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정보통신망법 반대 헌법소원 위임장, 일주일여 만에 1만장
잠실 우성아파트~올림픽공원 6.3㎞… 광주·대구서 버스 상경
소송 이겨도 열에 일곱은 500만 원 이하…기존 구제 제도, 통계로 뜯어보니
  • ▲ 송씨가 이끄는 청년 단체 호우친(호남우파친구들)을 비롯한 전국 청년 단체들은 오는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 우성아파트에서 올림픽공원까지 6.3㎞를 행진한다. ⓒ송건 호우친 대표 제공
    ▲ 송씨가 이끄는 청년 단체 호우친(호남우파친구들)을 비롯한 전국 청년 단체들은 오는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 우성아파트에서 올림픽공원까지 6.3㎞를 행진한다. ⓒ송건 호우친 대표 제공
    [편집자주] 개정 정보통신망법, 이른바 '7·7법'의 명분은 가짜뉴스 피해자 보호다. 그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는 이 법 이전에도 다섯 갈래로 있었다. '김보연의 포털생정(포털 생활정보)'은 앞선 다섯 편에서 이 법의 빈칸을 확인해 왔다. 지울 의무자가 없고, 재판 전에 진위를 가릴 주체가 없으며, 검증 협약을 맺은 플랫폼은 한 곳도 없다. 최종 판단은 법원에만 남았다. 6편은 그 판단을 직접 구하겠다며 헌법소원과 8·15 행진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함께, 기존 구제 제도의 작동 실태를 통계로 점검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추측은 싣지 않는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송건씨는 지난해 초 친구 다섯을 잃었다. 탄핵 반대 집회에 다녀온 사실이 그 친구들이 있던 모임에 알려지면서다. "어떻게 광주라는 신성한 공간에서 계엄을 옹호할 수 있느냐"는 말이 돌아왔다. 송씨는 그 뒤로도 주말마다 태극기를 들고 광주 시내를 걸었다. 광복절인 오는 15일에는 서울에서 걷는다.

    송씨가 이끄는 청년 단체 호우친(호남우파친구들)을 비롯한 전국 청년 단체들은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 우성아파트에서 올림픽공원까지 6.3㎞를 행진한다. 도착 지점에서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이른바 '7·7법' 헌법소원 위임장을 받는다. 12일 기준 시작 일주일여 만에 1만280장이 모였다.

    ◆ "광주에서 계엄을 옹호하느냐"

    송씨는 평일에 생업을 하고 주말에 집회에 나간다. 집회 때마다 삿대질과 욕설이 날아든다. 지나가던 차가 경적을 울리며 방해하는 일도 잦다. 구호를 외치던 중 달려드는 사람을 경찰이 막아선 적도 여러 번이라고 송씨는 전했다.
  • ▲ 15일 행진은 청년 단체 '국민이보스다'가 주최하고 FLD(자유수호연대)와 TKYC가 준비를 맡았다. ⓒ송건 호우친 대표 제공
    ▲ 15일 행진은 청년 단체 '국민이보스다'가 주최하고 FLD(자유수호연대)와 TKYC가 준비를 맡았다. ⓒ송건 호우친 대표 제공
    호우친은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태어난 단체다. 익명 단체대화방에 1000여 명이 모여 있고, 이 중 70~80%가 20~30대다. 초기에는 운영진 5~10명이 집회 비용을 사비로 댔다. 지금은 운영진이 20여 명으로 늘었고 후원도 들어온다. 송씨는 "이 지역에서 전적인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다"며 "오히려 타지에서 이름도 밝히지 않고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 잠실서 올림픽공원까지 6.3㎞… 광주·대구서 버스 상경

