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년 동안 축구협회 외국인 심판 10여 명에 성접대주요 외신들 축구협회 성접대 파문 보도2002 한일 월드컵 영광도 의심, 미래에도 성접대 꼬리표
  • ▲ 대한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접대 파문 후폭풍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대한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접대 파문 후폭풍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추락의 끝은 어디일까. 바닥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바닥을 뚫고, 깊은 지하로 전진하고 있다. 거침이 없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참사. 역대급 멤버에 역대급 꿀조에 포함됐지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자 거대한 후폭풍이 불어닥쳤다. 

    홍 감독의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선임 논란부터 시작해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밀실 행정과 무능을 거쳐 국회 청문회, 홍 감독의 피의자 신분 경찰 조사, 경찰이 진행한 초유의 축구협회 압수수색 등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폭탄급 이슈가 터졌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다. 바로 외국인 심판 '성접대' 파문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한국에서 열린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 감독관 등 10여 명에게 성접대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경기 주심을 본 심판의 국적은 일본, 아랍에미리트, 이란, 바레인,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다양하다.

    이 경기 중에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2012 런던 올림픽 예선까지 포함돼 있었고, 7경기에서 한국은 5승 2무로 '무패 행진'을 기록했다. 

    북중미 참사로 발생한 후폭풍은 한국 내에서 몰아쳤다. 그러나 외국인 심판 성접대 파문은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는 한국 축구뿐 아니라 세계 축구의 공정과 투명함과 관련이 된 일이다. 한국이 성접대의 나라가 됐다. 축구협회가 국격을 떨어뜨리는 데 앞장선 것과 다름없다. 

    '로이터통신'은 축구협회의 성접대 파문을 보도했고, 프랑스의 유력지 '레키프' 역시 "축구협회가 서울, 창원, 울산 등에서 10여 명의 외국인 심판을 대상으로 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독일의 '슈피겔'도 "축구협회가 외국인 심판들에게 성적인 대가를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접대 파문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최고의 영광도 의심하게 만들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은 성접대 파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리고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영광인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도 불신의 눈빛이 끼어들 여지를 내줬다. 

    일본의 '사커 다이제스트'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의 메달 박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시나스포츠'는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심판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은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스페인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여러 오심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는 24년 전 서구 언론들이 꾸준히 제기한 내용이다. 24년 만에 다시 불을 지폈다. 

    물론 성접대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유리한 판정을 받았는 지도 알 수 없다. 

    이 기간 동안 상대한 팀들은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중국, 온두라스, 세르비아, 폴란드 등이었다. 올림픽 예선에서 만난 오만(2-0)과 카타르(0-0), 월드컵 예선에서 만난 쿠웨이트(2-0)는 한국보다 전력이 낮은 팀이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성접대는 이런 승리, 무패 행진의 가치를 더럽혔다. 성접대를 시도한 것 자체로 진 것이다.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도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잘 봐달라는 의도. 그리고 한국은 무패 행진을 달렸다. 이 의도의 힘을 부정할 수 없는 결과물인 셈이다. 축구협회는 스포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다. 

    이렇게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의 '과거'를 죽였다. 성접대로 심판을 매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서구 언론들이 꾸준히 제기했던 2002 한일 월드컵의 심판 판정. 이에 한국 축구팬들은 거부감이 컸다. 한국에 패배하며 굴욕을 당한 그들의 몽니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성접대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02 신화 역시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축구협회가 해낸 일이다. 그들은 한국 축구 최고의 영광을 죽였다.  

    '현재'도 축구협회는 멈추지 않고 한국 축구를 죽이고 있다. 지난 8일 축구협회가 공개한 사과문을 보면, 그들이 변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그들은 한국 축구를 사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축구협회는 사과하는 척하면서도 "국회 청문회에 이어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과 다수의 내부 구성원들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에 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협회와 관련된 각종 사안으로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고 밝혔다. 

    다수의 내부 구성원들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과거 일이니 지금과는 상관없다는 뜻.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책임 회피다. 지금껏 항상 해오던 방식 그대로. 

    다수의 내부 구성원들이 모른다면, 소수의 내부 구성원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2011년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축구협회에서 일하고 있는, 소위 핵심 인력이 있다. 그들은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뒤에 숨었다. 대다수가 모르고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진정 반성을 한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외국인 심판 성접대가 이뤄졌고, 이를 진행한 이들의 책임과 징계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축구협회는 그러지 않았다. 이런 축구협회에 누가 신뢰를 줄 수 있겠는가.  

    일본은 달랐다. 한국에서 성접대 파문이 일자 일본축구협회는 즉각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일본 심판 4명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축구협회는 의혹 심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이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과거 잘못을 과거라고 회피하지 않고, 철저히 조사해 그 내용을 일본 축구팬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한다. 과거의 일이라며 외면하는 대한축구협회와 완전히 다른 행보다. 

  • ▲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국회 청문회에 참석했다.ⓒ연합뉴스 제공
    ▲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국회 청문회에 참석했다.ⓒ연합뉴스 제공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의 '미래'도 죽였다. 

    축구협회는 사과문에서 "그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해 온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거둔 값진 성과와 노력이 이번 일로 인하여 오해받거나,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고 강조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의심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은 저질러 놓고, 오해하지 말라고 한다. 정말 뻔뻔하다. 이런 의심과 오해는 누가 만들었는가. 축구협회다. 앞으로 한국 축구는 세계 무대 어디를 가도 성접대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한국 선수들 역시 성접대 파문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가 한국을 성접대의 나라로 만들었다. 한국 축구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이런 꼬리표를 미래의 한국 축구와 미래의 세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히 아니었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꼬리표는 제거되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그럴 의지와 능력은 있는가. 십수 년 전 일이라고 눈을 감은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나. 

    모든 뿌리를 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