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접 보완수사 폐지…경찰 수사 체계 전면 전환'처분 지연' 김병기·'불송치' 강선우…엇갈린 논란정치인 사건 통해 드러난 경찰 수사 검증 공백법조계 "정치인 사건일수록 처분 과정 신뢰 확보해야"
  • ▲ 김병기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DB
    ▲ 김병기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DB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부터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후 검증 체계도 크게 바뀌게 된다.

    최근 정치인 사건에서는 수사가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거나 불송치 처분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면서 경찰 수사의 신뢰성과 견제 장치를 둘러싼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 사건은 11개월째 처분이 내려지지 않고 있고, 강선우 무소속 의원 사건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후 처분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이 각각 '처분 지연'과 '처분 적정성'이라는 다른 문제를 보여주지만, 정치인 사건에서 경찰 수사를 사후적으로 검증할 필요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 ▲ 김병기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 DB
    ▲ 김병기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 DB
    ◆ 김병기 사건은 '수사 지연' … 11개월째 결론 못 내

    대표적인 사례가 김병기 무소속 의원 사건이다. 김 의원은 차남의 숭실대 편입 개입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취업 청탁, 정치자금법 위반,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등 13개 의혹으로 지난해 9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11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시작된 수사는 올해 1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로 이관됐지만 지난 4월 10일 7차 소환조사 이후 현재까지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

    결국 고발인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전직 보좌관이 잇따라 서울경찰청에 수사심의를 신청했다. 반면 김 의원 측도 경찰에 조속한 불송치 처분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고발인과 피고발인 모두가 신속한 결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사건 처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고발인 측에서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중요 사건일수록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나오지 않도록 작은 부분까지 살펴보고 있다"며 "수사가 자꾸 늘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속도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 사건은 수사 결과보다 '처분이 장기간 내려지지 않는 상황' 자체가 논란이 된 사례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이처럼 경찰이 결론을 내리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도 외부에서 실질적으로 점검하거나 견인할 수 있는 장치가 더욱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 강선우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 DB
    ▲ 강선우 무소속 의원. ⓒ뉴데일리 DB
    ◆ 강선우 사건은 '불송치 논란' … 처분 적정성 도마

    반면 강선우 무소속 의원 사건은 경찰 처분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강 의원의 보좌진 갑질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 5건을 모두 불송치했다.

    경찰은 피해 보좌진들의 진술 거부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건이 전직 보좌진들의 구체적인 폭로에서 시작된 만큼 진술이 바뀐 경위나 추가 정황을 더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1일 논평에서 "앞으로 경찰이 '입증이 어렵다'며 수사를 종결하면 그 판단을 다시 검증할 기관은 없다"며 "이번 사건은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강 의원 사건 등을 거론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의 한계를 비판했다.

    김병기 의원 사건이 '처분 지연'을, 강 의원 사건이 '처분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을 보여준다면 두 사례 모두 정치인 사건에서 경찰 수사를 사후적으로 점검하고 검증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같은 문제의식을 던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보완수사권 폐지)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보완수사권 폐지)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법조계 "정치인 사건일수록 검증 장치 중요"

    법조계에서는 정치인 사건은 수사 결과뿐 아니라 수사 과정과 처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중요한 만큼 경찰 판단을 사후적으로 검증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장기 수사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점검 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 수사에 대한 사후 검증은 거의 안 된다고 봐야 한다"며 "미심쩍은 부분이 있더라도 검찰이 직접 사실관계를 밝혀낼 수 없고, 경찰이 기존 결론을 유지하면 이를 다시 바로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보완수사는 검찰의 권한이라기보다 의무의 성격이 더 크다"며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려면 필요한 증거를 보강하고, 더 중대한 범죄가 숨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검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의원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의심을 낳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김 의원 사건처럼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강선우 의원 사건처럼 불송치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폐해가 이미 드러나는 상황"이라며 "수사가 지연돼도 이를 제도적으로 통제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0월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권에 대한 예속화"라며 "수사를 시작한 기관에는 확증편향이 생길 수 있고 경찰이 한 번 내린 결론을 스스로 뒤집기는 매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강 의원 사건도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가능했다면 언론을 통해 제기된 사실관계와 관계인 진술 변화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을 것"이라며 "실제 갑질이나 강요가 있었는지, 알려진 내용과 사실관계가 일치하는지 등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사건처럼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수사 결과뿐 아니라 처분 과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