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지배구조 흔드는 방미통위 규칙의 위법성방송법 취지 벗어난 종사자 대표 선출 절차 "노조에 과도한 권한… 상위법 위반 소지 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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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편성위원회는 단순한 사내 기구가 아니다. 방송프로그램 취재·제작의 자율성을 심의하고 '방송편성규약'의 제정 및 개정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다. 나아가 개정된 방송법 체계하에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차대한 위상을 갖게 되었다.
- ▲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이종현 기자
개정 방송법 제46조에 따르면, KBS 이사 15명 중 3명은 '임직원 과반수의 추천'을 거치고, 2명은 '시청자위원회 추천'을 통해 임명제청된다. 그런데 방송법 제46조 제4항은 이 두 추천 과정의 구체적 기준과 절차를 다름 아닌 '방송편성규약'으로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편성위원회가 제정·개정하는 편성규약으로 전체 KBS 이사의 3분의 1(5명)에 달하는 이사 추천 절차를 직접적으로 규율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편성위원회가 이사를 직접 선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 선임의 룰(Rule)을 세팅함으로써 사장 선출로 이어지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직간접적으로 깊숙이 관여하는 셈이다.
이처럼 편성위원회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지배구조의 뼈대를 좌우하는 막중한 기구이기에, 방송법은 편성위원회를 방송사업자 측과 종사자 대표 측 동수(각 5명)로 구성하여 특정 세력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두었다.
그러나 최근 편성위원회 위원 중 절반인 5명을 추천하는 '종사자 대표' 선출 절차를 규정한 하위 규칙(방미통위 규칙)이 상위법인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종사자 범위 결정권의 '불법적 재위임' 문제다. 방송법은 방미통위 규칙으로 '종사자의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했을 뿐, 이를 제3자에게 다시 위임하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규칙은 종사자의 범위를 스스로 규정하지 않고, 노사협의회의 특정 직책(근로자위원 측 의장)을 가진 제3자에게 임의로 재위임해 버렸다. 이처럼 제3자에게 종사자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한 것은 그 자체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둘째, 자의적 기준에 의한 '게리맨더링'의 위험성이다. 하위 규칙은 종사자 범위를 정하는 구체적 기준이나 한계를 명확히 두지 않은채, 근로자위원 측 의장에게 그대로 위임하였다. 이는 권한을 쥔 특정 개인이 자신의 이해관계나 소속 노동조합에 유리하도록 종사자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선거구를 입맛대로 획정하는 게리맨더링이 합법의 탈을 쓰고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셋째, 법률이 위임하지 않은 '대표 지정권'의 임의 창설이다. 이사 추천 절차와 직결되는 편성위원 추천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종사자 대표는 특정 단체의 개입 없이 종사자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되는 것이 원칙이다. 상위법인 방송법 역시 종사자 과반수를 차지한 노동조합에 종사자 대표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하위 규칙에 위임한 바 없다. 그러나 방미통위 규칙은 이러한 선출 원칙을 철저히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획정된 테두리 안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특정 노동조합이 대표를 '지정'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했다. 이는 상위법이 전혀 위임하지 않은 권한을 하위 규칙이 임의로 만들어낸 명백한 월권 행위다.
넷째, 노동조합의 본질적 설립 목적 위반이다. 노동조합은 본래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따라서 종사자 과반수 노조라는 이유만으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및 이사 선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사자 대표 지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설립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심각한 모순이다. 방미통위 규칙은 노동조합의 설립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특정 노동조합에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방미통위 규칙은 자의적인 종사자 범위 설정, 특정 노조의 인위적 과반수 확보, 종사자 대표 지정권 행사, 특정 세력에 의한 편성위원 독식이라는 연쇄적 왜곡 구조를 만들어낸다.
편성위원회의 구성이 이런 위법한 절차에 의해 왜곡된다면, 그들이 제정하는 편성규약과 이에 기반한 이사 추천 절차 역시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KBS 사장 선출 등 공영방송의 향방을 가를 이사 추천 절차가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게 설계될 위험이 다분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방미통위 규칙은 노사 동수 구성을 통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실현하려 한 방송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정당성마저 뿌리째 흔들고 있다. 위법한 방미통위 규칙에 기대어 강행되고 있는 현재의 절차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방미통위 규칙은 상위법에 부합하도록 조속히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