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통합하면 쿠데타 줄어든다"검증되지 않은 사관학교 통합론쿠데타 성공, 군종 결속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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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3기 출범 계기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오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일부 장교들이 주도한 5·16 군사정변과 12·12 군사반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론하며 사실상 육사 폐교를 뜻하는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육사 출신 장교들의 사조직인 '하나회'가 군 지휘권과 정치권력을 장악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군종별 독자적 장교 양성 구조를 해체하겠다는 구상이다.그러나 육·해·공군 장교 후보생을 한 교육체계에 묶는 방식이 동문·기수 결속을 약화할지, 아니면 군종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동문·기수 네트워크를 만들지는 별개의 문제다. 태국 군부정치 사례는 장교들의 군종 횡단 네트워크가 핵심 부대와 인사권을 연결하는 파벌 인프라로 발전할 경우, 쿠데타의 성공 조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李 대통령 "통합하면 쿠데타 가능성 줄어든다"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다 육사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느냐"며 "군별로 따로 떼어서 군을 육성하고, 아주 장기간 특정 군종이 군대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가끔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절단 내고 난 다음 아무런 책임을 안 지면 되겠느냐"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는 구조적으로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든다"고 강조하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일부가 가끔씩은 떼를 지어서 이런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일을 벌이는데 그럴 소지를 없애야 한다", "(육·해·공사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빨리하라"고 지시했다.◆태국 AFAPS와 '0143 클럽'… 군종 횡단 네트워크의 형성사관학교 통합 논의에 중요한 비교사례로 꼽히는 태국은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22차례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고 이 가운데 13차례가 성공했다. 태국 국방부는 육·해·공군이 따로 운영하던 예비교육기관을 통합해 1958년 1월 육·해·공군간부예비학교(AFAPS)를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생도들은 이곳에서 함께 교육받은 뒤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경찰사관학교로 나뉘어 진학한다. 지금 한국 국방부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저학년 통합·고학년 군별 분리'안과 큰 틀에서 유사한 구조다.1991년 2월 쿠데타의 성공 비결은 군 내부 견제구조의 부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태국 쿠데타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쭐라쫌끌라오 왕립육군사관학교(CRMA) 5기와 7기는 AFAPS 통합 이전 교육과정을 거친 세대이자 핵심 보직과 전투부대 지휘권을 놓고 경쟁한 군부 파벌이었다. 7기는 1981년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다른 군부 세력과 왕실 지지세력의 반격으로 실패한 반면에 5기는 1980년대 후반 핵심 사단과 지휘권을 폭넓게 장악했고, 다른 파벌이 효과적으로 맞서지 못하는 조건에서 1991년 쿠데타를 성공시켰다.그 과정에서 5기는 육군 내 우위를 해·공군과 경찰로 연결해 군 내부의 대항 축을 약화시켰고, 1988년 4월부터 정기모임을 연 '0143 클럽'은 이러한 군종 횡단 결속을 뒷받침한 인적 네트워크였다. 1958년 각 군 임관 동기들의 군종 횡단 네트워크인 '0143 클럽'에서 '01'은 불기 2501년(서기 1958년)을, '4'는 태국의 안전보장을 책임지는 4개 기관인 육군·해군·공군과 경찰을, '3'은 육군·해군·공군의 3군을 의미한다. 특히 육·해·공군과 경찰을 포괄하는 결속의 범위를 뜻하는 숫자 '4'는 0143 클럽이 특정 군종 내부의 파벌을 넘어 국가 무력기구 전반을 가로지른 네트워크였음을 시사한다.1991년 쿠데타의 주역인 수친다 크라쁘라윤과 가까운 카셋 로차나닌 공군참모총장은 이 클럽의 중심이었고, 해군에서도 클럽 소속 장교가 차기 참모총장으로 부상했다. 수친다의 CRMA 5기 동기생들은 1980년대 후반 태국군 핵심 지휘부로 부상했으며, 수친다는 1990년 육군참모총장, 이듬해 전군 최고사령관이 됐다.태국 정치 전문가인 다마다 요시후미 교토대 교수는 1995년 논문에서 "3군에 걸쳐 이 정도의 단결을 과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고, 이 단결이 이들로 하여금 군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했다"며 "5기는 0143 클럽을 결성해 육·해·공군과 경찰에 걸친 단결을 구축했다. 