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3 1500발↑ 사용 … 재보충에 2년 이상 걸려한국·아시아 방공 전력까지 중동으로 재배치"북한과 충돌 시 주한미군 전력 취약" 우려
  • ▲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앞에 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앞에 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이 이란과의 장기전에 전력을 집중하면서 핵심 방공 전력인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재고가 1700기 아래로 떨어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장거리 정밀타격미사일 역시 사실상 전량에 가까운 수준까지 소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의 글로벌 군사력 운용뿐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대북 대응 능력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이란전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배치돼 있던 방공 자산과 첨단 해군 전력이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사시 주한미군의 방어 태세가 이전보다 취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 작전 과정에서 사용한 패트리엇 미사일은 1500기를 넘어섰으며, 현재 미군이 보유한 패트리엇 재고는 1700기 미만으로 파악됐다. 이란전이 장기화하면서 정밀무기와 방공미사일 비축량이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게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보충에 걸리는 시간이다. NYT에 따르면 현재 방산업체들의 생산 속도를 감안할 경우 소모된 패트리엇 물량을 다시 채우는 데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의 방공 전력 공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미국의 방공 전력 소모는 패트리엇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전 과정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요격미사일의 약 80%, 패트리엇 미사일의 약 절반을 소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군 고위 지휘관들 사이에서는 탄약 비축량이 ‘위험할 정도로 낮다’는 우려까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장거리 정밀타격 전력의 사정도 심각하다. 미 육군은 5개월간 이어진 이란전에서 에이태큼스(ATACMS)와 정밀타격미사일(PrSM)의 전 세계 재고 대부분을 소모했으며, 소식통 일부는 이들 무기를 사실상 전량 사용했다고 전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전 개시 이후 전 세계에 공급된 토마호크 재고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장거리 정밀무기와 방공무기를 동시에 대량 소모하면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전력이 한반도를 비롯한 다른 전구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는 점이다.

    NYT에 따르면 이란전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 배치됐던 최첨단 방공 요격미사일 수백 발이 중동으로 재배치됐다. 미 해군의 항모강습단과 첨단 구축함 일부도 이란 관련 작전에 투입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력이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미국 당국자는 NYT에 국방부가 전술 감시 자산을 중동으로 돌리고 방공 자산을 철수하면서 북한과 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 방공망이 미국의 글로벌 전력 재배치 과정에서 일부 약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한 곳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지역의 억지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이른바 ‘전구 간 전력 공백’ 우려가 현실적인 안보 문제로 떠오르는 셈이다.

    미국의 무기 재고 감소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서방의 방공미사일 지원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올해 서방의 방공미사일 지원 규모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NYT는 대만에 필요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상당량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동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미군의 탄약 재고 감소가 장기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과의 잠재적 충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미군의 탄약 부족은 이란전의 추가 공습을 이어가는 데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미군 내부에서 제기됐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지속적인 공습만으로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트럼프 행정부 참모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NN은 요격미사일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란의 대규모 자폭 드론 공격이 방공망을 뚫기 시작할 경우 미국의 재래식 공격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계자의 우려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기 재고 문제가 향후 중국·러시아·북한과의 잠재적 전쟁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전 세계 어느 누구보다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한 수준을 훨씬 웃도는 무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 역시 대통령이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방산업계의 생산능력과 실제 소모 속도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패트리엇과 사드 같은 방공체계는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단기간에 대량 생산하기 어려운 무기라는 점에서 재고 감소가 곧바로 전력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미국이 이란전에서 얼마나 많은 무기를 소모했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 공백을 얼마나 빨리 메울 수 있느냐는 데 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의 무기 소모량을 단순히 남의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 한국과 아시아에 있던 방공 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했다는 사실과 함께, 미국의 핵심 정밀타격·요격 전력이 장기간에 걸쳐 감소할 경우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의 대응 여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전이 장기화할수록 미국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다. 중동에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하면 아시아에서의 억지력이 흔들릴 수 있고, 반대로 아시아와 유럽의 전력을 지키려 하면 중동에서의 군사작전 지속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