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선 5m 안전난간 설치 후 사망자 0.1명으로 감소영국은 안전난간 높이 최소 2.5m 권고…"월담 어려워야"서울도 지하철 스크린도어 전 역사 설치 후 사고 '0건'전문가 "국가 예산 투입…부처별 역할·협력 체계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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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 난간의 한 기둥 위에 소방청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노유지 기자
2682명.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투신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숫자다. 하루 평균 7.3명이 건물 옥상이나 교량을 찾아 목숨을 끊었다. 이는 전체 자살자 가운데 18%로 5명 중 1명은 투신해 숨진 셈이다. 추락사는 직전 5년간 벌어진 자살 사망 사고 중에서도 유일하게 오름세를 유지해 왔다.전문가들은 안전난간, 자동개폐장치 등 '수단 제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국가 자살 예방 시행 지침을 통해 수단의 접근성·치사성을 줄일 때 전체적인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담당 업무가 분산된 데다 예산마저 부족해 관련 사업이 제자리걸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교량 '난간' 5m 높여 투신 사망 0.1명으로 낮췄다캐나다 토론토는 지난 2003년 프린스 에드워드 고가교에 약 5m 높이 안전난간을 설치했다. 이는 교량이나 건물 난간을 상향 조정하는 등 투신 난도를 높여 자살을 방지하는 장치다. 캐나다 연구진이 1993년부터 22년간 장기 추적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안전난간 설치 후 11년 동안 발생한 추락 사망 사고는 1건뿐이었다. 연평균 0.1명 수준으로 과거 동기간(연 9명) 대비 약 99% 줄었다.해당 고가교 대신 타 교량 투신율이 오히려 증가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토론토 전체 교량에서 발생한 추락사 규모는 안전난간 설치 전후로 각각 연평균 18.8명, 10명을 기록했다. 안전난간 하나라도 확실하게 접근을 차단하면 교량 투신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
- ▲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 난간의 한 기둥 위에 소방청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노유지 기자
◆ 영국은 안전난간 높이 2.5m 권고…서울도 이미 '정답' 경험영국 런던은 추락 방지를 목표로 난간의 구체적인 설계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2022년 마련된 고층 건물·구조물 자살 예방을 위한 실무 지침에 따르면, 난간의 높이를 최소 2.5m로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영국의 통상 추락 방지 규정인 최소 높이 1.1m보다 높아진 기준이다. 또 발을 딛고 올라설 수 있는 부분을 없애고 난간 상부를 안쪽으로 휘는 등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구조를 주문했다.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반박했다. 런던 대화재 기념비에 19세기 당시 투신을 막기 위한 그물망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됐지만 조망을 훼손하지는 않는다는 게 지침의 주장이다.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위험 행동 발견 시 즉시 대처 가능한 감시 체계와 행동을 어렵게 만드는 물리적 장벽이 함께 작동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서울에도 이를 입증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지하철 스크린도어다. 최근 서울시가 집계한 승강장 관련 안전사고 현황을 보면, 스크린도어 설치 이전인 2001~2009년 지하철 사고 사망자는 연평균 37.1명에 달했다. 반면 설치 후인 2010~2024년에는 연평균 0.4명으로 급감했다.서울시가 스크린도어 설치를 본격 추진한 것은 2006년이다. 그때만 해도 설치 비용과 유지·관리 부담, 역사별 구조 차이 등을 이유로 일부에만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 역사 설치를 밀어붙이며 예산이 투입됐다. 이에 서울 지하철 1~8호선 262개 모든 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됐다. 이후 9호선·경전철까지 설치를 확대해 345곳으로 범위를 넓혔다.현재는 지하철 사고 자체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선로 투신·추락, 열차 접촉 등에 따른 사망·부상자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 ▲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에 설치된 안전난간 너머로 한강이 보이고 있다. ⓒ노유지 기자
◆ 관건은 예산 투입…행안부도, 서울시도 "장담 못 해"문제는 비용이다. WHO 역시 자살 예방 정책의 주요 실행 조건으로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제시했다. 정부도 최근 자살 예방 정책에서 수단 제한에 주목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예산 투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8일 지자체 관할 교량 13곳에 안전난간을 신속히 보강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소통 주체는 행정안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공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예산 규모와 지원 대상도 확정되지 않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경우 교량 10곳에 대한 안전난간 설치를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울시도 정부 지원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전국적인 조사가 이뤄질 때 서울시를 빼놓는 법은 없다"면서도 "관련 자료를 전달하기는 하지만,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높아 비교적 지원금을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자체 시비 투입 가능성도 낮다. 서울시 관계자는 "돈이 많이 들다 보니 예산 확보 자체가 만만치 않다. 현재는 편성 여부조차 미지수"라고 했다.전문가들은 수단 제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부처별 역할·책임과 협력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이구상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사업운영본부장은 "지자체에서 예산 투입이 어렵다고 한다면 국가가 나설 필요가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수단 제한이 굉장히 중요한 예방 사업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한국 또한 독성이 강한 농약 판매 중단으로 관련 사망자는 물론 전체 자살 사망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물이나 교량 등은 사전에 난간 높이 기준을 규정해 주면 업자들 역시 그에 맞춰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수단 제한과 관련된 업무 분산도 과제다. 한진옥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내려주는 자살 수단 차단 사업비 규모는 2억 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수단 제한 사업은 큰 비용이 드는 데나 관련 법규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어느 부처에서 예산을 배정하느냐도 숙제"라고 짚었다.이어 "해외에서는 자살 예방 사업을 보건 담당 중앙 부처뿐 아니라 여러 부처가 함께 대응한다"며 "한국의 경우 복지부와 국토부, 행안부가 따로 나뉘어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예산을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살 예방을 담당한 부서가 정책을 감독·관리하되 관계 부처와 협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