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서 가족사 언급 후 증조부 '친일 의혹' 급부상소속사 "사실무근" 밝혔다가 하루 만에 '사과' 발표논란 커지자, 삼성전자 등 출연광고 비공개 전환
  • ▲ 증조부의 친일 행적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배우 하영. ⓒ정상윤 기자
    ▲ 증조부의 친일 행적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배우 하영. ⓒ정상윤 기자
    배우 하영이 한 방송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한 이후 증조부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재조명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영의 증조부가 '친일파'라는 의혹이 일자 처음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던 하영의 소속사는 하루 만에 입장을 철회하고 공개 사과했다. 여기에 광고계에서도 하영이 등장하는 콘텐츠가 잇따라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파장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논란은 하영이 지난 7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독특한 집안 내력을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하영은 당시 증조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언니까지 4대에 걸쳐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가족사를 전하면서, 증조부가 일본에서 서양의학을 배운 뒤 한양에 개원했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파를 탄 하영의 의료가업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면서 하영의 증조부로 알려진 안상호의 과거 기록도 함께 주목받았다. 안상호는 1902년 일본 도쿄 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귀국해 서양의학을 익힌 의사로 활동했다. 1904년에는 서울 종로3가에 진료소를 마련해 의료 활동을 했으며, 이후 왕실 의료와도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가 된 것은 의사로서의 활동이 아닌, 일제강점기 당시 한 친일단체에 등재된 그의 행적이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안상호는 1916년 대정친목회(大正親睦會)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정친목회는 당시 조선인 유력 인사들이 참여했던 단체로 알려졌는데, 친일 성격을 띤 단체로 평가된다. 정식 명칭은 대정실업친목회(大正實業親睦會)로, 당시 천황 요시히토의 연호 다이쇼(大正)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1918년 '매일신보'에는 안상호의 가정을 소개하는 기사도 실렸는데, 해당 기사에서 그는 일본인 가정과 다를 바 없는 생활상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안상호가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자료와 친일인명사전 등재 여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하영 측의 대응도 하루 사이 달라졌다.

    논란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온라인에서 제기되는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추가 확인 과정에서 관련 기록이 발견한 소속사는 11일 공식 입장을 내고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던 것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고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영 본인의 상황에 대해서도 소속사는 "최근 방송 프로그램 출연 중 질문에 응하는 과정에서 집안의 4대 의료가업 이력을 언급한 바 있다"며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배우 본인은 마음이 매우 무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대중에게 전하기에 앞서, 보다 면밀하고도 신중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통감했다고 밝힌 소속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하영의 입장도 덧붙였다.

    논란은 광고계로도 번졌다.

    11일 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하영이 모델로 출연한 '삼성 아트 TV' 관련 광고 영상 6편이 비공개 상태로 전환됐다. 같은 제품과 관련된 다른 콘텐츠는 공개된 가운데 하영이 등장하는 영상들이 비공개로 바뀐 것으로 확인되면서 광고계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류 브랜드 ㈜이스트엔드의 '아티드' 광고 영상 역시 비공개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광고 콘텐츠의 비공개 전환이 이번 논란에 따른 계약 해지나 모델 교체를 의미하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따라서 광고계가 하영과의 계약 관계를 실제로 종료했는지 여부와 영상 비공개 조치의 구체적인 배경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영 측은 일단 관련 기록을 확인한 만큼 기존 입장을 바로잡고 사과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하영 증조부의 친일 의혹이 불거진 후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다 광고계에서 '손절'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