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술도로 확장해 전방 기동성 강화韓, 경계병력과 불침번→AI와 CCTV 대체"GOP 경계 병력 2만 2000명→6000명"총기 대신 삼단봉 들게 하다 지침 철회한미 훈련 중 美 무인기 오인해 격추 준비ROTC 출신 1군단장 취임 후 '빈총 경계'비상계엄 단죄 명분 육사 출신 배제 논란인사·군수·정책 위주로 軍을 행정조직화
  • ▲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 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한·미 6·25전사자 유해 상호봉환식에서 경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 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한·미 6·25전사자 유해 상호봉환식에서 경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북한이 군사분계선 인근 전술도로를 확장하는 가운데 우리 군은 병영 내 불침번을 CCTV로 대체하고, 최전방에 배치된 중기관총은 실탄을 뺀 채 '빈총'으로 운용해 온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경기 파주 전방지역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군 무인기를 북한 비행체로 오인해 방공작전 태세를 발령하고 격추 준비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지며 경계와 보고 체계 전반의 허점도 드러났다.

    북한의 전술도로 확장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기초한 국경화 작업으로만 보기 어렵다.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도로망을 넓히는 것은 병력과 장비의 기동성을 높이고 전방 운용의 즉응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 일대에 철책과 전술도로를 지속적으로 늘려 온 점을 고려하면, 국경화 작업과 연계해 경계 초소를 군사분계선 쪽으로 전진 배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의 '국경화 작업'에 따라 달라지는 작전 환경에 맞게 감시·정찰 자산의 운용 방식과 정찰·차단·매복 태세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현실이지만, 한국군의 대응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7일 국방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 2만2000명 수준인 GOP(일반 전초) 경계 병력에 대해 AI(인공지능)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구축해 "약 6000명 정도가 GOP 선상에서 경계병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나머지 1만6000명은 후방으로 이동시켜 상황 발생 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최근 국방부는 병영 내 야간 불침번 근무를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재량으로 운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부대관리훈령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경계작전용 또는 부대관리용 CCTV와 순찰 등 대체 확인체계로 불침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부대 여건에 따라 불침번 미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병영 현대화라는 명분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불침번은 취침 인원 확인과 비상상황 초기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CCTV는 상황 발생 이후 기록을 남길 수는 있어도 이상 징후를 초기에 포착해 즉각 대응하는 불침번의 기능을 대신할 수는 없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위반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한국이 선제적으로 복원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는 지속적으로 확인돼 왔다. 지난 3월에는 육군 3군단 예하 22사단, 23경비여단, 3포병여단이 부대 출입을 통제하고 기록하는 위병소 근무 시 총기 대신 삼단봉을 휴대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관련 부대의 실제 운용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했고, 상급부대 보고도 부정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안은 단순한 장비 교체 문제가 아니라, 위병소 경계 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보고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드러난 '최전방 GP 빈총 근무' 논란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진 결과다. 육군 1군단은 최전방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에 배치된 K6 중기관총에 실탄이 든 탄띠를 걸어두지 않고, 탄통을 옆에 비치하는 방식으로 올해 상반기에 경계근무 지침을 바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 변경을 사전에 보고받거나 승인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오발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수초 차이의 대응이 중요한 최전방에서 삽탄을 하지 않는 방식은 경계 원칙의 후퇴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1군단이 K6 중기관총에 실탄을 장착하지 않은 채 경계근무를 서도록 지침을 바꾼 것은 지난해 11월 한기성 군단장 취임 이후의 일로 알려졌다. ROTC 출신인 한 군단장은 1군단 최초의 비육군사관학교 출신 군단장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25사단 예하 GOP 대대에서 발생한 K6 오발 사고를 관할 지휘관으로서 직접 겪은 만큼, 총기 사고 재발을 우려한 조치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장(육사 52기)은 "GP는 당장 눈앞에 북한군이 오가는 최일선 부대로서 언제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최전선이다. 단순히 몇 초의 지연이라고 하지만, 그 몇 초에 적에 대한 억제뿐 아니라 최전방 장병들의 생존이 달려 있다"며 "오발사고가 무섭다면 반복적인 훈련과 군기로 보완해야 하건만, 99.999%의 작전보다 0.001% 오발에 대한 책임추궁이 두려워 스스로 이빨을 뽑아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GP에서 가장 강력한 화기가 K6인데, 그런 험지에 부하들을 몰아넣었으면서 정작 그들의 생존권과 자위권을 박탈해 버렸다"면서 군이 당장 눈앞의 적을 두고,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라는 안이함에 빠진 것이고, 적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군이 책임회피와 행정 편의주의 군대로 전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육군 중장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1군단 지역만 이렇다면 쉽게 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국군 전체에 만연되어 있는 무사안일주의의 상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현직 장군들은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도록 인사를 한 이재명 정권의 실적"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들어 장군 보직이 정권에 충성할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단장 인사는 육사 출신을 홀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졌고, 육사 출신이라도 작전 직능은 배제한 채 인사·군수·정책 직능 위주로 보직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ROTC, 3사, 학사 출신은 창군 이래 이례적 수준의 우대를 받으며 전진 배치됐다는 평가도 있다. 사단장 인사에서도 보병 작전 출신은 희소해지고 공병·기갑 출신이 사단장을 맡는가 하면 인사·군수·정책 직능 출신이 주요 지역 사단장에 보임됐다.

    이재명 정부의 평화체제 추진 기조가 윤석열 정부의 12·3 비상계엄 단죄와 맞물려 군을 유사시 승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현상 유지에 급급한 관리형 조직으로 바꾸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적과 직접 맞닿는 전방 군단장과 사단장 보직에 이재명 정부 들어 육사·보병·작전·장군·영남 출신을 배제하는 이른바 '5 적폐' 원칙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군 안팎에서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 1월 9일 자 장성급 인사에서 "육군 소장 진급자는 비육사 출신이 이전 진급심사 시 20%에서 41%로, 육군 준장 진급자는 비육사 출신이 25%에서 43%로, 공군 준장 진급자 중 비조종 병과 비율은 25%에서 45%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명시하며 출신 구성비를 인사 성과로 제시했다. 지난 6월 5일 자 인사에서 육사 출신 중장 진급자가 나오는 등 일률적 배제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진급 심사마다 출신 비율을 발표하는 조직에서 출신의 원천인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해 그 구분 자체를 지우는 개편이 교육적 판단인지 정치적 판단인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인사 편중이 경계 태세 이완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불침번의 CCTV 대체나 삼단봉 위병소 근무는 특정 지휘관의 출신과 무관하게 국방부 차원에서 결정된 제도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은, 대북 유화 기조가 인사 라인뿐 아니라 조직 전반의 위험 감수 성향 자체를 낮춘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북한은 전방에서 기동성을 높이고 있는데, 한국군은 불침번 완화, 삼단봉 근무, 빈 총 경계 등 경계 기준을 낮추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결론은 명확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주 전방지역에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군 무인기가 북한 비행체로 오인돼, 우리 군이 대공작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하고 격추 준비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주한미군은 1군단에 무인기 비행계획을 사전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1군단이 이를 상급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공군작전사령부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탄 삽탄 중단 논란의 당사자인 1군단이 이번에는 한미 간 정보 보고 체계의 '허리'에서 또다시 구멍을 낸 셈이다. 동맹국의 훈련 정보조차 제때 공유되지 않았다면 이는 개별 실수를 넘어 지휘와 전파 체계의 결함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