    15일 행진은 청년 단체 '국민이보스다'가 주최하고 FLD(자유수호연대)와 TKYC가 준비를 맡았다. 포스터에 이름을 올린 단체는 국민이보스다·FLD·민초결사대·TKYC·호우친·몽디단·WOEC·반월동백단 등 8곳이다. 오후 2시 30분 잠실 우성아파트 상가 앞에 모여 3시에 출발한다. 도보로 2시간, 늦어도 오후 6시 전에는 올림픽공원에 닿는다는 계획이다. 광주의 호우친과 대구·경북 단체들은 버스로 올라온다. 도착 지점인 장미공원 인근에서 단체 대표들이 발언하고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한다. 참가자들이 더위에 쓰러지지 않도록 21톤 살수차도 마련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행진이 전면에 내건 구호는 '참정권'이다. 출발지인 우성아파트는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투표소가 있던 곳이다. 7·7법은 주최 측이 도착 후 연단 발언에서 다룰 예정이다. FLD의 실버(활동명) 대표는 "법이 국민에게 적용될 때는 기준이 정확해야 하는데 7·7법은 기준이 모호하고 정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은 정부 기구에, 정부 기구는 플랫폼에 서로 책임을 미루는 구조여서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진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30일 올림픽공원 심야 집회에서 "8월 15일 밤 다시 모이자"고 외친 것에 청년들이 호응해 만든 자리다. 같은 날 국민의힘도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실버 대표는 "시간대가 맞으면 장 대표가 와서 환영해 줄 수는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 헌법소원 캠페인은 김자훈 표현의자유수호청년연대 대표가 총괄하고 전국 13개 청년 단체가 참여한다. ⓒ김자훈 표현의자유수호청년연대 대표 제공
    ▲ 헌법소원 캠페인은 김자훈 표현의자유수호청년연대 대표가 총괄하고 전국 13개 청년 단체가 참여한다. ⓒ김자훈 표현의자유수호청년연대 대표 제공
    헌법소원 캠페인은 김자훈 표현의자유수호청년연대 대표가 총괄하고 전국 13개 청년 단체가 참여한다. 김 대표는 이 연대를 두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있지만 각 주의 주지사가 각자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활동하지 않느냐"며 "각 단체가 기존에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서 필요할 때 같이 움직이는 느슨한 연맹"이라고 소개했다. 캠페인은 "올림픽공원에서 시작된 만민공동회를 지키자는 취지로 만든 독립협회 같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오는 15일에도 행진이 끝난 뒤 김 대표가 발언하고 현장에서 위임장을 받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별도로 진행 중인 헌법소원 서명과는 별개지만 연대는 열려 있다는 전언이다. 

    7·7법이 내세운 명분은 가짜뉴스 피해자 보호다.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는 이 법 이전에도 있었다. 신고하면 포털이 해당 글을 최대 30일간 가리는 임시조치, 인터넷 명예훼손을 오프라인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허위사실 적시 시 7년 이하 징역), 소송 없이 정정·반론을 중재하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통신심의, 민사 손해배상까지다. 

    다만 언론중재위원회 '2023년 언론관련판결 분석보고서'를 보면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가 이긴 비율은 37.9%에 그친다. 이겨도 손에 쥐는 돈은 크지 않다. 인용 평균액은 250만 원이다. 2005년 2750만 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배상액 500만 원 이하 판결 비율은 2005년 10%에서 2022년 75.9%까지 치솟았고 2023년에도 71.6%였다. 이기고도 열에 일곱은 변호사 비용조차 건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심지어 구제까지는 하세월이다. 언론중재위 조정은 법상 접수 14일 안에 끝내야 하지만 실제 평균 처리일수는 2021년 17.9일에서 2024년 21.4일로 늘었다. 형사 절차도 마찬가지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명예훼손·모욕 사건 접수는 2010년 2만2777건에서 2020년 7만9910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기소는 연평균 1만1000건 안팎에 머물렀다. 경찰청 통계로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은 2018년 1만5926건에서 2022년 2만9258건으로 거의 갑절이 됐다. 
  • ▲ 기존 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예는 유튜버 쯔양 협박 사건이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2월 유튜버 구제역에게 쯔양을 협박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처벌은 됐지만 이미 폭로 영상이 퍼진 이후라, '낙인'은 피해자의 몫이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열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기존 제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예는 유튜버 쯔양 협박 사건이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2월 유튜버 구제역에게 쯔양을 협박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처벌은 됐지만 이미 폭로 영상이 퍼진 이후라, '낙인'은 피해자의 몫이었다. 사진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열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신고만으로 글을 최대 30일간 가릴 수 있지만 작성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기간이 지난 뒤 글이 되살아난다. 완전히 지우려면 심의나 판결을 따로 받아야 한다. 네이버·다음의 임시조치는 2010~2014년 5년간 142만8000여 건에 달했다. 

