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사로 묻힌 살인, 다시 꺼낼 장치 사라진다""국가 보호 필요한 약자부터 수사 공백 피해 커질 것""치안 양극화 심화 … 수사 경험은 인력으로 못 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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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종현 기자
"범죄자들은 멍청하지 않다. 수사 체계의 빈틈을 파고들 것이고, 이대로라면 완전범죄인 연쇄살인이 가능해질 것이다."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초동 수사에서 놓친 범죄를 찾아낼 '2차 검증망'을 없애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이 교수는 2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권은 단순히 관료 조직의 권리가 아니"라며 "그물망을 촘촘하게 쳐 경찰이 놓치면 검찰이 범죄를 잡아낼 수 있게 하는 구조적 도구"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처음부터 사고사나 자살, 실종으로 사건이 묻혀버리면 그 사건은 다시 떠오르기 어렵다"며 "이번 정권의 마지막은 연쇄살인으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전했다. -
-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보완수사권 폐지)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사고사나 자살로 묻히면 끝" … 사라지는 '2차 검증망'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이 교수는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될 경우 '암장범죄'가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우발적 살인과 달리 사고사나 자살로 위장하거나 시신을 은폐한 계획범죄의 경우 수사기관이 살인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특히 "성인 실종은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암장이 되는 것"이라며 "처음 내사 종결 처리를 해버리면 한참 뒤 다른 정황이 나오거나 시신이 발견돼도 재수사가 무지하게 어려워진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대표적 사례로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을 제시했다. 경찰은 당초 변사 사건으로 종결했지만 이후 재수사와 검찰 보완수사를 거치며 이은해의 살인 정황이 드러났다.그는 "앞으로는 이와 유사한 사건을 아무도 다시 살피지 않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사망했으니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없는 만큼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이 교수는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역시 초동수사에서 포착되지 않은 범죄의 맥락을 보완수사가 끌어낸 사례로 봤다.그는 "스토킹과 성범죄가 밝혀진 순간 사건의 성격이 달라졌다"며 "관계성 범죄라는 측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단순 살인으로 축소돼 끝날 수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장윤기 사건의 핵심은 경찰의 부패가 아니"라며 "처음 수사에서 보이지 않았던 범죄의 성격을 다시 들여다볼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부연했다. -
-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보완수사권 폐지)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국가 보호 필요한 약자부터 위험" … 치안 양극화 우려이 교수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져 국가의 수사 기능이 약화될 경우 그 공백을 개인적으로 메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치안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도 당연히 암장될 것"며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고도 처음부터 학대 사실이 발견되지 않으면 더욱 철저하게 은폐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약자층은 수사 공백이 생기면 오히려 보호받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들과 달리 국가 치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약자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특히 "사회 울타리 밖에 있는 청소년들은 사회가 절대 막아주지 못한다"며 "성매매나 채팅으로 만난 여성을 죽이고 어린아이를 암매장해도 추적하지 못하게 돼 완전범죄인 연쇄살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이 교수는 오는 10월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이 사라지면 일선 형사들이 사실상 수사를 전담하게 되는 만큼 기존 수사 역량을 단순한 인력 확충만으로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그는 "수사 능력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람을 많이 뽑는다고 능사도 아니다"라며 "수없이 경험하면서 용소계곡에서 떨어진 사람이 왜 죽었는지를 이상하게 볼 수 있는 감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또 "앞으로 공소청은 경찰이 수사해 온 사건을 놓고 공소를 제기할 만한지 아닌지만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수사 기능 자체를 이렇게까지 마비시키는 목적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