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확인 없이 잘못된 입장 전달""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광복절 앞둔 시기, 물의 일으켜 죄송""가족의 역사와 그 시대, 제대로 들여다볼 것"
  • ▲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배우 하영. ⓒ서성진 기자
    ▲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배우 하영. ⓒ서성진 기자
    배우 하영(안하영·33)이 증조부(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에 직접 사과했다. 그동안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가족사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하영은 12일 자신의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저의 증조부와 관련된 일들로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증조부 안상호의 과거 행적을 접하며 가족의 역사를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됐다"며 "그동안 저는 가족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부끄럽게도 그런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고 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알게 됐다는 것이 하영의 설명이다.

    그는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지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특히 논란 초기 소속사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 나갔던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하영은 "저 역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한 과정에서 소속사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 나가게 됐다"며 "충분한 확인 없이 잘못된 입장이 전달되도록 한 점 또한 저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더 큰 혼란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입장 표명이 늦어진 데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하영은 "사안이 너무나 무겁고 죄송스러워 어떻게 사죄의 뜻을 전해야 할지 고민하다 입장 표명이 늦어진 점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하영은 단순히 "알지 못했다"는 해명으로 논란을 넘기지는 않았다.

    그는 "제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 불거진 논란에 대한 무거운 심경도 전했다.

    하영은 "광복절을 앞둔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물의를 일으켜 더욱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이번 일을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역사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가족의 역사와 그 시대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앞으로 역사를 대하는 데에 있어 더욱 신중한 태도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힌 하영은 "우리의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해 나가며 독립유공자분들과 우리나라의 광복과 안녕에 힘써 주신 모든 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겠다"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1872~1927)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하영이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하영은 배우 정해인과 함께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해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언니까지 4대째 의사 집안"이라며 가문의 내력을 소개했다. 특히 증조부에 대해서는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했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행적이 재조명됐다.

    안상호는 1902년 일본 도쿄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해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 종로3가에 의원을 개업했고 고종의 전의 촉탁과 순종의 촉탁의 등을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 안상호가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다.

    대정친목회는 당시 조선인 상류층을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로, 을사오적 가운데 한 명인 이완용이 고문을 맡기도 했다. 역사문제연구소 장신 연구위원의 논문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경무국은 대정친목회를 '총독정치를 인정하고 내선민족의 융화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규정했다.

    다만 안상호는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소속사는 처음에는 관련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냈지만, 이후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실제로 이름을 올린 기록을 확인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영 역시 이번 사과문을 통해 자신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소속사의 초기 입장이 전달됐다고 설명하며 이에 대한 책임까지 인정했다.

    논란의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하영과 정해인이 함께 출연한 '이런 엿같은 사랑'의 광복절 전날 홍보 인터뷰 일정이 취소됐고, 하영이 모델로 활동한 일부 브랜드는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하영이 증조부의 이야기를 언급했던 '옥탑방의 문제아들' 관련 영상 역시 다시보기와 일부 온라인 클립이 비공개 처리됐다.

    2019년 KBS2 '닥터 프리즈너'로 데뷔한 하영은 이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모범형사2', '중증외상센터', '참교육'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 '이런 엿같은 사랑'에 출연 중이며, 향후 '승산 있습니다'와 '중증외상센터2' 등 차기작도 예정돼 있다.

    하영은 방송에서 증조부의 과거 행적에 깔린 역사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그를 '가족의 자랑'으로 소개해 논란을 빚었다.

    결국 하영이 선택한 것은 조상의 행적을 변명하거나 '몰랐다'는 말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몰랐던 가족의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통렬한 사과였다.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후손으로서 사과드리고, 우리나라의 광복과 안녕에 힘써 주신 모든 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하영의 다짐과 반성이, 과연 분개한 대중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