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기준 삼은 IFCN마저 "한국 팩트체커들 경계"美국무부, 성명 두 번에 차관 방한까지…반년 넘게 이어진 경고앞으로 볼 것: 8월 20일 미 하원 시한, 그리고 2차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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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5 정보 무결성 강화를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신영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지난달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 이른바 '7·7법'을 두고 미국 정부가 성명을 내고, 국제 언론 감시 기구는 연례 보고서에 경고를 담았다. 법이 팩트체크의 기준으로 삼은 국제단체까지 우려를 밝혔다. 외국은 왜 남의 나라 법을 걱정할까. '김보연의 포털생정(포털 생활정보)' 5편은 미국·프랑스·독일·영국·일본·EU 여섯 곳의 법전을 직접 펼쳐 그 답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7·7법과 같은 법은 이들 어디에도 없었다.개정 정보통신망법(7·7법)이 팩트체크 협약의 기준으로 지목한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가 이 법을 "경계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미국·프랑스·독일·영국·일본·유럽연합(EU) 여섯 곳의 관련 법제를 확인했다. 7·7법처럼 '허위조작정보' 일반을 규제 대상으로 정하면서 판정 기관과 처리 기한 없이 플랫폼에 유통 방지 의무를 지운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법이 정한 기준, 그 기준이 낸 경고개정법은 하루 평균 이용자 백만명 이상 플랫폼이 '국제적인 사실확인 절차 규범'을 준수하는 단체와 팩트체크 협약을 맺도록 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는 시행령에서 이 규범을 IFCN 원칙 강령으로 정했다. 그 IFCN의 본부인 미국 포인터 재단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은 팩트체크 규범을 법에 넣었다. 한국의 팩트체커들은 경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단비팩트체크 에디터·IFCN 이사)는 이 기사 인터뷰에서 "팩트체크 기관이 지원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라면서도, 개정법이 허위조작정보를 "학자들이 모호하다고 비판해온 용어"로 정의했다고 짚었다. 앤지 홀란 IFCN 디렉터는 "직원들과 자문위원회가 법의 파급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IFCN 인증을 받은 언론사는 JTBC와 세명대 단비뉴스 두 곳뿐이다. 단비뉴스는 법 시행 열흘 뒤인 지난달 17일 인증을 받았다. -
- ▲ 워싱턴DC의 미국 국무부. ⓒ연합뉴스
◆ 美국무부, 반년 새 두 차례 공개 우려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다음 날, 미 국무부가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31일 대변인 명의로 "중대한 우려(significant concerns)"를 표명하고 "미국은 검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대북전단금지법 때와는 속도가 다르다. 당시 국무부는 국회 통과 일주일 뒤에야 법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채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이번에는 하루 만에 법을 직접 겨냥했다. 법 시행 직후에는 두 번째 입장이 나왔다.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질의에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는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두 성명 사이에도 압박은 이어졌다. 세라 로저스 국무부 차관은 첫 성명 하루 전 엑스(X)에 "규제 당국에 관점에 따른 검열을 허용하는 침습적 권한을 주는 것보다 피해자에게 민사적 구제를 제공하는 편이 낫다"고 썼다. 4월에는 직접 방한해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이 법을 논의했다. 성명이 아닌 대면 협의였다. 규제 대상 플랫폼 9곳 가운데 구글·메타·X·틱톡 4곳이 미국에 기반을 둔 플랫폼이다.국경없는기자회(RSF)는 4월 30일 발표한 2026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을 전년 61위에서 47위로 14계단 올렸다. 그러면서도 같은 보고서에 "한국에서 '허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정부 조치가 언론자유 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고 적었다. 순위는 올리고, 경고는 남겼다.◆ 美·獨·英·日엔 '허위정보' 규제법 자체가 없어7·7법은 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게시물을 지우는 주체는 플랫폼이고, 무엇이 허위인지 판정하는 기관과 처리 기한 규정은 법에 없다. -
