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책 때문에 결혼 망설이는 일 없어야" … 대출·청약·세제 22개 과제 점검국힘 "부동산·자산 형성 사다리부터 무너뜨려" … 주거정책·증시 부양책 정조준
  • ▲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뉴시스
    ▲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들이 결혼 과정에서 겪는 제도적 불이익을 찾아 대출·청약·세제 등 22개 과제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령이 '결혼 페널티' 해소를 내세우기 전에 현 정부의 부동산·자산 정책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8일 박성훈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이 대통령의 발표를 두고 "청년들의 삶을 옥죄어 놓고 이제 와 청년을 걱정하는 척하는 뻔뻔한 유체이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청년들에게 필요한 주거·자산 형성의 기반을 먼저 무너뜨린 뒤 일부 제도의 조건을 손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청년들이 국가 정책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결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제도상의 불이익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공개한 '청년들의 목소리로 찾은 결혼 페널티 22개'에는 디딤돌 내 집 마련 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소득요건 완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신청 대상 확대, 신생아 특례대출의 맞벌이 소득 기준 확대 등이 포함됐다.

    청약과 세제도 손질 대상으로 거론됐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요건을 완화하고, 결혼으로 소형 2주택을 보유하게 된 가구의 청약 신청을 허용하는 방안, 결혼 후 2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제외 범위 확대, 혼인 관련 세액공제 불이익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청년 포럼과 부동산 토론회, 관계부처 검토 등을 통해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하면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또 그 방안이 모두에게 공정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하나씩 꼼꼼히 살펴보려 한다"고 밝혔다. 또 추가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있다면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의 반격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도대체 대한민국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냐"며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어 세금과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으로 주거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특히 주택 공급 문제를 거론했다.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보다 세금과 규제에 무게를 둔 정책이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과 전세의 월세화, 수도권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대출 조건 몇 글자를 고치는 땜질 처방이 아니라 내 집을 마련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제시한 22개 과제 자체를 문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청약과 대출의 세부 기준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커진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무너뜨린 사다리에 페인트칠 몇 번 한다고 청년들의 분노가 사라지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공방은 주거 문제에서 자산 형성 문제로까지 번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정부의 주식시장 관련 정책도 청년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이른바 '집 팔아 주식 사라'는 기조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을 거론하며 청년들의 종잣돈이 위험한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연금을 활용한 주식시장 부양 논란까지 언급하면서 "집도 마련하기 어렵게 만들고, 자산을 쌓기도 불안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 '결혼 불이익을 해소하겠다'고 하니 과연 누가 그 말을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청년층의 민심 이반을 보여주는 지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거론했다. 특히 20·30세대의 지지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SNS에 내놓은 22개 과제만으로는 청년층의 불만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땜질식 처방과 보여주기식 소통으로 청년을 기만하지 말라"며 부동산 관련 과세와 규제를 바로잡고 주식시장 부양 정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파탄 난 민생과 청년의 미래를 흔든 정책에 대해 국민과 청년 앞에 먼저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결혼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국민의힘의 논평은 한 단계 더 거슬러 올라가 '청년이 왜 결혼과 주택 마련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게 됐는가'를 따져야 한다는 프레임이다.

    결국 이날 여야의 시선은 같은 청년 문제를 놓고도 엇갈렸다. 이 대통령은 결혼을 선택한 청년이 제도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출·청약·세제의 문턱을 낮추는 데 방점을 찍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런 세부 제도보다 주택 공급과 자산 형성의 구조적 여건을 먼저 복원해야 한다고 맞섰다.

    청년의 결혼을 가로막는 것이 제도상의 '페널티'인지, 아니면 주거와 자산 형성의 기회 자체가 줄어든 현실인지가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 대통령은 "결혼이 부담이 아닌 희망찬 새 출발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무너진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했다. 청년 정책을 둘러싼 여야 간 경쟁과 공방이 건설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