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 치안 / 사법》 시장에 맡기면 안된다보완수사권 폐지하면 법률서비스 비용 증가시장은 가격을 결정, 정의를 실현하지 않아《유전무죄 무전유죄》가속화 된다
  • ▲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는《정의 실현》이란 공공재를 시장에 내팽개치는 행태다. 억울한 국민은 국가기관에 기대지 못하고 시장에서 정의를 돈 주고 사야하는 세상이 펼쳐진다. ⓒ 챗GPT
    ▲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는《정의 실현》이란 공공재를 시장에 내팽개치는 행태다. 억울한 국민은 국가기관에 기대지 못하고 시장에서 정의를 돈 주고 사야하는 세상이 펼쳐진다. ⓒ 챗GPT
    ■ 정의를 위한 비용, 누가 지불해야 하나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이 검찰과 경찰 간의 권한 다툼으로만 이해되어선 안 된다. 
    경제학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정의를 위한 비용이 누구에게 전가되느냐이다. 

    그 맥락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는 사실상사법의 민영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제학은 경고한다.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될 영역이 있다고. 
    《국방 / 치안 / 사법》이 대표적이다. 

    시장은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지만, 정의는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돈을 더 많이 내는 사람에게 더《높은》품질의 《정의》가 돌아간다고 해보자. 
    이게 말이 될까? 
    《정의》대신《법률 서비스》를 대입하면 말이 될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유전무죄 무전유죄이다. 
    돈이 있으면 무죄, 돈이 없으면 유죄. 
    그건 정의가 아니다.   

     
    ■ 돈 주고 정의를 사도록 만드나

    경제학은 어떤 제도가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이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보완수사권사법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과 사회적 비용을 결정하는 제도적 장치로 파악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Ronal Coase)와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이 발전시킨 거래비용 이론에 따르면, 사회는 단순히 결과만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 정보 탐색 비용 ▲ 절차를 이해하는 비용 ▲ 협상 비용 ▲ 분쟁 해결 비용 등이 모두 거래비용을 구성한다. 

    좋은 제도란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제도이며, 나쁜 제도는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발생시키는 제도다. 
     
    형사제도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국가권력이라는 공공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런데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국민은 사건 자체보다 절차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 어디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지 
    ▲ 어떤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지 
    ▲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조차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알기 어려워진다. 

    법은 평등하지만, 정의에 접근하는 비용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결국 당연히 누려져야 할 정의가 개인의 구매력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서비스가 되고 마는 것이다. 
    쉽게 말해, 돈 주고 사야 되는 것 이다. 
     

    ■ 절대 민영화 하면 안되는 사법절차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형사절차가 더욱 복잡해지면, 이는《거래비용》증가를 의미한다.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국민은 변호사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고, 법률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횟수도 늘어난다

    복잡성은 언제나 권력이 된다. 
    결국 법률시장은 성장하지만, 정의는 점점 비싸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사법의 민영화라는 성격을 띠는 것이다.  
     
    민영화란 반드시 국가기관을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가 부담하던 비용을 국민 개인이 시장에서 돈을 주고 해결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경제학적으로는 민영화라고 볼 수 있다. 
    공공이 제공하던 서비스를 시장이 대신 공급하는 순간, 공공재는 사적 서비스로 바뀌기 때문이다.  
     
    더욱 황당한 건, 이러한 민영화가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는 점이다. 
    민영화가 필요한 영역은 공공 독점을 유지하고, 절대 민영화해서는 안 될 영역은 시장으로 내몰린다

    사법개혁의 목표는 특정 기관의 권한을 없애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 더 적은 비용으로 ※ 더 빠르게 ※ 더 공정하게 정의를 얻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절차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이 절차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 정의를 시장에 맡기면 천민자본주의

    정의는 결코 사치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이 많은 사람만 충분한 정의를 사고, 돈이 없는 사람은 절반의 정의만 누린다면, 그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천민자본주의 이다.  
     
    보완수사권 논쟁 역시 권력기관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거래비용과 정의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정의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재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매하는 서비스로 바꿀 것인가. 
     
    경제학은 이미 오래전에 답을 내놓았다. 
    시장은 빵을 만드는 데는 탁월하지만, 정의를 만드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시장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공정성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국방 / 치안 / 사법》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시장이 할 수 있는 건 가격을 매기는 일이지,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 아니다.