- ▲ 美·獨·英·日엔 '허위정보' 규제법 자체가 없다. ⓒclaude.ai생성 이미지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2년 거짓 훈장 경력을 처벌하는 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거짓 표현에 대한 치유책은 진실한 표현이다. 이것이 자유 사회의 통상적 방식"이라고 판시했다. 미국에서 명예훼손은 형사가 아닌 민사로 다뤄진다. 독일 기본법 5조는 "검열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한때 7·7법의 선례로 거론되던 네트워크집행법(NetzDG)은 형법상 이미 불법인 22개 범죄 유형만 대상으로 삼았고, 그마저 2024년 폐지됐다. 독일은 이 법을 EU 디지털서비스법(DSA) 체계로 대체했다. DSA는 각국 법이 정한 '불법 콘텐츠'의 처리 절차만 규정한다. 허위정보를 삭제 대상으로 정의한 조항은 본칙에 없다.영국 온라인안전법의 허위통신죄는 허위임을 알고 피해를 가할 의도가 입증돼야 성립하고, 언론사는 처벌 대상에서 명문으로 빠진다. 일본은 허위정보 일반을 다루는 법이 없다. 지난해 시행된 정보유통플랫폼대처법은 권리침해 정보의 신고 절차만 규정한다. 신고를 받은 플랫폼은 삭제 여부 판단 결과를 14일 안에 신고자에게 알려야 한다. 삭제를 강제하는 기한이 아니라, 판단을 미루지 못하게 하는 통지 기한이다. 한국 법에는 이 통지 기한마저 없다.◆ 佛, 판사가 48시간 안에… 판사 뺀 법은 위헌프랑스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허위정보 대응법을 뒀다. 2018년 정보조작대처법은 전국 선거 3개월 전, 투표를 왜곡할 허위 사실이 고의로 대량 유포될 때만 적용된다. 유통 중단을 명하는 주체는 긴급심리 판사이고, 판사는 청구 접수 후 48시간 안에 결정해야 한다. 적용 범위와 판정자, 시한이 모두 조문에 박혀 있다.반면 판사를 거치지 않는 삭제 강제는 위헌 판정을 받았다.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2020년 6월 온라인 혐오 콘텐츠를 24시간 안에 지우지 않으면 플랫폼을 처벌하는 아비아법의 핵심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처벌을 두려워하는 회사가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신고된 게시물을 일단 지우게 된다는 이유였다. 프랑스 법조계는 이를 '검열의 민영화'라고 불렀다. -
- ▲ 외국은 왜 남의 나라 법을 걱정할까. '김보연의 포털생정(포털 생활정보)' 5편은 미국·프랑스·독일·영국·일본·EU 여섯 곳의 법전을 직접 펼쳐 그 답을 찾았다. ⓒclaude.ai
◆ 유엔 "모호한 개념의 일반 금지, 국제기준과 양립 불가"방미통위는 정부가 검열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영규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은 지난달 8일 브리핑에서 "정부가 게시물의 허위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는다"며 "판단은 사업자 자율이고 최종 판단은 법원에 일임된다"고 말했다. 정묘정 노스이스턴대 부교수는 포인터 인터뷰에서 한국에 형사상 명예훼손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외국인들에겐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한국의 법적 전통에서 아주 벗어난 건 아닐 수 있다"고 했다.헌법재판소 지정재판부는 지난달 21일 이 법에 대한 헌법소원 2건을 각하했다. 위헌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 청구인의 기본권이 아직 구체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헌재는 "장래의 기본권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이 실제로 집행돼 손해배상이나 과징금을 맞는 사람이 나오면, 그때는 본안 심리의 문이 열린다. 국민의힘은 당론 헌법소원과 재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법은 이미 돌아가고 있다. 시행 한 달간 플랫폼들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넘긴 분쟁 사례는 약 30건이다. 무엇이 허위인지 판정하는 기관이 법에 없으니, 판단은 민간 자율기구로 갔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6일 김종철 방미통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이 법은 허위 정보를 정의하지도, 집행 방식을 구체화하지도 않았다"며 오는 20일까지 집행 방식을 브리핑하라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7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는 없다"고 반박했다. 법전 비교로 시작된 질문이 통상 문제로 번지고 있다.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등 4개 국제 감시기구는 2017년 공동선언에서 이렇게 밝혔다. "'허위뉴스' 같은 모호한 개념에 기반한 정보 유포의 일반적 금지는 국제기준과 양립할 수 없다. 폐지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