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가벼운 세금폭탄 농담 … 국민은 '눈물'先발표 後번복, 반발 생기면 땜질 처방무이자 근저당에 다주택 … 국민 염장 지르나기가 막힌 타이밍에 전격전 … 全大용 아닌가5000만 민생 달린 청와대, 성남시청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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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괴한 장면이다.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놓고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주고받은 농담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세금 만지는 사람은 그것을 아셔야 한다. 세금을 바꾸면 반드시 욕을 먹게 돼 있다"고 했다. 회의장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대통령은 이어 "바뀌어서 혜택을 보는 쪽은 가만히 있고 부담이 늘어나는 쪽은 엄청나게 반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니까 무조건 기어 다니세요"라고 했다. 장내에선 '하하호호' 또 웃음이 터졌다.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부처 간 엇박자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이 대통령은 "앞으로 가도 잘못이고 뒤로 가도 잘못이고 서 있어도 잘못이면 뭐 어쩌라는 거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존재 자체가 싫을 때 그렇게 표현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 반발과 언론의 지적을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듯한 화법이 하루 새 두 차례나 나온 셈이다.농담의 소재가 된 세제 개편안은 국무회의장 밖에서는 전혀 웃어 넘길 수 없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뜨거운 감자'다.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모두 총체적 난국이다. 재경부가 내용을 발표한지 엿새 만에 관련 법안에 대한 국민 의견은 5,000건을 넘어섰다.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증세를 멈춰 달라", "부득이한 경우는 실거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성실하게 한 집에서 오래 살아온 노년층에게 집 팔고 세금 내고 쫓겨나든가, 죽을 때까지 세금 내며 참으라는 현대판 고려장과 다름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야당은 "더 걷고, 덜 주며, 생색만 내는 양두구육 개편"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혁 대표는 "국민들 사이에서 '잼대믹'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대의 리스크가 됐다고 직격했다. -
- ▲ 김상호 청와대 춘추관장. ⓒ연합뉴스
#아마추어 같은 졸속 정책 … 묻기라도 했으면방향 뿐 아니라, 설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같은 공시가 20억원짜리 1주택이라도 실거주자는 세금이 줄고 비거주자는 최대 2배 넘는 세금을 내도록 갈라놓았다. 취업, 진학, 질병, 봉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집을 비운 것인지까지 일일이 따져야 세액이 정해지는 구조다. 세무사조차 계산기를 몇 번씩 두드리다 포기할 수 있는 복잡한 사안이다.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가장 뒤통수 맞은 건 부부 공동명의"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그렇게 (부부 공동명의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정부는 이번에 종부세 기본공제에서 공동명의 1주택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쪽으로 제도를 바꿨다.)#슬그머니 발 빼는 정부 … "국민이 마루타?"성난 군중을 마주한 정부는 발표 이후 두 갈래로 물러섰다.하나는 비거주 1주택자의 거주 인정 요건 확대다. 정부는 불가피한 사유로 다른 시·군에 거주하게 된 경우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해준다고 했지만 이를 두고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반대 여론이 커지자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 7일 "실거주 예외 인정 기간을 3년보다 더 늘릴 수 있다"며 슬그머니 한 발 뺐다.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안도 비슷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통령은 돌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원칙 없이 내놓고, 반발 크기에 따라 땜질을 하는 '선(先)발표, 후(後)번복'이 반복되고 있다.#대통령은 무이자 근저당 … 참모는 다주택자부동산을 둘러싼 파장은 청와대까지 덮쳤다. 지난 11일 청와대는 불법 증축 논란이 불거진 김상호 춘추관장을 면직 처리했다. 청와대 측은 김 관장을 징계한 뒤 면직 처분했다고 밝혔다. 어떤 수위의 징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김상호 관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5층짜리 다세대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에 '계단실'로 신고해놓은 1층을 실제로는 원룸으로 무단 증축해 세입자에게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5만원을 받아온 사실이 알려졌다. 서류상 6세대인 건물에 실제로는 7세대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김 관장은 서울 광진구에도 약 74평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올해 초 대통령이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예고하자 대치동 주택을 처분 중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아무것도 팔지 못한 채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다주택을 정리하지 못하고 떠난 참모는 김 관장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면서 처분을 압박하는데, 정작 청와대 참모들조차 위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근저당으로, 참모들은 다주택으로 국민 염장을 지르는 형국이다. -
- ▲ 전남광주 남구 상공에서 바라본 광주 군공항 부지 모습. ⓒ뉴시스
