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피눈물 흘리는데 …바다 건너 들려온 어깃장 소리정책실 없애거나 책임지거나
  • ▲ 주식시장 널뛰기의 가장 큰 이유는 단일종목ETF 상품을 강요한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있다. 그런게 김용범은 그 책임을《개미투자 역동성》이란 신조어를 동원, 개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 와중에 개미들은 투매를 하고, 외인은 넙죽넙죽 그걸 받아먹고 있다. ⓒ 챗GPT
    ▲ 주식시장 널뛰기의 가장 큰 이유는 단일종목ETF 상품을 강요한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있다. 그런게 김용범은 그 책임을《개미투자 역동성》이란 신조어를 동원, 개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 와중에 개미들은 투매를 하고, 외인은 넙죽넙죽 그걸 받아먹고 있다. ⓒ 챗GPT
    ■ “안 샀으면 됐잖아 … 알아서 잘 해”

    김용범 정책실장이 코스피 변동성의 원인으로개미 투자 역동성을 언급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개미들이 레버리지 ETF를 안 샀다면, 급등락의 폭이 상당 부분 줄었을 수도 있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그렇게 인과관계를 밝힐 거면, 굳이 전문성이 필요없다.  
    삼척동자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문제의 핵심은 정책실장의 말의 맞고 틀림이 아니라 책임감이다.  
     
    위험한 금융상품을 시장에 내놓고, 안 샀으면 됐잖아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너무 무책임하다. 
    그 논리대로라면, 
    불량식품도 소비자 탓이고, 
    불법 도박도 이용자 탓이고, 
    심지언 불량정치도 유권자 탓이다. 
    마약중독도 마약공급자보다 마약수요자 탓이다. 
    공급자는 언제나 무죄이고, 정책 설계자는 언제나 책임이 없다

    그렇게 수요자를 탓할거면, 정책은 필요 없다
    당연히 정책실도 필요 없다
    정부 공식 브리핑은 앞으로 이렇게 하면 된다.

    “국민 여러분, 알아서 잘 하십시오.” 

     
    ■ 김용범의 허무 개그

    개미 투자 역동성이란 말은 무더운 날에 사람 힘을 빼는《허무 개그》에 가깝다. 
    슬그머니 책임의 화살을 힘없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책의 책임도 슬그머니 빠진다

    물론 투자 결과는 그 투자자가 지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자본시장이 도박판처럼 변해가고 있다. 

    투자와 도박은 다르다. 
    투자는 과학이고, 도박은 비과학이다. 
    투자엔 성장이 있고, 도박엔 성장이 없다. 
    몰아주기와 중독만 있을 뿐이다.  
     
    지금의 코스피는 아수라장이다. 
    역대 유례없는 롤러코스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권유에 따라 증시에 뛰어든 개미들이 공포에 질려 투매를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이를 줍줍해 코스피 지수는 또 껑충 뛰었다.

    정책 당국도 레버리지 ETF 도입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올 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예측을 했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개미들은 허용된 금융상품을 샀을 뿐이다. 
    자산을 불리고 싶은 마음은 잘못이 없다. 

    더구나 그 상품은 정부가 허용한 것이다. 
    즉, 정부가 허용한 경기장에서 정부가 허용한 규칙에 따라 개미들은《자산 불리기》경기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좋치 못하자 정부가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는 게 문제 라고 짚는 격이다. 
    이런 게 허무 개그가 아니라면, 어떤 게 허무 개그일까.   

     
    ■ 투자하라고 꼬득여 놓고

    정책은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던 것도 특정 충격이 발생함과 동시에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방아쇠(trigger)가 될 수 있다. 

    정책당국은 충분히《소심》해져야 한다. 
    그러한 위험 가능성을 항상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필요할 때 정책을 설계한다. 
    그렇다면 시장이 크게 흔들렸을 때도 정부는 그 정책 설계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성공은 정부 덕분 이고, 실패는 개미들 탓 이라는 식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경제학의 목적은 개인을 비난하는 데 있지 않고 자원배분을 분석하는 데 있다. 
    자원배분은 인센티브제도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개인투자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유인에 반응한다. 
    따라서 시장이 특정 방향으로 과도하게 움직였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투자자의 성향이 아니다.
    행동을 유도한 제도와 정책이다. 
     
    좋은 정책은 문제가 생겼을 때 국민을 탓하지 않는다. 
    먼저 결과를 토대로 점검하고 돌아보며, 설계의 오류가 있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보완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책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시장은 단기적 변동성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책임 회피는 정책 신뢰성을 떨어트린다.   

     
    ■ 주식시장의 양은냄비화

    개미 투자 역동성
    생각할수록 재밌는 말이다. 
    근거 논문을 제시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개미》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미미한 추종자(follower)》를 표현한다. 
    따라서《개미 역동성》이란 말은 형용모순에 가깝다. 

    물론 개인투자자의 매매가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의 미시적 구조, 유동성, 파생상품 설계, 유인체계 등과 함께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개미 투자 역동성》이란 말은 한국의 증시를 묘사하는 데 일정 부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역동성》이라기 보다는 과도한《군집행태(herd behavior)》일 수도 있다. 
    친구따라 강남가듯 마냥 남을 따라 하고, 입소문에 과도한 확신을 갖는 것이다. 

    예를 들면,《맛집》열풍이다. 
    그 결과는 무조건적 쏠림 이다. 
    레버리지 ETF는 자본시장 판《맛집》이다. 
    역동성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람의 이기적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유인에 반응할 뿐이다. 
    정책은 사람을 탓하기보다 제도 설계에 초점을 맞춰야 할 이유다. 

    그렇다면 정책실장이 해야 할 건 개미 탓이 아니라 이거다.
    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충격을 증폭시키는 구조가 되었는지,
    ② 왜 한국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확대되는지,
    ③ 왜 위험이 특정 종목에 집중되었는지 등에 대한 자문이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한가롭게 개미 탓을 하는 걸 보면 정책실에 할 일이 없거나, 
    아님 할 일은 많은데 정책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개미들의 울분이 터지거나. 

    전자라면 정책실을 없애야 한다. 
    후자라면 정책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