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검수완박·입틀막법 등은 '전광석화'민생 관련 법안 지연엔 "국민의힘 몽니"국힘 "야당 탓 프레임 낯 뜨거울 지경"
  •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택 공급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책임을 국민의힘에 묻고 있어 논란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검법부터 각종 쟁점 법안을 줄줄이 처리했던 만큼, 민생 문제에서 야당의 비협조를 탓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후속 입법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국민의힘을 지목하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택공급을 뒷받침할 법안들도 본회의 문턱에 잠들어 있다. 공공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완화하는 도시 재건축법, 학교 용지 복합기반 특별법 등 부동산 시장 등 국민 주거 안정에 직결된 법안"이라며 "정작 법안 통과를 위한 본회의 개최는 반대하니 국민의힘의 저의가 무엇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전날에도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공급 대책 마련에 노력할 동안 국민의힘은 말 폭탄을 쏟아내며 부동산 정책을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시정, 그리고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의 무능함이 현재의 공급 절벽을 초래한 주범임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몽니로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의 후속 법안이 아직도 국회 본회의에 발목이 묶여 있다"며 "민생과 주거 안정에 직결된 법안들을 결사반대하며 본회의 문턱에 멈춰 세운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얄팍한 속셈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이 그동안의 입법 처리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쟁점 법안의 경우 국민의힘의 반대 여부와 관계없이 거대 의석수를 내세워 법안 처리를 강행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비롯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국민의힘은 졸족 검찰 해체에 따른 수사 공백과 범죄 피해자 피해 등을 우려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지만, 민주당은 24시간 뒤 토론을 강제 종료하고 법안을 처리했다.

    뒤이어 처리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에 이어 상정된 방미통위 설치법 등에도 연쇄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민주당 등 범여권은 24시간 뒤 토론을 종료한 뒤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2008년 출범했던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폐지되고 당시 임기가 남아있던 이진숙 방통위원장(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동 면직됐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었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가짜뉴스 근절 조치라며 온라인상 고의적 허위·조작정보 유포 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정통망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당시 언론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입틀막법'이라며 반발이 컸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마찬가지로 강제 종료한 뒤 법안을 처리했다.

    사법제도 개편에서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입법 저지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민주당은 '사법 개혁을 완수한다'는 미명하에 표결 강행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지난 2월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사법3법'을 한꺼번에 추진했고, 정청래 당시 대표는 "우리의 시간표대로 타협없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각종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도 야당의 동의 여부는 사실상 고려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시간표'와 '무타협'을 내세워 입법 속도전을 이어갔던 민주당이 민생 관련 법안을 두고 '국민의힘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과 사법제도, 언론 규제, 특검법처럼 여야 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린 법안은 야당의 반발에도 '개혁의 시급성'을 이유로 강행해놓고 정작 국민 주거와 직결된 공급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남 탓'부터 한다는 것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이 숱하게 문제를 지적했던 보완수사권 폐지는 끝끝내 밀어붙였고 노란봉투법과 입틀막법은 국민의 우려와 걱정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면서 "민심을 따라야 할 때는 민심을 철저히 거스르면서 아마추어적 국정운영을 무리하게 감싸고 돌 때만 민심을 내세우는 뻔뻔한 정치는 그만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회의에서 "민주당이 서울 집값 상승의 책임을 전임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돌리더니, 13일에는 부랴부랴 공급 대책 법안들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출범 1년이 넘도록 반복되는 '야당 탓' 프레임이 이제는 낯 뜨거울 지경"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지금껏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은 마음먹은 대로 밀어붙여 온 집권 여당이, 유독 주택 공급 입법에 대해서만 '야당의 발목 잡기'를 운운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나"라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