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낮 최고 36도…천막·그늘서 현장 지켜선관위 압수수색 이후 "수사 결과 끝까지 봐야"체육단체 업무 차질 장기화…참가자 사법 처리도
  • ▲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핸드볼경기장 앞 봉쇄 집회 현장. ⓒ임찬웅 기자
    ▲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핸드볼경기장 앞 봉쇄 집회 현장. ⓒ임찬웅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봉쇄 집회가 5일 60일째를 맞았다. 무더위에도 일부 시민들은 현장을 떠나지 않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 관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후 핸드볼경기장 주변에서는 약 100명이 자리를 지키며 '재선거'와 '당일투표'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경기장 주변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설치한 천막과 피켓, 태극기·성조기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참가자들은 천막과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리를 지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집회 참가자는 "집회가 이렇게까지 장기화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벌써 두 달이 지났다"며 "날씨가 너무 더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번 일에 대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기 전에는 그냥 떠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 현장을 방문한다"며 "매일 현장에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일을 마치거나 쉬는 날이면 최대한 오려고 한다. 누가 맞고 틀리다고 미리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 아니라 투표용지 관리 부실 경위를 투명하게 밝혀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40대 강모씨는 "낮에는 천막 아래에 있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며 "가끔 밤에도 오곤 하는데 습하고 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이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정치인이나 많은 언론이 이번 사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가 제기해 온 문제를 모두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면 이곳 사람들이 현장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송파구 주민인 60대 이모씨도 "수사가 늦어지고 정부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니 참가자들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는 것이 이 상황을 끝낼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 ▲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핸드볼경기장 앞 봉쇄 집회 현장. ⓒ임찬웅 기자
    ▲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핸드볼경기장 앞 봉쇄 집회 현장. ⓒ임찬웅 기자
    이번 집회는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등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면서 촉발됐다.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오후 10시까지 연장됐고, 현장에 모인 시민들이 투표용지 부족 경위 규명을 요구하며 투표함 반출을 막으면서 투표함 2개가 약 35시간 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로 옮겨졌다.

    이후 일부 시민들은 투표함과 투표용지 등 선거 물품의 보전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주변에 천막과 피켓을 설치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숙식하며 자리를 지키면서 봉쇄 집회와 경기장 출입 제한도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경위와 선거 관리 과정 전반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용지 교부 수와 실제 개표된 투표용지 수가 일치하지 않거나 집계 수치가 사후에 변경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핸드볼경기장 내부에 사무실을 둔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들의 업무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체육회 소속 9개 회원종목단체는 지난달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의 사무실 출입과 필수 전산장비·행정자료 반출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전산장비와 행정자료가 경기장 내부에 남아 있어 선수 등록과 자격 관리, 국내외 대회 운영, 국제교류 등 체육행정 전반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학 입시 등에 필요한 경기실적증명서 발급도 늦어지면서 선수와 학생, 학부모 등 일반 시민에게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봉쇄의 영향을 받는 9개 단체 가운데 댄스스포츠와 산악, 세팍타크로, 우슈, 펜싱, 핸드볼 등 6개 종목은 '2026 아이치·나고야 하계아시아경기대회' 종목이다. 단체들은 대회 준비와 국제교류 업무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회와 관계기관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 ▲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표소 봉쇄 집회' 현장. ⓒ뉴데일리 DB
    ▲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표소 봉쇄 집회' 현장. ⓒ뉴데일리 DB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 처리도 이어지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들에게 욕설하며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3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31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이들 가운데 1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6월 6일 개표소 시위 현장에서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경찰관들에게 "중국 경찰"이라고 욕설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당초 이들 모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1명에 대해서만 범죄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경기장 진입을 막은 이른바 '올다르크'도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6월 16일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경기장 진입을 약 2시간 동안 저지한 30대 여성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집회 참가자들과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올림픽공원의 잔다르크'를 줄인 '올다르크'로 불린 A씨는 당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이 체육단체 직원들의 출입 방식에 합의한 뒤 설득에 나섰음에도 투표지와 투표함 보전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며 출입문을 붙잡고 진입을 막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신청한 A씨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