#가뭄 속 광주 반도체 전격전 … 全大용 아닌가?광주 반도체 문제 역시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10일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회의에서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일본 구마모토에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하게 집행하라고 주문했다. 국방부엔 2028년 중반까지 광주 군공항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옮기고, 250만평에 이르는 부지의 군 시설도 그해 하반기까지 이전을 마치라고 했다. 군공항이 옮겨지기 전이라도 탄약고 예정 부지부터 정비해 반도체 팹 착공을 서두르라는 지시도 나왔다.구마모토에서 배워야 할 것은 '속도' 뿐일까. 구마모토현 TSMC 공장은 중앙·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 공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완공과 양산 착수에 성공했다. 부지·전력·용수 같은 기반시설을 미리 갖춰놓았기 가능했던 성과다. 결코 정치적 결단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정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팹을 2029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2028년 말 전력 공급을 시작하고 2030년까지 하루 165만t 규모의 용수도 확보한다는 일정을 내놓았다. 계획부터 의뭉스럽다. 한국은 345㎸ 송전선로를 기준으로 계획부터 준공까지 평균 약 13년이 걸린다. 호남은 폭염과 가뭄이 겹치며 식수원 확보조차 비상이 걸린 상태다. 반도체는커녕 당장 지역 용수와 송전 문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행정 현실 사이의 간극이 이보다 선명할 수 없다.우연이라고 봐야 할까. 이 대통령의 전격전 지시가 나온 날,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됐다. 당권을 다투는 정청래·김민석 두 후보는 누적 득표율 1.48%p 차의 초박빙 승부를 벌이며 나란히 호남으로 달려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자신이 가장 잘 이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눈치 빠른 사람은 대통령의 행위가 누구에게 유리할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52시간 민노총 동의" … 軍공항은 먼저 빼자이런 정치적 셈법과 별개로, 같은 회의에서 다뤄진 또 다른 사안은 정반대의 속도로 흐른다. 메가특구 입주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 등에 주 52시간제 완화 특례를 적용할지를 두고,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는 산업 경쟁력과 노동권 보호 사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청와대는 결국 결론을 유보했다.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은 첨단산업 연구개발 인력에 있어 유연근로제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메가특구를 구상하는데도 민노총의 승인 없이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친노동 행보가 뿌리 깊다 보니, 정반대 방향에서 나온 대통령의 지시는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받는다.주 52시간제 문제와는 달리,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속전속결이다. 국방부에는 곧바로 '2028년 중순까지'라는 구체적 시한이 박힌 지시가 내려갔다. 정작 군공항을 어디로 옮길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예비후보지인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우선 이전, 1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 국가산업단지 조성이라는 3대 선결조건을 내걸고 심의위원회에 두 차례나 불참했다. 18년을 끌어온 이 갈등은 대통령의 지시 사흘 전에야 광주시장과 무안군수의 비공개 회동으로 간신히 물꼬를 텄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최종 이전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직 옮겨갈 곳도 정해지지 않고, 주민의 동의도 받지 않은 사업인데, 대통령이 먼저 완료 시한을 못 박아버렸다.이 세 장면을 나란히 놓고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주 52시간제 완화 특례는 민노총의 동의부터 구하겠다면서, 노동계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쟁의 범위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동부를 채근한다. 반대로 지역 갈등이 훨씬 첨예한 군공항 이전은 부지 확정도 전에 시한부터 통보했다. 민노총 동의는 구하면서 군 공항 이전은 일방통행이다. 심지어 광주 군공항은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사용하는 공군 기지로, 한미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운영기지(COB) 중 하나다. 주한미군은 정부가 반도체 단지 계획을 발표하자 "우리는 광주 기지에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관계가 뒤틀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 우려가 적지 않다.#청와대는 성남시청과 다르다지난 열흘 남짓을 한 줄로 이어보면 낯익은 패턴이 드러난다. 정부는 3일 세제 개편안을 던져놓고 여론이 들끓자 7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슬그머니 물러섰다. 그 사이 국민동의청원에는 개편안 자체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등장했다. 세제 개편 발표 후 8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반면 밀어붙이기로 작정한 사업 앞에 대해선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10일 광주 반도체와 관련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국방부에 광주 군공항 이전 시한을 2028년 중순으로 못박았다. 같은 자리에서 산업부·노동부의 52시간제 이견은 결론 유보로 넘겼고, 바로 다음날인 11일 국무회의에서는 노동부에 노란봉투법 지침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무엇을 서두르고 무엇을 미룰지를 가른 건 사안의 무게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었다.성남시청을 운영할 때는 이런 방식이 통했을지 모른다. 한정된 몇몇 공무원을 불러 지시하고, 민원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보완하고, 성과가 났다 싶으면 전격전이라 이름 붙이면 그만이었을 수도 있다. 그 때와는 달라야 한다. 5,000만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할 청와대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세금 개편안, 민노총에 발목 잡힌 메가특구 주 52시간제 완화, 주한미군이 우려하는 광주 군공항 이전, 끊임없이 터지는 노란봉투법 후폭풍 등 납득하기 어려운 혼란이 한가득이다. 세간의 우려를 하나같이 뒤늦게야 마주하고 있다. 애초에 사안의 무게를 가늠하고 시작한 정책인지 의심이 든다.국무회의장의 농담이 가벼울수록, 그 뒤에서 감당해야 할 국민의 삶과 정부의 신뢰는 무거워진다. "무조건 기어 다니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수 있으려면, 적어도 국정을 다루는 손놀림 만큼은 시청 민원실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장면들은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