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녹지에 주택공급 검토 알려져"아이들 뛰어놀 공간까지 없애나""기존 주거지역 개발부터 풀어야"오세훈 "미래세대 몫 훼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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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유치원생들이 놀이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교사를 하다보면 서울에 아이들이 뛰어놀 녹지가 얼마나 부족한지 바로 느낀다. 그런데 이런 공간까지 개발하겠다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11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만난 인근 유치원 교사 20대 손모씨는 정부가 정원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이날 본보가 방문한 정원 입구에는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수십미터 가량 길게 늘어서 있었다. 흰색과 노란색 꽃으로 장식된 화환에는 '어린이들이 뛰어놀 녹지공간을 지켜주세요' '용산어린이정원은 후대를 위한 쉼터' 등의 문구가 적혔다.정원 안으로 들어서자 주황색 모자를 쓴 유치원생들이 교사의 손을 잡고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 아이들은 공원 내 마련된 놀이시설 주변에 모여 뛰어놀고 있었다. 놀이시설 옆쪽에는 고층 건물이 빼곡한 도심 풍경과 대조되는 넓은 잔디마당이 펼쳐졌다. 커다란 나무와 산책로 사이로 녹지가 이어졌고 곳곳에서 아이들과 시민들이 정원을 이용하고 있었다.손씨는 "거의 매주 몇 차례씩 아이들과 이곳을 방문한다"며 "아이들을 키우거나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서울에서 이런 공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용산어린이정원은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용산기지 약 300만㎡ 가운데 30만㎡를 2023년 5월부터 임시 개방한 공간이다. 공원은 축구장 약 42개를 합친 규모로 분수정원과 상상놀이터, 축구·농구·야구장, 넓은 잔디마당 등이 들어서 있다.입지도 서울 도심 한복판이다. 4호선 신용산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자리한 이촌역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국방부 청사와도 맞닿아 있다. 대규모 녹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서울 중심부에 30만㎡ 규모의 평탄한 녹지 공간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최근 정부가 서울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공급 후보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시와 용산구,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
- ▲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 전경. ⓒ임찬웅 기자
◆"서울에 이런 녹지 또 있나 … 아파트보다 공원 지켜야"이날 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용산어린이정원을 없애거나 규모를 줄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식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40대 김모씨는 "근처에 살지는 않지만 평소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엄마들과 자주 온다"며 "서울에 이렇게 넓고 좋은 녹지가 많지 않은데 여기를 모두 없애고 아파트 부지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김씨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단순히 공급량이 없는 것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출을 막고 규제하는 정부 정책부터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임모씨도 "이전부터 서울에 녹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으로 안다"며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시를 대표하는 대규모 녹지를 생각하면 서울에는 쉽게 떠오르는 곳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또 다른 40대 김모씨는 "이 정도 규모의 녹지는 흔치 않은 만큼 무작정 개발하기보다는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미군 부대였던 만큼 기존 건물이나 공간도 이색적이어서 관광이나 문화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실제 서울의 전체 공원 면적과 시민들이 일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공원 면적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서울시민 1인당 공원 면적은 16.2㎡다. 베이징 15.7㎡, 뉴욕 14.7㎡와 비슷하고 파리 10.7㎡보다는 넓다. 그러나 해당 통계에는 북한산국립공원 등 서울 외곽에 자리한 대규모 자연공원이 포함된다. 어린이와 노인 등 시민이 걸어서 접근하기 쉬운 '도보생활권 공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1인당 면적은 5.7㎡로 크게 줄어든다. -
- ▲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에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임찬웅 기자
◆"공원 건드리기 전에 기존 주택부터" … 재개발·재건축 규제 비판시민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녹지를 택지로 돌리기에 앞서 기존 주거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용산구 원효로동에 거주하는 30대 서모씨는 "녹지를 주택 부지로 개발하는 건 정말 지을 곳이 없을 때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지금처럼 이주비 대출부터 재개발·재건축을 위한 자금줄까지 막을 게 아니라 원래 주택 용도로 사용하던 곳을 개발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서씨는 "아파트 짓는 것보다 서울에서 이런 넓은 녹지를 찾는 게 더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용산구 이촌동에 거주하는 20대 구모씨도 "어린이정원에 굳이 빽빽하게 아파트를 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원래 주택 용도로 사용하던 지역을 재개발하는 방향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이어 "용산역 국제업무지구 주변에도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이 있는데 기존 지역 개발이 어려우니 상대적으로 손쉬운 방법을 택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도심에 녹지가 부족해 여름이면 더위도 심한데 편한 길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특별법·토양오염 문제까지 … 실제 개발도 '산 넘어 산'실제 용산어린이정원을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우선 용산공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부터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또 과거 미군기지로 사용되면서 누적된 토양오염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용산어린이정원은 토양 오염 우려에 따라 일부 공간에 15㎝ 이상 흙을 덮어 차단한 상태로 개방돼 있다.서울시와 용산구도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서울 용산구 서계·청파동 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미래 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에는 1㎝라도 동의할 수 없다"며 "서울은 더 이상 빈 땅이 남아 있는 도시가 아닌 만큼 결국 서울의 주택 공급은 기존 도심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