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XMT IPO 문턱 낮춰 98억달러 조달 … '기업 자금수요'서 출발韓 150조 국민성장펀드 조성…국민참여형·ISA로 개인 자금 유도같은 '시장 돈', 접근법은 달라 … 中 기업 조달길, 韓 투자상품에 방점
  • ▲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CXMT.ⓒ연합뉴스
    ▲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CXMT.ⓒ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이 나란히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생산적 금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국민성장펀드라는 대규모 정책금융의 틀을 만들고 국민참여형 펀드와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을 통해 국민 자금을 정책산업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면, 중국은 전략기업의 기업공개(IPO) 절차를 단축하고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등 기업이 시장에서 직접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두 나라의 엇갈린 접근은 생산적 금융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국민에게 투자할 상품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인가, 성장 기업이 시장에서 필요한 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먼저인가.

    ◇ CXMT가 보여준 변화 … 中, 자본시장 AI 자금줄로

    10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뒷받침하기 위해 28조달러(약 3경9600조원)에 달하는 자국 자본시장을 전략산업의 새로운 자금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상징적인 사례가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다. 지난달 상하이증시에 상장한 CXMT는 첫 거래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466% 가까이 치솟았다. IPO를 통한 조달액은 초과배정옵션을 포함할 경우 최대 98억달러에 달한다.

    단순한 IPO 흥행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중국 정부가 전략산업 육성에 필요한 돈을 정부 재정과 은행 대출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주식과 채권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자금조달 체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CXMT 상장을 앞두고 전략기업의 상장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이와 함께 기술기업들이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자본시장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장기 부동산 침체 이후 은행 예금 등에 쌓인 막대한 가계저축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고, 이를 다시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장자금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자본 접근성' 자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AI 산업은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전력망까지 천문학적인 초기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실제 2024년 이후 중국 기술기업들이 IPO와 채권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2170억달러로 미국 기술기업의 1조4000억달러와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빅테크가 세계 최대 자본시장을 등에 업고 AI 투자 규모를 계속 키우는 동안 중국은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 중심의 산업 육성만으로는 자금조달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한계에 직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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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도 '생산적 금융' 드라이브 … 출발점은 국민 자금

    한국의 대표적인 생산적 금융 정책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첨단전략산업에 150조원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먼저 세우고 직접투자와 인프라 투·융자, 저리대출 등 다양한 자금 공급 방식을 마련했다. 이후 K-엔비디아 육성, 국가 AI컴퓨팅센터, 첨단 AI반도체 파운드리 등 투자 후보 사업을 선정하고 개별 심의를 거쳐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다.

    이는 CXMT라는 전략기업의 구체적인 자금 수요를 출발점으로 IPO 시장의 문을 넓힌 중국과는 접근 순서에서 차이가 있다. 중국이 '돈이 필요한 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뒀다면, 한국은 먼저 대규모 자금공급 목표와 정책금융의 틀을 세운 뒤 선정된 전략산업과 프로젝트에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려 있다.

    국민의 금융자산을 생산적 분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 상품도 잇따라 등장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성과를 국민과 공유한다는 취지로 6000억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를 출시했다. 국민이 직접 투자하고 정부 재정이 손실을 우선 부담하는 구조다. 국민 모집액 6000억원에 재정 1200억원을 더해 총 7200억원 규모로 설계됐다.

    최근에는 국내 주식과 국민성장펀드 등에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생산적 금융 ISA'까지 추진했다. 개인의 금융자산을 국내 증시와 전략산업으로 유도해 기업의 자금조달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책의 초점이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 개선보다 국민의 투자 선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지나치게 맞춰진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생산적 금융 ISA 개편안은 기존 ISA 혜택 축소 등을 둘러싼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에서도 세대별 투자 여력의 차이가 드러났다. 1차 펀드가 완판됐지만 2030세대 투자 비중은 전체의 13%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가계자금을 첨단산업으로 이동시키려 해도 정작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계층에는 세제 혜택이나 정책상품만으로 참여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 생산적 금융 성패, '자금 규모'보다 '자금 길' 

    AI와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국민에게 특정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거대한 주식·채권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끊임없이 조달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다.

    중국이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자본시장 활용에 눈을 돌린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국 역시 기업 측 자금공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 정책을 단순히 '투자자 지원 대 기업 지원'으로 나누기는 어렵다. 국민성장펀드 자체가 직접투자와 대출, 인프라 금융 등을 통해 첨단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생산적 금융도 '국민 돈을 어디로 움직일 것인가'에서 나아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어떻게 더 쉽고 빠르게 시장의 돈을 끌어올 수 있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것과 기업에 자금줄을 만들어주는 것은 같은 목표를 향하지만 출발점은 다르다.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았느냐보다 그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시장을 얼마나 제대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