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세제개편 뒤 경제 청원 몰려국민 청원 3건 중 1건이 "세금 폭탄""잠재적 투기꾼 취급" 철회 청원도부동산·ISA 넘어 금융정책 전반 확산
  • ▲ 코스피 급락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유가증권 매도 사이드카 발동' 메시지가 송출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코스피 급락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유가증권 매도 사이드카 발동' 메시지가 송출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재명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세금과 금융 정책을 문제 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새로 등록된 청원 3건 중 1건이 재정·세제·금융·예산 분야에 집중됐다.

    12일 뉴데일리가 국회 국민동의청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4일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새로 등록된 청원은 모두 37건이었다. 이 가운데 '재정·세제·금융·예산' 분야는 12건으로 32.4%를 차지했다.

    국민동의청원은 정치·선거·국회운영, 국토·해양·교통, 보건의료 등 18개 분야로 나뉜다. 최근 신규 청원의 3분의 1 가량이 한 분야에 몰린 셈이다. 특히 관련 청원이 집중된 시점은 정부가 8·3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직후다.

    전체 동의 진행 청원과 비교하면 최근 집중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청원서 공개 이후 동의 기간은 30일이다. 이날 기준 동의 절차가 진행 중인 전체 청원은 모두 132건이다. 이 가운데 재정·세제·금융·예산 분야는 21건으로 전체의 15.9%를 차지했다.

    이 중 12건, 57.1%가 최근 일주일 사이 새로 등록됐다. 전체 진행 청원에서 재정·세제·금융·예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5.9%지만, 최근 일주일간 신규 청원 37건만 놓고 보면 32.4%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난 3일 이후 부동산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개편을 직접 겨냥한 철회 요구가 잇따라 국민동의청원에 오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한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차익 공제 한도도 2028년 20억 원, 2029년 10억 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없던 공제액 상한을 새로 두는 것이다.

    ISA 제도도 손질한다. 정부는 기존 ISA의 만기 구조를 바꿔 3년 의무가입 기간 이후 무기한 연장이 가능했던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미국 주식 등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없는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정 기간마다 계좌를 새로 개설해야 해 장기 투자에 따른 복리 효과가 줄어드는 데다, 신설 ISA의 해외 ETF 투자가 제한돼 투자 선택권까지 좁아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반발은 실제 국민동의청원으로 이어졌다. 최근 일주일간 재정·세제·금융·예산 분야에 등록된 12건에는 부동산 세제와 ISA를 비롯해 가상자산 과세, 레버리지 상품 규제, 공매도 등 세금·금융·자본시장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담겼다.

    11일 하루에만 재정·세제·금융·예산 분야 청원 5건이 새로 등록됐다. 이 가운데 '국민을 잠재적 투기꾼 취급하는 2026년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전면 철회에 관한 청원'이 포함됐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8일 만에 개편안 자체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등장한 것이다.

    같은 날 '1세대 1주택 실거주자 장기보유특별공제 10억 원 한도 신설 철회 요청에 관한 청원'도 공개됐다. 정부가 과세 형평성을 명분으로 부동산 세제를 손질했지만, 실거주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반발이 청원으로 이어진 셈이다.

    ISA 관련 청원도 동시에 올라왔다. 'ISA 계약기간 5년 상한 신설 반대 및 만기 자산 현물이전 허용에 관한 청원'과 '장기 자산형성을 저해하고 기존 가입자 신뢰를 침해하는 일반 ISA 개편안 철회 촉구에 관한 청원'이 같은 날 등록됐다.

    청원인들은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면서도 기존 절세 계좌의 운용 기간과 투자 대상을 제한해 오히려 장기 투자 유인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불만은 세제개편안을 넘어 금융·자본시장 정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해외 증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 규제 철회 및 국민 재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이 등록됐다. 6일에는 '해외 개별주 레버리지 ETF·ETN(상장지수증권) 투자 규제 개선에 관한 청원'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4일에도 '증시 폭락 및 시장 교란에 따른 전 종목 공매도 전면 금지 요청', '국내 증시 안정과 환율 위기 방지를 위한 증시안정화펀드 가동 및 제한적 공매도 금지 요청',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조사', '레버리지 투자 정책에 대한 재검토 및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청원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정부 내부에서도 ISA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참모들과의 상황점검회의에서 ISA 개편안에 대해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며 "전면 재검토하라"고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