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 논란에 경찰 압수수색까지 겹쳐2011~2012년 외국인 심판 접대 의혹 재점화축구협회 "현재 부적절한 행위 없어" 쇄신 약속
  • ▲ 대학축구협회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난 6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코리아풋볼파크 일대가 한산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직원들을 모두 외부로 내보냈다. ⓒ연합뉴스
    ▲ 대학축구협회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난 6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코리아풋볼파크 일대가 한산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직원들을 모두 외부로 내보냈다.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에 이어 과거 외국인 심판을 상대로 한 성접대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경찰의 압수수색과 국회 청문회로 이미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십수 년 전 협회 내부의 부적절한 접대 정황까지 공개되며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이 전방위로 번지는 모습이다.

    대한축구협회는 8일 홈페이지에 '축구팬 및 축구 관계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리고 최근 잇따른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협회는 국회 청문회와 경찰 압수수색, 과거 비위 의혹 보도 등을 거론하며 "협회와 관련된 각종 사안으로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협회 운영과 과거 의혹을 구분하는 듯한 입장도 내놨다. 협회는 "현재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절대 발생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동시에 조직문화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높이고 전면적인 쇄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문제의 과거 의혹은 국회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확보한 '축구협회 비위 조사 결과 종합' 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자료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내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와 월드컵·올림픽 예선 등에 참가한 외국인 심판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모두 7~8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성접대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접대 장소로는 서울 강남과 울산, 창원 등의 안마시술소가 거론됐으며, 관련 비용 일부가 협회 법인카드로 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논란이 되는 대목은 당시 경기 결과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외국인 심판들이 맡은 7경기에서 한국은 5승 2무를 기록했다. 패배가 한 번도 없었던 셈이다. 이 가운데 월드컵 예선과 올림픽 예선에서도 한국은 2승 1무의 성적을 거뒀다.

    2011년 9월 오만과의 2012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는 한국이 2-0으로 이겼고, 이듬해 3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에서는 0-0으로 비겼다. A대표팀 역시 2012년 2월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친선경기에서도 한국의 성적은 좋았다. 온두라스를 4-0으로 꺾었고 세르비아전에서도 2-1 승리를 거뒀다. 폴란드와는 2-2로 비겼고, 올림픽 대표팀 역시 중국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다만 '7경기 무패'라는 결과만으로 당시 심판 판정이 접대의 영향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판정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접대와 경기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월드컵과 올림픽이라는 국제무대의 경기까지 포함된 만큼, 축구계 안팎에서는 당시 협회의 접대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고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의혹은 단순한 과거사로만 넘기기 어려운 시점에 등장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뒤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절차적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에서는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과 홍 전 감독 등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경찰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수뇌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천안의 협회 사무실과 서울 축구회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됐다.

    여기에 과거 심판 접대 의혹까지 겹치면서 협회를 향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협회는 이날 사과문에서 최근 상황을 "말 그대로 참담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전방위적인 외부의 비난과 질타를 전 구성원 모두 가슴 깊이 새기고 철저한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며 "조직문화의 투명성과 도덕성도 더욱더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가오는 아시안게임과 하반기 A매치, 아시안컵 준비뿐 아니라 회장 선거인단 확대 등 정책적 과제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넘어야 할 산은 단순히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팬들이 묻고 있는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에 답하는 일이다.

    십수 년 전 외국인 심판을 상대로 한 접대가 어떤 판단과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 비용 집행 과정은 적절했는지, 당시 협회 내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더 나아가 당시 경기 판정과 관련해 실제 문제가 있었는지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분노가 아닌 환호, 야유와 비난이 아닌 응원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말이 아니라 검증이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조직이라면, 그 조직 자체의 운영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가 이번 사과를 또 하나의 선언으로 끝낼지, 아니면 철저한 반성과 자기 비판이 동반된 실질적 쇄신으로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