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쿠데타 세 번 다 육사"법치주의와 어긋나는 연좌제식 논리安 장관 "공산국가엔 사관학교 없다"러·中 병과별 사관학교 분리 운영배석한 軍 수뇌부도 오류 정정 안 해판단 기준은 韓 안보 조건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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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논리가 핵심 전제부터 사실과 어긋나 있다는 점이 국방부 업무 계획 보고에서 드러났다. 사실상 육사 폐교가 목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 통합안은, 육사 출신 일부가 저지른 과거 군사 쿠데타를 이유로 육사 전체에 구조적 책임을 돌린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과 '러시아·중국 등 공산국가에는 사관학교가 없으며 대부분 통합 사관학교를 갖고 있다'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주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그러나 이 대통령의 인식은 2만2400여 명에 이르는 육사 출신 장교 가운데 1758명이 전사(1476명)·순직(282명)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출신을 이유로 육사에 책임을 묻는 연좌제에 가까운 논리다. 안 장관이 예로 든 중국과 러시아 역시 군종·병과별로 4~5년제 군사학교·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하고 있으니 통합의 핵심 근거부터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李 대통령, 육사 전체에 쿠데타 책임 전가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다 육사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느냐"며 "군별로 따로 떼어서 군을 육성하고, 아주 장기간 특정 군종이 군대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가끔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절단 내고 난 다음 아무런 책임을 안 지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구조적으로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든다"고 강조하면서 안 장관에게 "일부가 가끔씩은 떼를 지어서 이런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일을 벌이는데 그럴 소지를 없애야 한다", "(육·해·공사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빨리하라"고 지시했다.대통령 발언에는 과거 일부 육사 출신 장교들이 저지른 반헌법적 범죄를 수십 년간 군을 지켜온 전체 육사 출신 장교·생도·가족에게 구조적 책임으로 확장하는 연좌제적 사고가 깔려 있다.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실제 5·16 군사정변과 12·12 군사반란에 참여한 장교들은 내란죄·반란죄 등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고 계급·연금 박탈 등 법적 제재를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기획한 12·3 비상계엄 당시 상급자의 지휘에 따른 대다수의 군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특정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현재 복무 중인 장교 전체를 잠재적 쿠데타 세력처럼 지목하고, 교육기관 자체를 통합·폐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치주의가 전제하는 자기 책임의 원칙과 어긋난다. -
-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는 모습. ⓒ뉴시스
◆安 장관의 설명과 다른 공산국가의 사관학교 사례이 대통령의 지시에 안 장관이 통합의 근거로 제시한 해외 사례도 사실과 배치된다. 안 장관은 "사실 사관학교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러시아, 중국 등 공산국가도 사관학교가 없고 1~2년 장교 양성 과정이 많다. 주요 몇 나라만 사관학교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고 사관학교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나라가 굉장히 많다"고 주장했다.국가마다 명칭과 조직은 다를 수 있지만, 러시아·중국 모두 국가가 장기간 교육해 장교로 임관시키는 군사교육기관을 분명히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총참모대학 출신인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중국은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 등 군별 장교 양성 및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군사교육 체계 역시 매우 방대하다. 러시아 또한 역사적으로 여러 군사학교와 각 군 사관학교, 참모대학 체계를 유지해 왔고 현재도 육군·공군·해군을 포함한 다양한 군사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더욱이 안 장관이 예시로 든 공산국가 사례는 당이 최우선인 체제가 장교 양성·교육에 개입하는 방식이라, 한국식 사관학교 제도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통합군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북한도 하전사 복무 자원을 군종별 전문 군관학교에 입교시키고, 육군의 병과별 학교는 강건종합군관학교로 통합하는 추세지만 김정숙 해군대학, 김책공군대학 등 군종 대학으로 분리해 운영한다.물론 캐나다와 호주처럼 병력 10만 명 이하의 국가들은 예산과 병력 제약 때문에 통합형 장교 양성기관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미국·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폴란드·대만·튀르키예 등 주요 군사강국들은 대체로 군별 사관학교·군사학교를 분리 운영하는 분리형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방위대학교는 패전 이후 육·해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4년제 통합 사관학교를 만든 사례로, 군부 약화·파벌 방지라는 역사·정치적 특수성을 반영한 선택으로 평가된다.