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대책으로 던진 '폐버스' … AI 패러디로 부메랑'센트럴 버스하우스'부터 '더퍼스트 무빙캐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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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반포 살지롱~."
- ▲ 최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버스하우스'를 비꼬아 만든 인공지능(AI) 이미지가 온라인에 회자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 SNS 캡처
자신이 반포에 산다는 제목의 온라인 게시물을 클릭하자, 고급 아파트 대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줄지어 선 폐버스가 등장했다. 버스 앞에는 '버스 하우스 01'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버스 하우스'를 비꼬아 만든 인공지능(AI) 이미지였다.
청년 주거대책으로 나온 정치인의 아이디어가 불과 이틀 만에 정치권의 논평을 넘어 온라인 밈과 풍자의 소재가 됐다.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주거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청년층의 반응은 '조롱'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황 의원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한 편의 글이었다. 황 의원은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대학가 청년들에게 단기 주거시설로 제공하자는 '버스 하우스' 구상을 제안했다.
황 의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보트 하우스'를 사례로 들었다. 폐선박이나 중고 선박을 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폐버스도 주거시설로 바꿀 수 있다는 논리였다. 리모델링 비용을 대당 5000만 원 정도로 잡으면 1만 세대를 약 5000억 원에 마련할 수 있고, 대학가나 지하철역 주변에 배치해 이동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러한 제안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곧바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청년이 난민이냐", "그렇게 좋은 정책이면 의원부터 살아봐라", "집을 마련할 방법을 찾으라는 게 아니라 버스를 집으로 만들라는 것이냐"는 성토가 잇따랐다. -
비판은 댓글에서 끝나지 않았다. AI가 만들어낸 가상의 '버스 하우스 단지'가 온라인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 ▲ 최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버스하우스'를 비꼬아 만든 인공지능(AI) 이미지가 온라인에 회자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 SNS 캡처
한 이미지에는 '청년주택. 버스를 새로운 집으로, 청년의 내일로'라는 거대한 홍보 문구 아래 버스 여러 대가 늘어서 있다. 뒤편으로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우뚝 서 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버스에 사는 청년을 한 화면에 배치해 정책의 현실과 청년층의 박탈감을 대비시킨 셈이다.
폐버스를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듯한 가상의 주거단지도 등장했다. 이름은 그럴듯하게도 '더퍼스트 무빙캐슬'이었다. '청년 행복주택 관리소장'에는 황 의원의 이름이 적혔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단지지만, 온라인에서는 황 의원의 제안을 풍자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
'버스 하우스 밈'이 빠르게 퍼진 것은 단순히 기발한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거 문제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이 정치적 풍자의 형태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특히 "본인들은 넓고 쾌적한 집에 살면서 청년에게는 폐버스를 제안한다"는 인식이 밈의 핵심 소재가 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황 의원의 제안을 두고 '탁상공론'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 대표 예비경선에 출마했던 김보미 전 강진군의장은 황 의원을 겨냥해 청년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본인들은 쾌적한 넓은 집에 살면서 청년에게는 폐버스를 던져주는 '내로남불'과 생존이 걸린 주거 문제를 고민 없이 툭 던져보는 '탁상공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삶은 캠핑이 아니"라며 실제 버스를 주거 문제의 대안으로 거론한 것 자체가 공분을 살 수 있는 발언이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
여당 지도부도 결국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 ▲ 최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버스하우스'를 비꼬아 만든 인공지능(AI) 이미지가 온라인에 회자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 SNS 캡처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버스 하우스' 논란을 두고 "해프닝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고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네덜란드와 달리 한국은 여름과 겨울의 기후 차이가 크고 버스를 배치할 유휴부지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휴부지가 있다면 차라리 집을 짓는 게 낫다는 설명도 내놨다.
황 의원도 게시물을 올린 지 2시간 만에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이후 "버스 하우스 개념은 순수한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정부가 그런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해명했다.
야권의 공세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황 의원에게 본인과 가족이 먼저 '버스 하우스 1호 입주자'가 되라고 압박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트레일러 주거가 일반적인 미국에서도 차량 거주는 주거 통계가 아니라 노숙 통계에 잡힌다고 주장하며 상하수도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특히 황 의원의 지역구인 양천갑에서는 목동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지역구엔 고급 주거단지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약속하신 분, 청년에겐 버스"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공급대책 부재를 보여주는 '자백'이라고도 비판했다.
진보당 역시 가세했다. 이미선 진보당 대변인은 버스 하우스 구상을 두고 주거 약자의 현실을 가볍게 여기는 빈약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해프닝'이라고 규정하고 선을 긋는 사이에도 온라인에서는 이미 새로운 '버스 하우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비난 여론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 밈 속에 담긴 청년들의 분노를 얼마나 제대로 읽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
- ▲ 최근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버스하우스'를 비꼬아 만든 인공지능(AI) 이미지가 온라인에 회자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 SNS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