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익사 자살자 5명 중 1명은 서울서 발생…안전시설은 제자리연구용역도 진행됐지만…'비용 부담' 이유로 7년간 설치율 21.7%한강 사업에는 매년 500억 원 이상 투입…"관건은 사업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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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 난간 너머로 한강이 보이고 있다. ⓒ노유지 기자
"어느 날 서울시청에서 전화가 걸려 와서는 제게 묻더군요. 투신 방지에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지 아느냐고요."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당시 나눈 대화를 회고하며 "사실 관건은 예산이 아니라 사업의 우선순위"라고 짚었다. 지자체가 자살 예방에 얼마만큼 신경 쓰는지에 따라 지출 규모도 달라진다는 해석이다. 정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교량·옥상 투신 방지를 위해 물리적 차단 장치를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정 센터장이 서울시 차원의 투신 방지책 마련을 촉구한 배경에는 접근성이 있었다. 빽빽이 들어선 고층 건물과 한강을 동시에 품은 서울 특성상 투신 건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6년 차 전문 상담사인 그는 "충동적 자살은 길어도 10분 안에 그 욕구가 급격히 줄어든다"며 "장해물 하나로 죽음에 대한 충동을 우선 막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서울시는 한강 교량 안전난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권고를 수차례 받고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었다. 교량 하나당 공사비가 20억~3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사업 착수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세훈표 역점 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는 매년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 안전보다 성과를 우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 ▲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 난간의 한 기둥 위에 소방청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노유지 기자
◆ 익사 자살자 5명 중 1명은 서울서 발생…"접근성이 원인"2년 전 서울에서는 2234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최근 발간한 '2026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서울 내 익사 자살자는 103명으로 전국(496명)의 20.8%에 달했다. 추락사(467건) 또한 전국의 22.4%를 차지했다. 한 해 동안 투신해 목숨을 잃은 5명 중 1명은 서울에서 발생한 셈이다.투신 시도자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해 한강 교량 투신 사고로 접수된 신고는 1272건으로 2020년(474건) 대비 2.68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는 매년 다르게 나타났다. 2020년에는 30대가 89명으로 제일 많았다면 ▲2021년 20대(260명) ▲2022년 20대(107명) ▲2023년 30대(275명) ▲2024년 50대(249명) 순이었다.정 센터장은 이에 대해 "한강은 접근하기 쉬운 만큼 충동적인 자살 시도 장소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순간적으로 자살 충동이 생기면 접근성이 높은 한강 교량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런 와중에도 한강 교량에는 충동적인 행동을 늦출 물리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취재진이 찾은 서강대교 난간 높이는 1.1m로 키 170㎝ 성인 여성 기준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안전난간이 설치된 마포대교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자리한 교량이었다. -
- ▲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에 '안전난간'이 설치돼 있다. ⓒ노유지 기자
◆ 안전난간 확충은 "비용 부담 커"…'그레이트 한강'엔 매년 500억씩 투입안전난간은 높이를 상향 조정하는 등 투신 난도를 높여 추락 사고를 방지하는 시설물이다. 한강 교량에는 올해 기준 5곳(한강·마포·잠실·양화·한남대교)에 설치돼 있으며, 현재 마포·동작대교 안전난간 확충을 목표로 실시설계를 수행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관련 연구용역을 통해 추락 방지망 신설과 안전난간 확대를 검토하기도 했다.그러나 두 사업 모두 비용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추락 방지망은 한강 경관 훼손 우려가 큰 데다, 안전난간 역시 예산 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이에 2019년부터 한강 교량 안전시설 확대를 추진해 왔지만, 지난 7년간 서울시가 관리하는 23개 교량 중 21.7%만이 설치를 마치게 됐다.행정안전부가 지난달 28일 지자체 관할 교량 13곳에 안전난간을 신속히 보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지자체에 사업비를 일부 지원하는 공모 방식으로 진행될 뿐 정부 주도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시에는 10개 교량에 대한 안전난간 설치를 권고할 예정"이라면서 "아직 지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고, 향후 예산에 따라 사업 대상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같은 모습은 서울시가 민선 8기 때부터 추진해 온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매년 500억 원이 훌쩍 넘는 예산을 배정받는 것과는 상반된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추진하는 정책·사업의 중추로, 조명 등 기본 시설 유지관리 비용을 제외하면 운영 사업 대부분이 그에 해당한다. 한강버스를 비롯해 수영장, 축제 등 한강공원에서 펼쳐지는 행사도 마찬가지다.서울시가 공개한 미래한강본부 세출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한강공원 관리·운영·이용 분야에 배정된 예산은 1255억8164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방범용 감시 카메라, 홍수 예방 저수로 정비 등 안전·질서 유지 차원에서 관리되는 분야를 제외해도 521억여 원에 달한다. 한강버스 등 수상교통 선착장 조성에만 62억 원 이상 투입된 지난해에는 546억여 원이 1년 치 예산으로 배정됐다.이에 비해 지난 7년간 한강 교량 안전시설 확충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총 181억5226만1170원에 그친다. 순수 공사비만 117억9903만700원으로 교량 1곳당 23억5900만 원 정도 쓰인 셈이다. 서울시 자체의 재정 여력이 부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느 사업에 예산을 얼마나 배분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3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2.0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중한 탓…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전문가들은 안전 인프라를 단기 사업이 아닌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오동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안전은 가장 중요한 행정 과제"라면서도 "시장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으로선 축제 같은 '도시 어메니티'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는 시민들이 도시 안에서 쾌적함·즐거움을 느끼게 만드는 환경 요소를 뜻한다. 지자체장 특성상 표심을 고려해 발길이 몰리는 문화 행사 등 빠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는 해석이다.이어 오 교수는 "안전시설은 단기 비용이 아니라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 역시 초기에는 큰 비용이 들었지만 현재는 서울의 안전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며 "안전난간 확충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자살 예방을 통해 얻을 사회적 이익이 다른 사업에 비해 낮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자체가 진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중요한 점은 비용 편익 분석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안전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 봤을 때 편익이 작다는 결론이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도 "물리적인 방지책을 확충했을 때 그에 따른 구조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편익이 큰 사업이 안전 기반 강화"라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