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6대 업종 폐업률 11.08%소매·음식업은 폐업률 15% 웃돌아"월세 낮춰도 세입자 없어" 곳곳 공실
  • ▲ 임시 휴업 중인 점포. ⓒ뉴데일리 DB
    ▲ 임시 휴업 중인 점포. ⓒ뉴데일리 DB
    "가게를 빼려고 해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요. 이 바닥에서 30년 넘게 장사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7일 서울 동대문시장 일대. 의류매장이 밀집한 상가 곳곳에는 '임대문의'라고 적힌 점포가 눈에 띄었다. 문을 연 가게에서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인들은 오랜 불황으로 매출이 줄면서 가게 문을 닫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평화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동대문 일대는 한때 전국의 상인과 소비자들이 몰려들던 국내 대표 의류 상권이었다. 하지만 장기화한 불황 속에 문을 닫는 점포가 하나둘 늘면서 곳곳에 공실이 생겼고 과거의 북적이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동대문시장에서 3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한 60대 최모씨는 "예전에는 손님이 없어도 지방 소매상들에게 재고를 넘기면서 버틸 수 있었다"며 "지금은 지방 옷가게들도 많이 폐업해 물건을 받아줄 곳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비라도 벌려고 꾸역꾸역 나오고 있다"며 "이 바닥에서 30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소비 방식의 변화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50대 상인 정모씨는 "요즘은 인터넷에서 다 사는데 누가 동대문까지 와서 옷을 사겠느냐"며 "시장에 와도 옷만 구경하고 스마트폰으로 최저가를 검색해 인터넷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가게를 비우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며칠 전에도 인근 가게가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을 다 까먹고 결국 나갔다"며 "공실이 많고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임대인들도 월세를 코로나 이전보다 크게 낮추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가를 보유한 임대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동대문 일대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60대 A씨는 자신이 보유한 점포의 경우 2018년께 디오트 상가에서 월 500만 원가량 받던 임대료가 현재 5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청평화상가 점포도 같은 기간 350만 원가량에서 90만 원 수준까지 낮췄다고 했다.

    A씨는 "지금은 들어오는 사람도 없고 장사도 안 되니 월세를 계속 내릴 수밖에 없다"며 "세입자가 들어와도 월세를 못 내는 경우가 허다하고 나가면 새로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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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세 낮춰도 빈 점포…"폐업조차 쉽지 않다"

    이 같은 어려움은 동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음식점과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매출 부진과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코로나 이후 주변에서 장사를 접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장사는 안 되는데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고 임대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를 접으려고 해도 새로 들어올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아 폐업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문모씨도 "주변에 폐업을 결정한 사장들이 있지만 요즘은 새로 창업하려는 사람이 없어 권리금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며 "목이 좋지 않은 소형 카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소매·음식업 폐업률 15%대…자영업 생존도 '팍팍'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폐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6월 30일 발표한 '폐업 사업자 현황 및 소상공인 실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과 도매업, 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서비스업 등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 사업자는 75만1000개였다. 폐업률은 11.08%로 전체 사업자 폐업률 8.64%를 웃돌았다.

    특히 소매업 폐업률은 15.40%로 가장 높았다. 음식업도 15.14%에 달했다. 주요 6대 업종에서 사업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은 비중은 55.7%였다. 소매업은 이 비중이 60.3%까지 올라갔다.

    폐업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이 꼽혔다.

    중기부가 최근 1년 이내 폐업을 경험한 소상공인 1500명을 조사한 결과 70.9%가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을 폐업 이유로 꼽았다.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62.5%로 가장 많았다. 원재료비 부담은 29.4%, 인건비 상승은 28.8%, 임대료·관리비 등 고정비 상승은 24.9%였다.

    장사가 어려워졌다고 곧바로 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폐업을 결심할 당시 부채를 보유한 소상공인은 68.5%였다. 평균 부채는 8531만 원에 달했다. 폐업에 필요한 비용도 평균 1286만 원이었다. 폐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대출금 상환이 꼽혔다.

    자영업자가 장기간 살아남기도 쉽지 않다. 국세청이 지난해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생존율' 자료에 따르면 한식음식점의 5년 생존율은 34.0%였다. 커피음료점은 34.6%, 옷가게는 36.5%에 그쳤다. 분식점과 패스트푸드점의 5년 생존율도 각각 31.6%, 33.3%였다.

    동대문 청평화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70대 박모씨는 "예전보다 장사가 안 되는 게 확실하다"며 "가게를 열어두고 적자를 내느니 매장을 비워두고 일용직 일을 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 위축과 각종 비용 상승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며 "재료비와 기름값, 원자재 가격 등이 오르는 데다 인건비와 임대료도 부담으로 작용해 앞으로 자영업자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도 자영업자들이 온라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거나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어 상권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