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연계 의심 계정 2만3998개 포착선거철 신규 활동 평시보다 51% 급증민주당, '댓글 국적 표시제'에 혐중 공세"국적 표시 반대한다면 대안 제시해야"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온라인 댓글 국적 표시제'를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일축한 지 7개월 만에 외국 연계 의심 계정의 대규모 여론 개입 정황이 실제 데이터 분석에서 포착됐다.

    외국발 여론 조작 우려를 혐중 문제로 치환했던 민주당도 이제는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외국 세력의 국내 정치·선거 개입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못지않게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도 드러났다"며 '온라인 댓글 국적 표시제' 도입을 재차 촉구했다.

    그는 전날 발표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국제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댓글 국적 표시제 도입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KAIST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25년까지 20년간 네이버 뉴스에 작성된 약 1억1000만 건의 댓글을 분석해 외국 연계 영향력 활동이 의심되는 계정 2만3998개를 식별했다.

    연구팀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식별한 외국 연계 계정 70개를 출발점으로 연관 계정과 같은 기사에 반복적으로 댓글을 작성한 계정 등을 추적했다.

    그 결과 선거 기간과 이들 계정의 활동 사이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선거 기간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 의심 계정은 주당 평균 34.19개로 비선거 기간 22.61개보다 약 51% 많았다.

    활동 양상도 단순한 특정 정치 세력 지원과는 달랐다. 반응이 많았던 상위 10개 공격 대상 가운데 7개가 국내 유명 정치인이었고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았다. 특정 진영을 밀어주는 방식보다는 국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기존 갈등을 증폭시키는 형태가 두드러졌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장 대표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외국 세력의 국내 선거 개입 정황으로 해석했다. 그는 "주로 정치인을 비난하고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댓글을 달았다"며 "외국 세력이 여론 조작으로 우리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일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지난 1월 민주당이 자신의 댓글 국적 표시제 제안을 '혐중' 문제로 규정했던 점을 재차 비판했다. 장 대표는 "저는 이미 온라인 댓글 국적 표시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민주당은 '혐중'이라고 펄펄 뛰면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1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온라인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시하는 제도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국민의힘 비난 글을 6만5000개 이상 작성한 X(옛 트위터)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 ▲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책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책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민주당은 장 대표의 제안을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정치적 공세'로 규정했다.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당시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정상회담을 거론한 뒤 "이처럼 문화·관광·산업 전반의 회복이 중요한 시점에 혐중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방식의 정치적 공세는 국익과 외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7개월 만에 외국 연계 영향력 활동이 의심되는 계정이 2만4000개에 육박하고 선거 기간 신규 활동이 평상시보다 51%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외국발 온라인 영향력 활동을 둘러싼 논의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그동안 '혐중'이나 '음모론'으로 치부됐던 외국발 온라인 여론 개입 우려가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된 만큼 관련 제도 논의를 더 이상 정치적 프레임으로 밀어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그동안 외국발 여론 개입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혐중이나 음모론으로 몰아붙였지만 이제 실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민주당도 더 이상 정치적 프레임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외국 세력의 여론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적 논의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선거 기간 의심 계정의 신규 활동 증가가 확인된 만큼 외국발 온라인 영향력 활동은 단순한 포털 댓글 관리 차원을 넘어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 주권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이번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민의힘은 외국발 여론 개입을 막기 위한 댓글 국적 표시제도입을 위한 입법을 꾸준히 추진했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당대표였던 2023년 1월 포털 댓글 등에 접속지 기준 국적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2월에도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34명이 온라인 댓글 작성자의 국적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1월 15일에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포털 댓글에 국적 표기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물론 댓글 국적 표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도 있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김 의원의 개정안 검토 과정에서 VPN 등 우회 접속 이용자의 실제 국가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다만 이는 제도의 설계와 보완 과정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지 외국발 여론 개입에 대한 대응 논의 자체를 중단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민주당이 댓글 국적 표시제에 반대한다면 이제는 '혐중'이라는 비판을 반복하는 데서 나아가 외국발 영향력 공작에 대응할 실질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장 대표는 "여론 조작을 막는 것이 '혐중'이라니, '친중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스스로 그 여론 조작의 수혜 집단임을 자백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서둘러 '온라인 댓글 국적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 중국이든 어느 나라든, 대한민국 정치와 선거를 외국 세력이 좌우하는 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