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허위정보 기준, 美 기업·이용자 '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유예기간 없는 법 시행·대형 플랫폼 대상 규제 차별성에 반발국무부 우려에 이어 하원 법사위 직접 개입…韓美 통상 마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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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미국 기업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국무부에 이어 의회까지 한국의 온라인 규제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둘러싼 논란이 한미 간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공화당 의원은 6일(현지시간)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는 스콧 피츠제럴드, 대럴 아이사, 마이클 바움가트너 등 법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미 하원 법사위는 서한에서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온라인상의 발언과 표현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기업과 이용자들이 헌법으로 보호받는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 규제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법사위는 현재 외국의 법률과 규제, 사법 명령 등이 기업에 압력을 가해 미국 내 표현을 검열하도록 강요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우려를 이전부터 제기해왔다고 설명하고, 최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직접 거론했다.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지난해 12월 24일 국회에서 의결돼 지난달 7일부터 시행됐다. 온라인상의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플랫폼 사업자 등에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미 의원들은 특히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법사위는 서한에서 법이 허위정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있으며 법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집행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모호성이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의견을 검열하는 데 악용될 수 있고 온라인상의 자유로운 표현에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법 적용 대상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개정법은 구독자 또는 월평균 조회수가 일정 규모 이상인 콘텐츠 게시자와 대형 온라인 플랫폼 등을 대상으로 한다. 미 의원들은 이러한 규제가 미국 기업과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법 시행을 위한 별도의 유예기간이 제공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의원들은 한국 규제당국이 기업들에 법 준수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제기했다.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도 서한에 등장했다.의원들은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EU의 DSA를 참고해 마련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이 EU와 유사한 규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개정안 추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한국판 DSA' 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미 하원 법사위는 그동안 EU의 DSA를 비롯한 외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내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왔다. 이번 서한 첫머리에서도 법사위는 외국 정부의 법과 규제가 기업을 통해 미국인의 표현을 제한하는지를 감독하고 있다고 명시했다.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 측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국무부도 한국의 디지털 관련 규제가 미국 기업의 사업 활동에 불필요한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제기해왔다.이번에는 미 하원 법사위가 한국 규제당국에 직접 설명까지 요구했다.법사위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미국 시민과 기업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오는 20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까지 관련 브리핑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최근 쿠팡을 둘러싼 한미 간 규제 논란도 이번 서한의 배경으로 꼽힌다.미 하원 법사위는 지난달 1일 한국에서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취지의 중간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서한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도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대응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인사들이다.피츠제럴드 의원은 별도 성명을 통해 "어떤 외국 정부도 미국 기업에 압력을 가해 헌법으로 보호되는 발언을 검열하도록 할 권한은 없다"며 한국의 이른바 '허위정보법'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남용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미 의회가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단순한 한국의 국내 규제가 아니라 미국 기업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공식 제기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구체적인 답변 시한까지 제시한 만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미국 의회의 요구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