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거주 이전 막는 징벌적 조세관치의 성벽으로 에워싸는 진입 장벽뉴욕·런던 어디서도 못 본 통제방식
- 조선시대 태종이 도입한 호패법(號牌法)의 본질은 단순한 신분증 발급이 아닌 '인구 이동 통제'에 있었다. 농민들이 세금과 군역의 부담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막고, 정해진 땅에 묶어두어 국가의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핵심이다. 근대적 행정 정비로 포장했지만, 농민이 신량역천이나 세금·역의 부담을 피하려고 고향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차단하는 일종의 올가미였던 셈이다. 60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세법의 탈을 쓴 현대판 호패법의 재림을 떠올리게 한다."서울 살려거든 30억 원대 이하 집에서 실거주로만 살라 … 아니거든 매년 수천만 원의 징벌적 세금을 매기겠다."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이다.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징벌적 보유세와 양도세를 물리고, 보유세를 감당하지 못하면 은퇴 후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하는 구조다. 형태는 세법 조항이지만 작동 방식은 조선시대 거주 통제와 다름없다. 국가가 세법으로 짠 굴레로 국민이 어디에 살아야 할지, 어디로 이사해야 할지를 경제적으로 지시하고 통제하는 시대가 다시 열린 것이다.북한 체제의 가장 비극적인 민낯 중 하나는 국가가(그것도 조선노동당이) 출신성분과 당성에 따라 '평양 시민증'을 부여하고, 통행증 없이는 진입조차 막아버리는 거주·이전의 자유 박탈에 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가 법과 공권력으로 이사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과 세제가 만든 인위적인 장벽이 보통 사람들의 진입을 차단하고 기존 거주자를 밖으로 축출하고 있다면, 그 경제적 결과는 거주 통제 사회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국가가 조세로 옥죄어 국민의 발에 쇠사슬을 채우는 셈이다. "서울이 평양처럼 되고 있다"는 조소가 더 이상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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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징벌적 과세를 예고한 고가 주택 매물들. 시가 45억원이 넘어가면 종부세는 몇배로 늘어난다ⓒ뉴시스
뉴욕이나 런던 같은 해외 메가시티 역시 살인적인 집값으로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그곳의 장벽은 전 세계 자본과 인재가 몰려들어 형성된 '시장 가격의 결과물'이다. 이재명 정부의 세제 개편 기조는 다르다. 시가 40억~50억 원 수준이라는 인위적인 단두대 선을 그어놓고 징벌적 세율을 적용하거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10억 원이라는 인위적인 캡(Cap)을 씌우는 행위는 해외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국가 주도형 통제 방식이다. 뉴욕에서 밀려난다고 서울처럼 극단적인 생활 반경 이탈이 이뤄지진 않는다. 하지만 새 세제개편안은 일방적으로 서울살이 자격요건을 세워고, 충족하지 못하는 거주민을 쫓아내는 방식이다.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공제 기준을 실거주와 집값으로만 재단하려는 정책은 조세 형평이라는 명분을 넘어, 국민의 주거 이동을 경제적 징벌로 통제하는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이 같은 인위적 과세 정책이 야기하는 세대별 부작용은 지극히 폭력적이다.우선, 현금 흐름이 막힌 고령 은퇴자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수십 년간 서울에서 성실히 일하며 집 한 채를 지켜온 고령층은 별도의 소득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시가격 상승과 과세표준 개편으로 매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유세를 현금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이들은 평생 살아온 정든 터전과 공동체에서 밀려나 서울 밖으로 쫓겨난다.그렇다면 은퇴자들이 떠난 자리를 젊은 세대가 채우며 주거 사다리가 복원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만 세제 혜택을 주는 구조 속에서, 기존 보유자들은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이고 '실거주 굳히기'에 돌입했다. 시장의 매물은 말라붙었고, 수도권 상급지의 '실거주 가능한 똘똘한 한 채' 가격은 넘볼 수 없을 만큼 치솟았다.결과적으로 자산 형성 기회가 부족한 청년들의 서울 진입 장벽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견고하다. 은퇴자는 보유세를 견디지 못해 쫓겨나고, 청년층은 솟구친 집값과 대출 규제에 막혀 진입조차 못 하는 '주거의 고립과 절단'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실거주를 절대적 선(善)으로 봉헌한 세제는 임대차 시장의 생태계마저 파괴한다. 임대 목적의 주택 공급이 축소되고, 비거주 주택에 대한 징벌적 과세 부담은 그대로 전월세 가격에 반영되어 세입자인 청년과 서민들에게 전가된다. 집을 가진 이도, 집을 구하는 이도 모두 피해자가 되는 자가당착이다.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는 단지 물리적인 이동의 자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산과 소득, 생계 주기에 맞춰 거주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 정부는 실거주와 시가라는 잣대로 국민을 통제하려는 이념적 과세가 가져올 결과를 다시 되짚을 필요가 있다. 시장 자율성을 억누르고 징벌적 세제로 국민을 옥죄는 정책은 결코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서울이 '거대한 관치 성벽'으로 에워싼 또 하나의 평양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