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유니버설발레단 공동기획, 오는 14~23일 오페라극장
-
- ▲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인 전민철.ⓒ예술의전당
2017년 SBS '영재 발굴단'에 출연해 "발레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눈물을 흘리던 소년이 전 세계 무용계가 주목하는 당당한 주역으로 돌아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영재 입학부터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대상까지 거머쥐며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발레리노 전민철(22)의 이야기다.전민철은 지난해 10월 김기민(2011년)에 이어 한국 남성 무용수로는 두 번째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정식 입단하며 화제를 모았다. 입단 후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그가 여름 휴가 기간을 맞아 고국 무대에 선다. 전민철은 클래식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드 왕자 역을 맡았다.상대역인 '오데트·오딜' 역에는 유니버설발레단 간판 수석무용수 홍향기가 낙점됐다. 앞서 '라 바야데르'와 '지젤'에서 호흡을 맞춰 티켓 매진 행렬을 이끌었던 두 사람은 '백조의 호수'를 통해 세 번째 전막 주연으로 만나게 된다. 이들과 더불어 이현준·이동탁·이유림·임선우 등 여섯 커플이 11회 공연을 나눠 이끈다.전민철은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릴 때부터 가장 아끼는 작품이 '백조의 호수'다. 객석에서 볼 때마다 백조와 왕자의 말이 들렸다"며 "러시아에서 보낸 시간의 결실을 한국 관객들과 함께하는 무용수분들 앞에 보여드릴 수 있어 설레고 기쁘다"고 밝혔다.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1989년 한국 무용수 최초로 마린스키(당시 키로프) 무대에 섰던 순간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 단장은 "우리가 키운 무용수가 세계적 발레단 마린스키의 주역이 돼 돌아온 것을 보니 한국 발레의 위상이 실감 난다"고 말했다.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1년은 무용수 전민철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한국에서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연습실에 몰두했다면, 러시아에서는 공연을 관람하면서 영감을 채우고, 도시가 주는 풍경을 접하며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여유를 얻었다. -
- ▲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문훈숙(왼쪽) 유니버설발레단 단장과 지그프리드 역을 맡은 전민철 발레리노.ⓒ예술의전당
전민철은 "마린스키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연기였다. 예쁜 동작만으로는 부족하고, 동작보다 감정이 먼저라는 것을 깨달았다. 객석에서 수많은 '백조의 호수'를 지켜보며 동작 안에서 무용수들이 나누는 언어와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 움직임을 통해 제가 느낀 감정과 이야기의 흐름을 관객에게 선명하게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그가 해석한 지그프리드 왕자는 입체적이다. "결혼을 앞둔 나이지만 무도회 파티를 즐기는 와중에도 혼자 멜랑콜리한 감정에 빠져드는 장면을 보며 왕자가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받고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호숫가에서 백조를 처음 마주했을 때도 바로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호기심과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깊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보고 싶다."이번 '백조의 호수'는 정통 프티파·이바노프 안무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유니버설발레단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담았다. 마린스키 극장 버전이 구원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반면,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은 백조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비극이다. 전민철은 "왕자에게는 잔인하고 슬픈 엔딩이지만, 오히려 관객의 영혼을 건드리는 울림과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작품의 큰 매력으로 '백조가 보여주는 아련한 아름다움'을 꼽았다. 전민철은 1막 2장에서 백조가 처음에는 왕자를 경계하고 피하다가 점차 마음을 열고 빠져드는 장면을 가장 애정하는 대목으로 언급했다. 그는 "왕자의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신비로운 백조 군무와 그 안에서 오가는 감정선이야말로 진정한 하이라이트"라고 덧붙였다.예술의전당과 유니버설발레단이 2년 연속 공동기획으로 선보이는 '백조의 호수'는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전민철은 16일과 19일 무대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