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 지역 방공 자산 공백 우려'전술핵 유연 재배치' 검토 필요'네트워크형 재배치' 구상도 부상전술핵 기반 실질적 CNI 완성해야동맹 공급망 결합으로 방산 승부수까지
  • ▲ 안규백(왼쪽)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방부 청사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AP/뉴시스
    ▲ 안규백(왼쪽)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방부 청사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AP/뉴시스
    미국의 방공·정밀타격 자산이 중동 등 복수 전구로 분산되고, 미 국방부 내부에서 전술핵 확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핵 억제를 위해 한국이 검토해야 할 실질적 대안으로 '전술핵 유연 재배치'와 '네트워크형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전술핵의 한반도 상시 고정 배치를 넘어, 한국 내 임시 저장·전개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한국·괌·호주 등 인도태평양 거점을 연계해 미국 핵자산을 유연하게 순환 전개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자는 구상이다.

    이란전 장기화는 미국의 방공·정밀타격 자산이 복수 전구에서 동시 소모될 때 발생하는 구조적 리스크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란전에서 패트리엇 계열 요격미사일을 1500발 이상 사용해 재고가 1700발 미만으로 줄었으며, 기존 수준으로 재고를 회복하는 데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패트리엇 체계와 사드 체계의 요격미사일뿐 아니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에이태큼스 전술탄도미사일도 대량 투입됐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방공·감시 자산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공격 시 지휘시설·공군기지·항만 등 핵심 거점과 증원전력을 보호하고,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응징·보복 능력을 보전하는 핵심 방어 자산인 패트리엇 PAC-3 계열 요격미사일과 사드(THAAD) 요격미사일 등의 소모는 미국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 톰 카라코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선임 연구원은 NYT에 미사일 재고 부족을 "재래식 억제력 수단의 세대적 파괴"라고 평가하며 "재고 회복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중·러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은 북한이 핵·탄도·순항미사일과 무인기를 결합해 복합 포화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에는 직접적인 경고다.

    방공 자산의 소모와 공백 위험이 현실화하면서 동맹의 핵 대응 태세를 가시화할 현실적 대안으로 전술핵 '유연 재배치' 혹은 '연성 재배치'가 부각되고 있다. 전술핵 유연 재배치는 전술핵을 임시 배치·저장할 수 있는 관련 시설을 확보하되 전술핵을 고정 배치하지 않는 방식이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핵탄두를 상시 반입하지 않은 채 유사시 미국의 B61-12 중력폭탄 등을 저장·전개할 수 있도록 핵무기 저장·보안시설, 운송체계, 기지방호, 핵임무 지원 기반을 사전에 마련하자는 구상이다.

    2022년부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의 대안으로 전술핵 유연 재배치 구상을 제언해 온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2025년 공저 '기로에 선 북핵위기'에서 "시설만을 먼저 갖추는 것으로,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술핵폭탄을 고정 배치해야 하는 부담이 없으며, 한국의 입장에서도 재배치로 인한 과중한 방위비 분담 요구를 일부 회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시 배치에 대한 외교·재정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미국 전략자산 전개의 치명성과 확고한 확장억제 의지를 신뢰성 있게 발신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미 핵·재래식통합(CNI)을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군의 재래식 정밀타격·미사일방어·정보·감시·정찰·지휘통제 능력을 공동 기획과 훈련, 위기관리 절차 안에서 연계하는 진정한 의미의 '일체형 확장억제'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한국 공군이 운용 중인 F-35A는 B61-12를 운반할 수 있는 이중용도전투기(DCA)로 인증되지 않아 유사시 즉시 투입할 수 없는 만큼,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운용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조 연구위원은 "F-35A와 전술핵의 체계 통합이 가능하도록 미국의 허가, 관련 장비, 소프트웨어 및 인력 등을 발전시켜 비상운용 기반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한반도 인근․괌․미국본토 등지에서 한미가 모의 핵탄두를 장착하고 투하하는 훈련을 하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술핵 유연 재배치와 함께 한국·호주·필리핀·미국령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기지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전술핵을 순환 재배치하는 '네트워크형 전술핵 재배치' 구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은 주한미군 기지 내 고정 배치보다는 동북아 인근 미군기지들을 네트워크로 묶어 배치하는 편이 심리적 억제력이 더 크므로 미국이 이를 고려한다고 선언만 해도 중국과 북한에 상당한 억제 효과를 줄 수 있다며 네트워크형 전술핵 재배치를 제언한 바 있다. 한국·괌·필리핀·호주 등 역내 거점을 활용해 미국 핵자산을 순환 전개하고, 배치 위치와 전개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게 하는 태세는 북한 지도부가 선제 타격의 성공 가능성을 계산하기 어렵게 만들어 억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미국이 개발을 추진 중인 해상발사 핵순항미사일(SLCM-N)을 포함한 해상 기반 비전략 핵옵션을 인도태평양 억제 태세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장기 검토 과제로 꼽힌다.

    이러한 안보 현실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은 형식적인 협의기구를 넘어 공동 핵기획, 핵위기관리, 핵·재래식 통합훈련을 발전시키는 제도적 기반으로 발전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나토식 핵공유는 미국 전술핵의 물리적 배치만으로 작동하는 체계가 아니라, 이중목적항공기(DCA), 핵임무 인증, 기지 보안, 공동훈련, 지휘통제, 정비·군수지원을 결합한 동맹 운용체계다. 한국이 나토식 핵공유를 그대로 이식하기는 어렵지만, 핵 저장·보안·훈련·지휘통제 기반을 갖추고 전술핵을 비롯한 미국 핵자산의 전개와 한국군의 재래식 역할을 통합하는 방향은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CNI가 '일체형 확장억제'로 실제로 작동하려면 핵자산의 전개와 지휘통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거리 정밀타격, 다층 미사일방어, 탄약 비축과 증산, 기지 복구, 정비·군수지원, 정보·감시·정찰을 아우르는 산업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동맹 네트워크의 실질적 가치는 최근 글로벌 방산 수주전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지난 7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 결과는 무기 체계의 단순 성능을 넘어선 '동맹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한국 컨소시엄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의 태평양 횡단 항해를 통해 성능과 납기, 작전 지속성을 입증하며 '잠수함 원조국'인 독일과 대등하게 경쟁했으나, 나토 중심의 '전략적 여건'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 방위사업청은 한국과 독일의 성능·납기·산업협력 조건에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나토 상호운용성과 승조원·군수지원 협력에서 결정적 차이가 났다는 사후 분석을 내놨지만, 사실 나토는 이 수주전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에 가까웠다. 캐나다가 선택한 것은 잠수함 자체의 우수성을 넘어 북대서양과 북극해에서 장기간 공동 운용할 수 있는 동맹 차원의 정비·군수·훈련 체계 및 상호운용성 네트워크였던 셈이다.

    물론 한국 내 핵무기 저장·보안시설 구축이나 인도태평양 거점 연계 구상이 나토식 핵공유나 동맹의 핵 기획 및 운용 체계 내 한국군의 실질적 역할 분담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해법은 아니다. 미국의 독자적 핵운용권과 한반도 유사시 미 대통령이 보유하는 최종 핵사용 권한, 중국과의 외교·경제적 마찰 가능성은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방공 자산 공백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술핵 유연 재배치를 위한 핵 저장·보안·운용 기반과 방산·군수 공급망을 결합하는 네트워크형 핵·재래식 통합억제는 한국이 한미동맹 틀 안에서 북핵에 대해 우선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핵균형의 기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