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와 다른 길…미스터리로 풀어낸 '인간''범인 찾기'에서 벗어나 가족·사회 문제로 확장日누적판매 1억부 '압도적 대중성'…韓서도 가장 많이 읽힌 일본 작가
  • ▲ 지난달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연합뉴스
    ▲ 지난달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연합뉴스
    [편집자 주] 한 시대를 대표한 이야기꾼이 우리 곁을 떠났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치밀한 추리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를 결합한 작품으로 수많은 애독자를 만들어냈다. 그의 삶과 100권이 넘는 작품이 남긴 유산을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창작 방식', '일본 대중문학사에 남긴 의미'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되짚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일본의 '국민 작가'로 불린다. 두 작가 모두 한국에서도 많은 애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공통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히가시노는 하루키와 상이한 방식으로 일본 현대 문학의 한 축을 만들었다. 하루키가 독특한 문체와 내면의 고독, 세계의 불확실성을 탐구했다면 히가시노는 독자가 자신의 삶과 연결할 수 있는 인간관계와 사회적 갈등을 미스터리의 언어로 풀어냈다.

    히가시노에게 국민 작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독자 규모다. 지지통신은 지난 2023년 히가시노의 일본 내 저작 누적 판매량이 1억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100번째 저작을 출간하면서 이룬 기록으로, 전자책을 제외한 종이책 기준이다.

    2026년 별세한 그의 생전 저작은 데뷔작 <방과 후>부터 유작 <영원한 기억>까지 공저를 제외하고 106권에 이른다.

    그의 대중적 인기는 미스터리 장르에 인간성을 더했다는 데 기인한다.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치밀한 논리와 한 인간의 헌신을 결합했고, <백야행>에서는 범죄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상처를 긴 시간에 걸쳐 좇았다. <살인의 문>에서는 두 친구의 평생에 걸친 애증을 통해 살의를 실행에 옮기게 되는 조건은 무엇인지 독자를 향해 묻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이르면 사건 해결 자체보다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고민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미스터리는 이야기의 출발점일 뿐, 그의 도착점은 항상 인간이었다.

    그는 평범한 인물의 일상에서 출발해 가족, 범죄, 교육, 차별과 같은 구체적인 사회 문제를 미스터리라는 틀로 이야기하는 작가이기도 했다. 이는 그의 저작이 장르 독자에 머물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 ▲ 일본에서 지난 5일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작 이 서점에 진열돼 있다. 출처=교도ⓒ연합뉴스
    ▲ 일본에서 지난 5일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작 <영원한 기억>이 서점에 진열돼 있다. 출처=교도ⓒ연합뉴스
    작품마다 소재와 형식은 달랐지만 독자가 따라가야 할 질문은 명확했다. '누가 범인인가'에서 시작해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그 선택의 대가는 무엇인가'로 질문을 확장했다. 추리소설을 낯설어 하는 독자도 인물의 사연을 따라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구조다.

    일본의 동료 작가들도 이 같은 대중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별세 소식을 다룬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동료 작가인 하야시 마리코는 히가시노를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라고 일컬으며 "책을 읽지 않는 젊은 사람들도 히가시노씨의 책은 읽는다"고 말했다. 작품이 영상화되면서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은 그의 지식재산권(IP) 파워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는 젊은 세대를 미스터리 문학으로 끌어들였다.

    고인과 마찬가지로 미스터리 장르의 저작을 집필해 온 오쿠다 히데오는 "한 시대를 구축한 작가"라고 히가시노를 평가했다.

    그의 인기는 일본에만 머물지 않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간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판매한 일본 소설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다. 당시 누적 판매량은 약 127만부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앞섰다. 2017년 집계에서는 히가시노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일본 소설로 조사됐다.

    히가시노의 사후에도 그가 남긴 106권의 작품과 수많은 영상화 콘텐츠는 다음 세대 독자에게 전달되는 대중문학의 생태계 자체로 살아 숨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