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위, 사회적 합의 중단 뒤 입법 전환쿠팡노조 "사회적 논의서 완전 배제"생체지표 조사 대상 야간기사 10명뿐민주 161석 … 野 반대에도 단독 처리 가능
  • ▲ 쿠팡 신선센터 ⓒ뉴데일리DB
    ▲ 쿠팡 신선센터 ⓒ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이 택배기사의 새벽배송 시간을 주 48시간 안팎으로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장 기사 다수가 소득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사회적 대화도 합의 없이 중단됐지만, 민주당은 입법으로 재선화 하는 모양새다.

    5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소속 염태영 의원은 지난달 30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등 18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다.

    개정안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택배기사의 건강권 보호와 과로 예방을 위해 작업시간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시간은 법률에 적지 않고 대통령령에 맡겼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야간배송을 주 46∼48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만큼, 법안이 통과되면 주 48시간 안팎의 기준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회 300석 중 161석을 차지해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마음먹고 통과시키지 못한 법안이 어디 있느냐"며 "이번에도 강행하면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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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로위원회는 2025년 9월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시켰다. 택배업계와 노동계가 대화를 통해 야간배송 문제를 풀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간 제한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2026년 4월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 합의가 막히자 민주당은 대화를 이어가기보다 법안을 먼저 발의했다.

    정진영 쿠팡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뉴데일리에 "국토교통부와의 회의도 있었지만, 제가 알기로는 민주당과 민주노총의 강력한 반대로 우리 쿠팡노조가 논의 자리에 들어갈 수 없었다"며 "그 뒤 사회적 합의와 야간배송에 관한 모든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는 사회적 합의를 진행할 때마다 계속 참여를 요청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의원실과 국토부에도 요청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자기들끼리 논의가 있었다는 식으로 하면서 우리를 완전히 배제한 상태로 멋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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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기사들은 생계가 걸린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가 지난 1월 6∼7일 기사 2098명을 조사한 결과 91.5%가 주 40∼46시간 제한에 반대했다. 92.2%는 배송시간이 줄면 생계를 위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2025년 11월 야간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3%가 심야배송 제한에 반대했다.

    정 위원장은 "새벽배송은 노동자들이 100% 자신의 의지로 선택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배송을 금지하면 야간배송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간선차 기사와 사무직, 중계 오피스 등 여러 직군의 수만 명 일자리가 걸려 있다"며 "자기들 욕심으로 단순하게 금지하는 것은 수만 명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쿠팡 기사는 "야간과 주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일하는 사람도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데, 새벽배송이 없어지면 야간에 나가던 분들은 주간으로 다 나올 것이고, 그러면 물량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 피가 터질 것이다"며 "그렇게 되면 버는 금액도 지금의 절반이 될 텐데, 누가 그렇게 하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 ▲ 택배노조가 새벽배송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택배노조가 새벽배송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뉴데일리DB
    규제의 근거가 충분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맡긴 연구는 A사가 제출한 야간기사 5146명의 노동시간 자료를 분석했다. 그러나 심박수와 혈압 등 생체지표를 직접 측정한 인원은 야간기사 10명과 주간기사 4명 등 14명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야간기사의 하루 최대 허용 노동시간을 5.8시간으로 보고 주 40∼46시간 제한을 제안했다. 수천 명이 일하는 새벽배송 산업 전체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생체지표 표본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 문제도 남는다.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택배사업자와 심야배송 사업자가 위탁기사의 고용보험료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고 기사에게 보험료를 부담시키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한국상품학회는 새벽배송 시간을 주 60시간에서 주 48시간으로 줄이면 기사 소득 보전과 추가 인력 투입에 월 369억원, 연간 4428억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했다. 배송 한 건당 비용은 1061원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늘어난 비용이 배송료와 상품 가격에 반영되면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