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채수조 서울시립대 객원교수. (사진=본인제공) ⓒ뉴데일리
    ▲ 채수조 서울시립대 객원교수. (사진=본인제공) ⓒ뉴데일리
    2021년 한국은 요소수 하나 때문에 물류대란 직전까지 갔다. 당시 국내 요소 수입의 중국 의존도는 97%를 넘었다. 중국이 요소 수출 관리를 강화하자 요소수가 품귀를 빚었고 화물차와 버스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요소수는 고순도 요소 32.5%를 탈이온수 67.5%에 녹인 수용액이다. 디젤차의 SCR 장치에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줄인다. 문제는 물이 아니라 요소였다.

    요소의 공급망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거대한 석탄산업과 만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2025년 석탄 생산량은 약 48억5000만톤, 소비량은 약 50억톤 수준이다. 세계 전체 석탄 소비량 약 88억톤의 56%를 중국 한 나라가 사용한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의 소비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 석탄을 발전연료로만 보면 중국 산업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첫 번째 용도는 전력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태양광·풍력 발전국이면서 석탄발전소도 계속 건설한다.

    2025년에 새로 가동된 석탄발전 설비만 약 80GW다.

    한국 전체 석탄발전 설비 약 40GW의 두 배가 1년 만에 서해 바다 너머에 추가된 셈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크게 늘면서 2025년 석탄발전량은 약 1.5% 감소했지만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약 55%다.

    중국은 재생에너지를 무지막지하게 확대하면서도 석탄발전을 없애기보다 전력수요 증가와 계통 안정성을 받치는 전원으로 함께 가져가고 있다.

    두 번째 용도는 철강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다. 고로에서 철광석을 환원하려면 코크스가 필요하다.

    석탄으로 코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코크스로가스, 콜타르, 조벤젠, 암모니아계 부산물이 함께 나온다.

    여기서 벤젠·톨루엔·자일렌, 나프탈렌 등 다양한 화학원료를 회수한다.

    중국의 전통적인 석탄화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철강산업과 함께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세 번째는 비료와 질소화학이다.

    석탄에 물을 넣어 고온에서 가스화하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중심으로 한 합성가스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수소를 분리해 암모니아를 만들고,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면 요소가 된다.

    석탄 → 합성가스 → 수소 → 암모니아 → 요소

    요소의 주된 용도는 자동차용 요소수가 아니라 질소비료다.

    따라서 요소 공급망은 자동차뿐 아니라 농업과 식량안보에 연결된다.

    암모니아에서는 질산과 질산암모늄 같은 다른 질소화학 제품도 나온다. 질산암모늄은 비료이면서 산업용 폭약 원료로도 사용된다.

    2020년 베이루트항 대폭발도 창고에 장기간 보관된 약 2750톤의 질산암모늄과 관련된 사고였다.

    북한 용천역 대폭발도 마찬가지다.

    요소와 질산암모늄은 다른 물질이지만 모두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질소화학 산업의 일부다. 중국에서 석탄은 전력과 철강뿐 아니라 비료와 농업까지 연결하는 자원이다.

    네 번째가 한국 석유화학 산업에 가장 직접적인 문제다.

    석탄을 가스화해 만든 합성가스에서 메탄올을 생산하고 MTO 공정을 거치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만들 수 있다. 다시 PE와 PP 같은 범용 플라스틱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전통적인 경로는

    원유 → 나프타 → NCC → 에틸렌·프로필렌 → PE·PP다.

    중국은 여기에

    석탄 → 합성가스 → 메탄올 → MTO → 에틸렌·프로필렌 → PE·PP

    라는 또 하나의 길을 가지고 있다.

    출발 원료는 달라도 마지막 제품은 같다.

    한국은 원유와 나프타를 대부분 수입해야 한다.

    중국도 대규모 나프타 기반 석유화학 산업을 갖고 있지만 자국의 막대한 석탄까지 원료로 활용한다.

    원유 가격이 높거나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석탄화학의 전략적 가치는 더 커진다.

    최근 중국이 약 6000억위안, 우리 돈 약 126조원 규모의 석탄화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기사의 네이멍구의 한 대형 프로젝트만 해도 투자금이 2300억위안이고, 연간 3000만톤의 석탄을 투입해 합성가스와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범용 수지뿐 아니라 배터리와 태양광 관련 소재까지 대상이다.

    중국의 석탄산업은 발전소와 제철소에서 화학산업으로 계속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구조를 한 번에 정리하면 단순하다.

    석탄 → 전력
    석탄 → 코크스 → 철강
    석탄 → 코크스 부산물 → 각종 화학원료
    석탄 → 합성가스 → 암모니아 → 요소·비료
    석탄 → 합성가스 → 메탄올 → 에틸렌·프로필렌 → PE·PP

    연간 약 50억톤의 석탄이 이런 산업망을 떠받치고 있다.

    2021년 한국은 요소수 사태를 통해 그 산업망의 끝부분 하나가 흔들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했다. 당시에는 요소가 문제였다.

    앞으로는 에틸렌, 프로필렌, PE, PP 같은 여수·울산·대산의 주력 제품까지 중국 석탄화학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태양광·풍력·전기차 국가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대 석탄 국가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도 석탄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석탄이 전기만 만드는 연료가 아니라 철강·비료·화학산업과 공급망을 동시에 떠받치는 전략자원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한 해 사용하는 석탄 약 88억톤 가운데 중국이 약 50억톤을 쓴다.

    중국의 산업전략을 이해하려면 늘어나는 태양광 패널과 함께 이 50억톤의 석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