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전문성 결여된 질문, 불성실한 답변대한축구협회의 수비가 사실상 승리한 경기
  • ▲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는 어떤 결실도 없이 무기력하게 끝났다.ⓒ연합뉴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는 어떤 결실도 없이 무기력하게 끝났다.ⓒ연합뉴스 제공
    오전 10시에 시작했고, 오후 10시 39분에 끝났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진행한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5차 심문까지 이어지는 장기전. 그 결과는? 청문회 무용론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청문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었다. 

    전문성이 결여된 질문, 고성을 동반한 찍어 누르기. 핵심을 벗어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집중한 공략 등 문체위원들은 경쟁력이 없었다.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진실을 파헤치고,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준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논리는 없고, 호통만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지만,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없었다. 이미 나온 이야기들을 재탕하며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증인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 관행은 그대로였고, 주목받아야 하는 건 자신들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청문회의 '최고 스타'는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었다. 청문회 때마다 낯부끄러운 스타가 등장하기 마련. 이번에는 최 의원이 선정됐다. 그는 김진규 대표팀 코치를 불러 세워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왜 졌어요? 왜 졌냐고요?"라고 따져 물었다. 보는 이들의 얼굴이 빨개질 정도의 수준 낮은 질문이었다.  

    국민의힘에서도 강렬한 인물이 등장했다. 윤용근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공개돼 논란을 일으켰다. 

    윤 의원은 "회장님, 어제 정 선배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더 잘 배려해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라고 보냈고, 이에 정 회장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자리 말고 다른 자리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문체위원으로서 자격 자체가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문체위원장이 청문회의 끝없는 추락을 막아주었기에 다행이었다. 이 위원장은 호통이 아니라 논리와 냉정함으로 청문회를 이끌었다. 그는 홍명보 감독 선임의 최종 결정권자를 찾아내기 위한 논리적인 질문을 정 회장에게 던졌고,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진짜 사퇴 이유를 예리하게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어설픈 문체위원들의 공세에 축구협회는 타격을 받지 않았다. 축구협회의 수비는 공고했다. 불성실한 자료 제출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축구협회는 불성실한 답변과 뻔뻔함으로 무장한 채 청문회를 주도했다. 

    홍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당했다. 감독 선임 절차에 어떤 문제도 없었다며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특혜도 받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그의 입장과 태도에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문체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정 회장 역시 달라진 건 없었다. 문제의 본질을 피해 가는 엉뚱한 답변만 내놨다. 정 회장이 청문회에서 보여준 건 고려대 카르텔뿐. 그는 고대 카르텔이 없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윤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에 등장한 '정 선배님'이 다시 한번 고대 카르텔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재정 위원장이 "정 선배가 누구인가"라고 캐묻자, 정 회장은 "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판단이 안 선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다. 현재 놀고 계신 분이다. 학교 선배다"고 답했다. 

    그러자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진석 전 비서실장 맞나? 고려대 동문이다"고 추궁하자, 정 회장은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것이다.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동문으로 알고 있다. 거의 뵐 일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 

    홍 감독, 정 회장 투톱에 이어 증인으로 참석한 인사들도 수비 역할을 잘해냈다. 이용수 부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에 불복해 낸 소송에 대해 항소 취하 의사가 없음을 확인해줬고, 문진희 심판위원장은 "거기는 끼지 마시고, 물었으면 내 말을 들어야 할 거 아니에요"라고 소리치는 촌극을 펼치기도 했다. 

    청문회 전과 후, 달라진 건 없다. 홍 감독과 정 회장은 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시인하지 않았고, 축구협회는 여전히 고자세다. 청문회는 사실상 축구협회의 승리로 끝났다. 문체위원들의 무능함은 국민과 축구팬들의 기대감을 저버렸다. 

    보여 주기 식 쇼, 망신 주기 쇼로 끝난 청문회. 오히려 망신은 문체위원들이 당했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데시벨로만 승부하려는 전술은 먹힐 리 없다. 구식 전술이다. 그 전술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술이 없다고 비판을 받은 홍 감독과 차이가 없다. 분노만 키운 꼴이다. 

    청문회 최고 스타 최민희 의원의 말을 빌려 묻고 싶다. 청문회 왜 했어요? 왜 했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