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SNS에 '지옥에나 가세요'…법안 처리에 분노검찰 보완수사로 뒤집힌 사건…'상해→강간살인미수'"피해자는 참고인일 뿐…정작 정책엔 반영 안 돼""국선변호사도 부족한데"…현실 모르는 피해자 보호"피해자에게 묻지 않는 개혁은 개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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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작가. ⓒ연합뉴스
"'지옥에나 가세요.' 그 말이 가장 순한 표현이었습니다."'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는 최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도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에 이 같은 댓글을 남겼다. 법안 통과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기분 좋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본 순간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김씨는 5일 뉴데일리와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답답했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범죄 피해자인 제가 대신 말해줘서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지옥에나 가세요'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순한 표현이었다"고 말했다.이어 "범죄 피해자들은 이미 지옥에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정치권은 너무 가볍게 결정했다"며 "피해자에게 묻지 않는 사법개혁은 개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귀가하던 김씨가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다.경찰은 사건을 중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 보완수사와 추가 DNA 감정 등을 거치며 가해자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김씨는 다시 거리와 국회를 오가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제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이 겪게 될 일"이라며 "피해자가 없는 검찰개혁은 결국 국민을 위한 개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 ▲ 김용민 의원 SNS.
◆ '지옥에나 가세요' … 피해자 외면한 정치에 분노김씨는 김 의원의 SNS에 '지옥에나 가세요'라는 댓글을 남긴 이유를 묻자 "화가 나서였다"고 답했다.김 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사진을 올리며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영전에 올렸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김씨는 "법안을 자신의 업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를 이뤘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했다. 곽상언 의원처럼 같은 민주당에서도 반대표를 던진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그 법안을 노무현의 정치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이어 "노 전 대통령 가족들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인데 고인과 피해자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정말 욕을 쓰고 싶었지만 피해자들이 욕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가장 순하게 쓴 표현이 '지옥에나 가세요'였다"고 했다.그러면서 "그 말이 왜 이렇게 퍼졌을까 생각해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범죄 피해자인 제가 대신 말해주니 시원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김씨는 "사람들은 나중에 지옥에 갈 사람을 걱정하지만 범죄 피해자는 이미 지금 지옥에서 살고 있다"며 "지금 지옥에 있는 피해자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이어 "많은 사람이 자신은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 역시 그랬다"며 "범죄 피해를 피하는 방법은 없다. 피해자 문제를 정당 간 싸움으로 소비하면 결국 우리 모두의 불행이 된다"고 강조했다.김진주씨와의 특별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뉴데일리TV를 통해 5일 오후 6시부터 방영됐다. -
- ▲ 지난 2022년 5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일어난 당시 CCTV 장면. ⓒ연합뉴스
◆ "검찰 보완수사가 바꾼 죄명" … '상해에서 강간 등 살인미수로'김씨는 자신의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김씨는 "사건은 원래 상해 사건으로 시작했다"며 "제가 마비 증세가 있었고 장애를 얻을 수 있다는 소견 때문에 중상해가 됐지만 그대로였다면 상해 사건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이어 "검찰은 가해자에게 '왜 그곳으로 갔느냐', '피해자가 죽을 것을 예상했느냐', '왜 기억을 선택적으로 하느냐' 등을 계속 물었다"며 "경찰 단계에서는 넘어갔던 부분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보면서 결국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김씨는 "만약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했다면 가해자는 이미 출소했을 것"이라며 "징역 4년 정도로 끝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또 경찰과 검찰을 대립 구도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김씨는 "경찰은 범인을 잘 잡는다. 하지만 법률 검토와 기록을 다시 살펴보는 부분은 검사가 더 강점이 있다"며 "누가 더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도, 검찰도 모두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실수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장윤기 사건을 보면서도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며 "대한민국은 지역 유착이 강한 사회인데 외국 사례만 가져와 제도를 바꾸려 하면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들만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악법 거부권 촉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피해자는 참고인일 뿐" … 정작 정책엔 반영되지 않았다김씨는 정치권이 피해자들과 충분히 소통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피해자들은 그냥 참고인이었다"고 잘라 말했다.김씨는 "토론회에서 이야기를 듣기는 듣는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기사만 나올 뿐 피해자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며 "'이 피해자가 이렇게 말했으니 제도를 바꿔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이어 "저는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용당하는 것 자체는 괜찮다"며 "이용할 거면 제대로 이용해서 제도를 바꿔달라는 의미로 나가는 것인데 정작 대책은 없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토론회에 나가겠느냐"며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서는 것인데 1년 넘게 이야기한 내용은 외면한 채 전당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며 정치에 신물이 났다"고 했다.또 "범죄 피해자를 만나기 어려웠다면 온라인 설문조사라도 했어야 했다"며 "피해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은 국가가 피해자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
-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국선변호사도 부족한데" … 현실 모르는 피해자 보호김씨는 정부가 피해자 보호 장치를 보완하겠다고 밝히는 것에 대해서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김씨는 "지금도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없는 지역이 있고 업무 부담 때문에 사임하는 경우도 많다"며 "그 정도로 기본적인 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데 모든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답답하다"고 말했다.또 가장 시급한 과제로 피해자의 수사기록 열람권 보장을 꼽았다.김씨는 "지금도 수사 단계에서는 가해자가 무슨 진술을 했는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피해자는 거의 알 수 없다"며 "가해자가 도주했다가 검거된 사실도 기자들을 통해 먼저 알았다"고 말했다.이어 "피해자에게는 언론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열람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데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김씨는 "수사기록을 열람해 전자문서로 받아도 외부에 공개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피해자는 사건을 확인할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피해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피해자가 AI인 제미나이에 사건 내용을 검색해 경찰에 보여줬는데 경찰도 제미나이를 켜놓고 있었다"며 "'AI와 AI가 서로 싸우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검찰도 실수하고 경찰도 실수한다.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어느 한 기관의 권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실수를 보완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피해자에게 묻지 않는 사법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지금 지옥에서 버티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