◆韓 안보 조건과 괴리된 해외 사례가 기준안 장관의 인식이 비판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군이 처한 안보 환경은 군사적 위협이 낮고 해외 원정이나 국경 수비 부담이 제한적인 소규모 국가들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김희곤 전 한국정책학회 전략부회장은 "휴전선 너머에는 핵무기와 대규모 재래식 전력을 보유한 북한군이 상시 배치돼 있고, 한국군은 한미연합방위 체제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규모 지상전 대비, 서해·동해에서의 해상작전, 방공·미사일 방어, 북핵·미사일 대응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러시아 등 군사강국이 인근에 있고, 대만해협과 동북아 해역의 긴장은 한반도 안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나아가 안 장관의 발언은 애초에 사관학교 통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잘못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사관학교 통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해외 군사교육기관 사례가 아니라 한국의 병력 규모, 군 구조, 작전 환경, 전쟁 가능성, 동맹 체계다. 일반적으로 병력과 임무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각 군의 전문성과 임무 특성을 살리기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도 한국의 사관학교 제도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이다.그럼에도 안 장관은 "러우 전쟁 이후 전쟁 양상이 180도 변했기 때문에 통합성과 합동성이 더욱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합동성과 전문성을 더더욱 고도화시키면서 첨단 과학 사관학교를 만든다는 데 있다. 규모의 경제 면에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겠다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안 장관이 예시로 든 러시아의 군사교육 기관 통폐합은 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4년 5개월째 고전 중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 소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우 전쟁 전에 전구를 개편하고 국방개혁을 하면서 64개의 군사교육 기관을 10개로 통폐합한 결과 장교양성 체계가 엉망이 돼 전쟁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고, 국방개혁 과정에서 30만 명을 감축하면서 중·대령급 장교를 한꺼번에 전역시키고 심지어 사관학교 졸업생마저 예비군으로 편입하는 무리수를 두었다가 엄청난 인명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합동성은 생도 통합이 아니라 상급 교육에서 쌓여안 장관의 인식과 달리, 합동성은 육·해·공군 생도가 같은 교정에서 생활한다고 생성되는 능력이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합동참모교육·합동훈련·연합작전·합동참모 근무를 통해 축적되는 작전수행 능력이다.미국·영국·프랑스·중국 등 합동작전 능력이 뛰어난 군대들도 군별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 국방대학, 합동참모대학 등 상급 교육기관에서 영관·장성급을 대상으로 합동성을 강화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미 한국군도 각 군 대학·합동 교육 과정·합참·연합부대 근무를 통해 영관급 장교 대상 합동교육 체계를 운용 중이며, 초급 장교 교육 단계에서 합동성을 앞세우기보다는 자군 전문성 심화 후 중·고급 과정에서 합동성을 강화하는 것이 국제적·실무적 추세다.통합 사관학교 체계는 교육·훈련 현실과도 충돌한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각 군 특성을 고려한 전공은 교육 소요가 상이해 기초과정 교과를 공통으로 구성하기 어렵다. 육군은 야전 전술과 리더십, 공군은 항공역학과 비행원리, 해군은 해양학과 수상·수중 작전 등 서로 다른 전장 환경에 부합된 기초 전공이 필요한데, 이를 2년짜리 공통과정으로 압축하는 것은 설계 단계부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사는 현재 4년 과정에 최적화된 신체관리 프로그램, 공중적응훈련, 특화 전투체육, 군사훈련, 전공과목 및 실습 등을 재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2년간의 집중교육으로는 복잡해지는 다영역 작전(MDO) 환경과 무기체계 발전에 따른 군사 교육·훈련 소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전문성 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군의 경우 현재 4년 과정 양성체계에서도 전체 생도의 30~50%만을 전투조종사로 양성하는 만큼, 교육 기간을 줄이면 임관 후 야전 복무를 주도할 수 있는 수준의 조종사·장교 양성이 더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바로잡히지 않은 전제… 베네수엘라화 우려이날 업무보고에는 진영승 합동참모의장(공사 39기),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육사 47기), 김경률 해군참모총장(해사 47기), 손석락 공군참모총장(공사 40기), 주일석 해병대사령관(해사 46기),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공사 39기)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산국가에는 사관학교가 없다"는 설명에 대해 어떠한 정정도 나오지 않았다. 사관학교 통합 논리의 허술함뿐 아니라, 군 수뇌부의 직언·검증 기능이 마비돼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베네수엘라는 2010년 차베스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사관학교를 통합했으나, 전투력 약화와 전문성 붕괴를 초래한 대표적인 정치적 군 개혁 실패 사례로 평가된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과 휴전 중인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사관학교 통합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베네수엘라보다 더욱 심각한 후과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