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 폐지에 변호사 역할 커져…초기 대응 중요수사 초기 국선 지원 어려워…사선 비용 부담국선 보수 30만~40만원…늘어난 업무 감당엔 한계법조계 "국선 역할 늘리려면 보수·인력 확충 필요"
  • ▲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형사사건에 휘말린 국민에게 변호사의 조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지면서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과 증거를 직접 챙겨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수사 초기부터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국민에게는 국선변호인 제도가 사실상 마지막 법률 안전망이지만, 현행 제도는 수사 단계 지원이 제한적인 데다 낮은 보수와 부족한 인력 문제까지 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선변호인과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를 보완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만큼 공적 법률지원 체계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보완수사권폐지)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보완수사권폐지)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변호사 역할 커지는데 … 수사 단계 국선은 '사각지대'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폐지하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겼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의 보완수사 요구 비율은 2023년 9.6%, 2024년 9.8%, 2025년 10.7%로 증가했다. 경찰 송치 사건 10건 중 1건가량에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셈이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실제 형사사건을 맡아보면 변호사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차이가 많이 난다"며 "변호사가 있어야 범죄사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충실하게 정리해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입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중에 다투려고 하면 늦는 경우가 있다"며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도 자신의 주장을 법적으로 정리해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변호사의 필요성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는 주로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구속 피고인이나 미성년자, 장애인 등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는 일반 피의자가 수사 초기부터 지원받기는 어렵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며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면 국민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국민은 사건을 포기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與 "국선 활용"이라지만 … 낮은 보수에 업무 확대 한계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피해자의 이의신청 과정에서 변호사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아동학대와 성폭력 등 사회적 약자 관련 범죄에는 국가가 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선변호사의 업무가 늘어날 경우 비용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현행 처우를 그대로 둔 채 역할만 확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과거 국선 사건을 맡았던 최 변호사에 따르면 통상 국선 사건 보수는 건당 30만~40만 원 수준이다. 이 금액으로 기록 열람·등사와 피고인 상담, 재판 출석, 구속 피고인의 구치소 접견 등을 수행해야 한다.

    최 변호사는 "현재와 같은 처우를 유지하면서 굉장히 충실하게 변호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한 김준성 법무법인 공명 변호사는 한 달에 3~4건가량을 맡으며 경찰 조사 참여와 피해자 상담, 의견서 제출 등의 업무를 하고 사건당 약 40만 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며 "혐의를 입증하는 것까지 저희가 도와드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혐의 입증까지 해야 한다면 업무가 훨씬 많아진다"며 "지금 정도의 보수로 그 정도 업무까지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악법 거부권 촉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악법 거부권 촉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수사 단계 국선 확대하려면 보수·인력 확충해야"

    법조계에서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에 맞춰 수사 단계의 공적 법률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지원 대상만 넓힐 것이 아니라 국선변호인과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보수와 인력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가 붙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30만 원을 주면서 서울에 있는 변호사에게 경기도까지 가서 피의자를 접견하고 사건을 맡으라고 한다면 사실상 형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에 대해 "인원수가 정해져 있고 기존에 하던 사람이 나가야 다시 뽑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했던 이 변호사도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도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보수가 충분히 지급되지 않고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역시 상황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들이 활동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결국 사건 당사자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