이로써 군 내부에서 쿠데타를 저지할 수 있었던 장애물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물론 태국의 반복된 쿠데타에는 왕실과 군의 관계, 취약한 정당정치, 정부와 군의 갈등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으므로, 통합 교육을 쿠데타의 단일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그러나 1991년 쿠데타는 군종을 가로지르는 결속이 형성되면 쿠데타 조율 능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쿠데타 당일 순톤 콩솜퐁 최고사령관은 육군·해군·공군·경찰 지휘관과 육군 부사령관이 함께한 가운데 TV로 정권 장악을 선언했다. 군 병력은 국영 방송국을 장악했고, 차티차이 총리와 일부 각료를 구금한 뒤 의회를 폐쇄하고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는 1991년 쿠데타가 육군 단일 세력의 반란이 아니라, 삼군과 경찰 수뇌부가 결합한 국가 무력기구의 정권 장악이었음을 보여준다.태국 사례는 사관학교 동기생을 기반으로 군종을 포괄해 형성된 네트워크가 단순 친목을 넘어 인사·지휘권·정치적 행동을 연결하는 파벌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특정 기수 또는 출신집단이 핵심 전투부대와 삼군 지휘부를 동시에 장악하고, 이를 견제할 군 내부 대항세력이 약화할 경우 쿠데타의 실행과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영국 에식스대의 토비아스 뵈멜트 등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사관학교는 "현 정부의 정책과 충돌할 수 있는 응집된 견해"를 만들고, 장교 간 네트워크를 통해 "쿠데타 모의에 필요한 조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쿠데타 방지' 이론과도 거꾸로 가는 사관학교 통합이러한 결속의 위험을 의식해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군의 독자적 결속을 낮추기 위해 지휘·충성·정보·무력의 경로를 분산하기도 한다. '쿠데타 방지'(Coup-proofing) 이론을 체계화한 제임스 T. 퀸리번은 1999년 논문에서 권위주의 정권이 정규군의 쿠데타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정규군과 별도 지휘체계를 가진 친위·준군사 전력을 구축한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방위군(National Guard), 이라크의 공화국수비대(Republican Guard)와 특별공화국수비대(Special Republican Guard), 시리아의 공화국수비대(Republican Guard)·방위중대(Defense Companies)·특수부대(Special Forces)가 대표적인 사례다.이재명 정부의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은 이러한 쿠데타 방지 논리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물론 사관학교 통합은 정규군과 별도로 운용되는 친위·준군사조직을 만들거나 없애는 제도도, 실제 군 지휘체계를 통합하는 조치도 아니다. 그러나 육·해·공군 장교 후보생을 하나의 교육체계에 묶는 방식은 군종별 장교단의 초기 사회화 경계를 낮추고, 군종을 가로지르는 동문·기수 네트워크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태국의 '0143 클럽'은 1958년 임관 동기들이 육·해·공군과 경찰에 걸친 결속을 형성함으로써 군 전체를 통제함에 따라 군 내부에서 쿠데타를 막는 장애물을 사라지게 한 역사적 사례다. 사관학교 통합이 육·해·공군 장교 후보생 사이의 공통된 정체성과 인적 연결망을 강화하면 인사·지휘·군종 간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유추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태국 사례는 군종 간 공동 교육이 장기적으로 어떤 인적 네트워크와 충성 구조를 만드는지, 그리고 그 네트워크를 견제할 문민통제와 인사·지휘·정보 감시 장치는 충분한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관학교 통합을 둘러싼 논의에 중요한 비교사례가 될 수 있다.◆하나회가 남긴 결론… 사관학교 통합은 진단과 어긋나는 처방물론 한국과 태국의 민주화 수준은 다르지만, 형식적 헌정질서만으로 군 내부 네트워크의 정치개입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은 1979년 한국의 경험이 보여준다. 육사 11기를 중심으로 한 사조직인 '하나회'는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로 이어진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에서 중추 역할을 했다. 군종을 섞는다고 그 결속의 단위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은 군종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동문·기수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네트워크가 공식 지휘계통과는 별개의 사적 충성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을 해소하지 않는다.하나회라는 육사 동문·기수 중심의 비공식 네트워크가 신군부 권력 장악의 핵심 기반이었던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 군종을 섞으면 쿠데타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명제를 검증 없이 정책의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 지난 6일 예비역 육·해·공군 전 참모총장 46명이 '진단과 처방이 어긋난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통합의 효율성뿐 아니라 통합 뒤 장교단의 인사·지휘·충성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를 먼저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