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경쟁, 칩 성능에서 자금조달 능력으로 확전차입금리 2%P 차이가 수조원 금융비용 좌우…'칩+금융' 시대 개막보증·대출·리스 얽힌 순환 금융 확산…"AI 투자 둔화 땐 신용위험 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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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누가 더 좋은 AI 칩을 만드느냐"는 이제 절반만 맞는 질문이다. 인공지능(AI) 패권을 좌우하는 기준은 '누가 더 저리로 수백조원을 조달할 수 있느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AI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술 경쟁이 금융 경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월가도 AI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고 있다.◇ "칩만 팔아선 안 된다"…구글이 꺼낸 2000억달러 금융 패키지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이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자사 AI 연산용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와 데이터센터 공급을 위한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금융 구조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를 "역대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금융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구조는 복잡하지만 목적은 단순하다.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TPU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다.모건스탠리가 설계한 특수목적법인(SPV)이 사모펀드 아폴로와 블랙스톤 등의 자금을 모아 TPU를 매입한 뒤 이를 앤트로픽에 장기 임대한다. 브로드컴은 일정 규모까지 투자자 손실을 보전하고 구글은 데이터센터 임차료 일부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의 위험을 줄였다.칩 제조사와 고객, 금융회사가 서로 신용을 보강하는 구조다. AI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고 구글은 TPU 공급을 확대하며 금융사는 빅테크의 신용을 기반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순환 금융' 모델인 셈이다.이 같은 방식은 엔비디아가 먼저 활용한 판매 전략과 유사하다. 구글은 막대한 현금과 높은 신용등급을 활용해 이를 한 단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FT는 "구글의 자금력이 AI 인프라 시장의 경쟁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금융 조건은 이미 경쟁력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F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구글이 보증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차입금리 중앙값은 연 7.1%다. 반면 엔비디아 생태계 기반 프로젝트는 9.3%로 2.2%P 높았다. 수백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에서는 이 정도 금리 차이만으로도 금융비용이 수조원씩 벌어진다.성능과 가격만 비교하는 AI 칩 경쟁에서 '칩+클라우드+금융'을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 경쟁으로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
- ▲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중인 한 데이터센터.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AI 투자 급팽창…"다음 위기는 기술 아닌 신용일 수도"AI 투자 규모는 이미 빅테크의 자체 현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커졌다.알파벳은 최근 올해 자본지출 계획을 20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했고, AI 투자 부담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에도 나섰다. 메타, 아마존, 오라클도 대규모 회사채를 잇따라 발행하며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최근 AI 관련 인프라 금융과 회사채 공급이 동시에 급증하면서 투자가들은 관련 신용위험을 면밀히 주시하는 분위기다.문제는 신용이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칩 공급업체가 고객의 지급을 보증하고, 금융회사가 이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며,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장기 임대계약을 맺는 구조가 확산하면서 AI 산업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금융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다.FT는 구글이 보증한 텍사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투입된 약 150억 달러 규모 대출을 은행들이 채권시장으로 이전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관련 익스포저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AI 패권 경쟁은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지가 승패를 좌우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그러나 AI 산업이 신용을 담보로 신용을 쌓아올리는 구조로 진화한다면 충격 발생 시 위험은 증폭된다. AI 거품이 꺼질 경우 기술기업의 문제가 금융권으로, 그리고 실물경제로 번지는 새로운 형태의 'AI 신용 사이클'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