반을 강화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