    그 이후 포털별 통계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방적 소명만으로 글이 차단돼 표현이 위축된다는 비판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을 두 차례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소수의견 3명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봤다.

    기존 제도의 한계는 유튜버 쯔양 협박 사건이 보여줬다.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이 쯔양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건이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2월 유튜버 구제역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처벌은 됐지만 폭로 영상이 퍼지는 동안 지울 방법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낙인은 피해자 몫이었다. 7·7법 지지 측이 "형사 처벌은 유포가 끝난 뒤에야 온다"고 말하는 근거다. 그러나 앞선 편들에서 확인했든, 개정법에도 유포 중인 글을 지울 의무자는 명시돼 있지 않다. 

    ◆ 美는 '가해자', 獨은 '플랫폼', 日은 '익명성'을 겨냥

    허위 정보를 잡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피해자가 직접 소송금을 걸어 배상금을 받아내고 독일은 플랫폼에 벌금을 매기고 일본은 익명의 가면을 벗긴다. 

    미국은 가해자 개인을 민사로 친다.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은 2023년 폭스뉴스에서 7억875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받아냈다. 폭스뉴스가 "도미니언 기계가 개표를 조작했다"는 허위 주장을 방송한 대가다. 초등학교 총격 참사를 "정부의 조작극"이라고 방송한 앨릭스 존스는 유족에게 약 14억 달러를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다만 한계도 드러났다. 존스가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유족들이 실제 받은 돈은 거의 없다.

    독일은 글쓴이가 아니라 플랫폼을 때린다. 명백히 위법한 게시물을 24시간 안에 지우지 않으면 플랫폼에 최대 5000만 유로의 과태료를 물리는 법을 2018년부터 시행했다. 2019년 페이스북이 실제로 200만 유로를 냈다. EU도 지난해 12월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으로 X(옛 트위터)에 첫 과징금 1억2000만 유로를 매겼다.

    일본은 벌금 대신 '누가 썼는지'부터 찾는다. 2022년부터 법원 명령 하나면 플랫폼에서 익명 작성자의 이름과 주소를 받아낼 수 있다. 이름이 드러나면 피해자가 그 사람에게 직접 소송을 걸 길이 열린다.
  • ▲ 6편은 그 판단을 직접 구하겠다며 헌법소원과 8·15 행진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함께 기존 구제 제도의 작동 실태를 통계로 점검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추측은 싣지 않는다. ⓒclaude.ai
    ▲ 6편은 그 판단을 직접 구하겠다며 헌법소원과 8·15 행진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함께 기존 구제 제도의 작동 실태를 통계로 점검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추측은 싣지 않는다. ⓒclaude.ai
    삭제를 강제하다 법이 무너진 나라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혐오 게시물을 24시간 안에 지우도록 강제한 법이 2020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였다. 15일 올림픽공원에서 헌법소원 위임장을 모으는 청년들이 근거로 드는 판례이기도 하다.

    논쟁은 외교 무대로도 번졌다. 세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은 "정부에 검열 권한을 주는 것보다 피해자가 직접 소송으로 구제받게 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미 하원 법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달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오는 20일까지 법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요소는 없다"는 입장이다.

    ◆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지키려 싸운다"

    송씨는 15일 광주에서 올라오는 버스를 탄다. 7·7법에 반대하는 이유를 묻자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허위 조작 정보'라는 그럴듯한 용어는 객관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정부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맺었다. 

    "청년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거창한 것도,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