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 고려 없이 호남 태양광 급증남는 전력 보내려 충남 관통 송전망이익은 사업자, 송전탑 부담은 충남
  • ▲ 채수조 서울시립대 객원교수.(사진=본인제공) ⓒ뉴데일리
    ▲ 채수조 서울시립대 객원교수.(사진=본인제공) ⓒ뉴데일리
    2014년 한국전력 본사가 서울 삼성동을 떠나 전남 나주로 이전했다.

    그 본사 땅은 현대차그룹에 10조5500억원에 팔렸다.

    직원 1531명이 내려갔고 거창하게 '에너지밸리'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그 뒤 호남은 대한민국 태양광의 중심지가 됐다.

    문제는 전력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발전사업 허가부터 내주고 패널부터 깔았다는 것이다.

    전남·전북·광주에 태양광 설치용량이 10GW를 훌쩍 넘어섰지만, 호남에는 그 전기를 소비할 대규모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 최대 수요 피크가 10GW이니 영광원전 5.9GW 기저 전력만 빼면 5GW 정도가 남는다.

    한낮에는 홍수처럼 전기가 남고, 송전망이 감당하지 못하면 발전 전기를 차단해 버린다.

    이제는 이 '홍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겠다며 충남을 관통하는 345kV 초고압 송전망을 더 건설하겠다고 한다.

    발전소를 짓기 전에 누가 그 전기를 쓸 것인지, 기존 계통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송전망은 어디로 지나갈지부터 계산해야 하는데, 순서가 거꾸로다.

    충남에는 약 19GW에 이르는 석탄발전 설비가 있다.

    2022년 연간 석탄발전량은 약 89TWh에 달했다. 수도권 서부와 경기 남부에 대량의 전기를 공급해 온 발전소들이다.

    태양광 이용률을 13~15%로 잡으면 같은 89TWh를 생산하려면 태양광이 약 70~80GW 필요하다.

    충남 석탄 약 19GW의 연간 발전량을 태양광으로 맞추려면 태양광은 네 배 가까이 깔아야 한다.

    그런데 석탄발전은 밤에도 전기를 만든다.

    태양광 80GW는 밤에는 출력이 0GW다.

    백업 발전소가 필수다.

    결국 태양광 수십GW를 깔고, 호남 내부 송전망을 증설하고, 송전용 변전소를 짓고, 다시 충남을 가로지르는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하고, 수도권 계통을 보강하고, ESS와 양수발전을 만들고, 그래도 부족한 밤에는 LNG나 다른 발전소를 돌려야 한다.

    충남 발전소들이 하던 일을 대신하기 위해 호남 태양광·송전망·저장장치·백업 발전소를 층층이 만드는 셈이다.

    그런데 이 태양광 광풍 속에서 누가 돈을 벌었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한전 등 8개 공공기관에서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부당하게 태양광 사업을 한 임직원이 251명 적발됐다.

    한전만 배우자·자녀 등의 명의로 신고 없이 태양광 사업을 한 사례가 182명이었다.

    그중 47명은 사실상 직원 본인이 가족 명의를 빌려 사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한전 직원은 배우자·모친·장모 등의 명의로 발전소 6곳을 운영하면서 내부 정보로 유리한 부지를 선점했고, 약 8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나타났다.

    태양광 발전소는 그렇게 빠르게 늘었다.

    전북·전남만 해도 2019년에 이미 태양광 발전소가 2만1000개를 넘었다.

    전북 1만2853개, 전남 8412개였다.

    광주를 빼고도 2만1265개다.

    전력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태양광이 돈이 된다는 사실도, 어느 지역의 계통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았을 사람들이다.

    정치권도 멀리 있지 않았다.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의 배우자는 전국 여러 지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보유해 왔다.

    2025년 인사청문회 당시 제출된 자료에는 배우자 명의의 태양광 발전소가 강원 평창, 전북 정읍, 충남 부여, 충북 음성 등에 신고돼 있었다.

    또 경북 봉화 태양광 발전소 부지에는 배우자와 두 아들이 가등기권자로 올라 있었고, 장남이 태양광 발전소 최소 3곳을 운영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데 정 장관은 2025년 3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정 장관은 가족의 기존 태양광 사업과 영농형 태양광법은 성격이 다르며, 가족의 태양광 투자는 당시의 '호구지책'이었다고 해명했다.

    불법이라고 단정할 일은 아니나, 이해충돌을 의심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태양광 사업자는 발전소를 지어 수익을 얻는다.

    태양광 시공업자는 주로 중국산 패널과 인버터를 팔고 설치해 돈을 번다.

    정치인은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을 자랑한다.

    전기가 남아 계통이 막히자 수조원짜리 송전망은 한전이 짓는다.

    그런데 이 태양광 전력은 불안정해 반도체나 AI 데이터센터는 꺼린다.

    그 한전의 송전망 투자비는 결국 전기요금과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송전탑은 충남 주민들이 받아들여야 하니 반발한다.

    충남은 이미 전국 석탄화력의 절반 가까이를 떠안으며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왔다. 수천개의 송전탑도 감당했다. 국토 중앙부에 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숙명적인 측면도 있었다.

    이제 에너지 전환이라고 충남 석탄발전은 폐쇄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호남에 과잉 설치한 태양광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충남 땅에 다시 초고압 송전선을 놓겠다고 한다.

    발전사업의 이익은 개인과 사업자에게 돌아가고, 계통 보강 비용은 한전과 국민에게 돌아가며, 송전탑은 충남 주민에게 돌아간다.

    한전 본사가 나주로 간 것이 비극이라는 말은 그래서 단순한 지역 비하가 아니다.

    대한민국 최대 전력회사가 있는 지역에서 정작 가장 기본적인 원칙, “발전소보다 계통을 먼저 설치하라”는 원칙이 무너진 역설을 말하는 것이다.

    그 역설의 청구서가 지금 초고압 송전탑의 모습으로 충남에 도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